'4차 산업혁명' 주도권 경쟁 '점입가경'…글로벌 기업들 가세 본격화
'CES 2017'서 융합·창출 新시장 쟁탈전 확인…업종간 이종교배 활발 각국 정부 기술 혁명 시대 주도하기 위한 전략 체계화, 과감한 투자도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삼성 LG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 혁명의 핵심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8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7'에서 확인됐다. 이 전시회에서는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정보통신기술(ICT)이 각 산업에 밀접하게 접목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융합·창출되고 있는 가운데 IT는 물론 자동차 등 각 분야 글로벌 기업들이 다투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CES는 사물인터넷을 통한 연결성(Connectivity)과 이를 통해 얻어지는 빅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생활형 로봇이 핵심 키워드로, '4차 산업혁명'의 향연이 됐다. '빅 블러(빠른 변화 속도가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셈이다. ◇업계 막론하고 '미래 먹거리' 위한 이종교배 활발 이번 CES에서 반도체업체 엔비디아(Nvidia)를 이끄는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가 첫 기조연설을 한 것만 봐도 기술의 발전이 업계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하는 팹리스 업체지만 자동차솔루션 및 딥러닝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젠슨 황 CEO는 "아우디와 손잡고 완전 자율주행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2020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가 만드는 완전 자율주행차량에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가 탑재될 예정이다. 아우디의 자동차, 엔비디아의 IT 기술력이 더해진 '인공지능車'로 스마트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미다. 국내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는 연결성과 자율주행, 차량용 헬스케어, 퍼스널모빌리티, 친환경 교통수단 등 5가지 주제를 제시하며 시스코와 함께 개발한 '모빌리티 비전' 기술 탑재 차량을 선보였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엔비디아 부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고, 시스코의 척 로빈스 CEO와도 회견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빅3 중 하나인 포드는 도요타와 함께 비영리단체 '스마트디바이스링크 컨소시엄을 결성해 차량 내 앱과 스마트폰 앱을 위한 오픈 소스 형식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운전자들에게 다양한 편의기능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컨소시엄에는 마즈다, PSA 그룹, 후지 중공업(FHI), 스즈키 등이 첫 자동차 메이커로 참여했으며, 일렉트로비트(Elektrobit), 룩소프트(Luxoft) 등이 첫 납품사로 참여했다. 독일 자동차 회사 BMW그룹은 인텔, 모빌아이와 손잡았다. 올해 하반기부터 인텔과 모빌아이의 기술을 채택한 완전 자율주행 BMW 7시리즈 차량이 미국과 유럽에서 시범 운행된다. ◇가전 업계에 부는 '스마트' 바람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이종 산업 간 융합을 꾀하는 시도는 비단 자동차 분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다. 가전업계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히는 '스마트홈'은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보이스 솔루션을 적용한 연동 기기가 점진적으로 세력을 넓혀나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생활가전 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향후 '연결성'으로 미래 가전·미래 홈 변화를 이끌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은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삼성 넥스트 펀드'를 조성해 IoT 생태계 확장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IoT 연결성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을 소비자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구현해 미래 가전·미래 홈의 변화를 이끌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개인 중심의 '스마트폰'에 머무르지 않고 스마트홈, 스마트 오피스, 스마트카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생활 영역 전반에서 IoT 연결성을 강화한 제품과 서비스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다. 올해는 개방형 IoT 플랫폼과 삼성 독자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집안의 가전·IT제품들을 와이파이로 연결하고 '하나의 앱'으로 제어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주요 가전 제품과 TV를 시작으로 2020년에는 거의 대부분의 제품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복안이다. LG전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가전에서 시작한 로봇 사업 부문을 공공 서비스를 위한 서비스로도 확장한다는 것이 LG전자의 밑그림이다.
이를 위한 일환으로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스마트 가전과 연계해 똑똑한 집사 역할을 수행하는 가정용 허브(Hub) 로봇과 정원을 손질하는 로봇, 공항·호텔 등 공공장소에서 고객 편의를 돕는 로봇 등을 선보였다. 향후 가전 시장은 기기의 종류에 상관없이 IoT로 연결된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또 클라우드에 인공지능·음성인식 기술 등을 연동해 소비자의 사용패턴을 축적하고 학습함으로써 개인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발걸음 바빠지는 각국 정부…국내는 아직 '갈길 멀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이른바 글로벌 업계의 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전 세계 시장에서의 '메이저 업체'가 갈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경제 패러다임 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산업 구조 특성과 강점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기술 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전략을 체계화,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올 한 해 동안 과학·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연구개발(R&D)에 4조1335억원을 투자한다. 특히 미래 유망 분야 투자 확대, 연구자 중심 연구지원 강화, 개방형 R&D(기술개발) 생태계 고도화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분야에서는 모든 산업에 근본적 영향을 미쳐 국가경쟁력을 판가름하게 될 지능정보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적으로는 규제완화, 창업지원 등 민간의 지능정보화를 촉진할 방침이다.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 UBS에 따르면 노동시장 유연성, 기술 수준, 교육시스템, 사회간접자본(SOC), 법적 보호 등 5개 요소를 바탕으로 139개국의 4차 산업혁명 적응 수준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순위는 25위에 불과했다. 이는 대만(16위)이나 말레이시아(22위), 체코(24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선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기술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은 물론 창의적 기술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규제완화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