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맛볼까]'뱡뱡면' 이제 명동서 맛보자…'대시안'
서울 중구 명동 한복판 명동예술극장 앞 맥도널드 건물 4층에 ‘대시안(大熹安)’이 최근 문을 연 덕이다. 이 집은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 시안 전통 요리 전문 음식점이다. 물론 ‘시(熹)’는 ‘빛날 희’로 본래 ‘시(西)’와는 다르지만, ‘성하라’는 뜻으로 이를 썼다고 한다.
우리나라 칼국수와 수제비 중간 모양의 넓은 면에 특유의 고추기름과 다진 돼지고기, 콩나물, 잘게 썬 감자·당근·양배추·파 등 각종 토핑을 얹어 비벼 먹는다. 뱡뱡면은 시안 출신인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4년 2월1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역시 시안이 고향인 타이완 국민당 롄잔(連戰) 명예 주석에게 이를 대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산해진미’로 가득한 중국에서도 각광받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미국, 유럽 등에도 소개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중국 음식점’에 관해 갖고 있던, 기존 생각이 여지없이 무너진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나 셀프서비스 등이 마치 패스트푸드 매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고, 한쪽 벽면에 가득한 뱡뱡면과 시안의 상징 ‘진시황릉’ 속 ‘진용’들의 그라피티는 힙합 클럽을 연상시킨다. 메뉴는 단출하다. 뱡뱡면을 비롯해 ‘량피(양러우파오모)’ ‘로지아모’ 등 3가지다. 모두 시 주석이 롄 주석에게 대접했던 시안 요리들이다.
뱡뱡면에서 ‘뱡’이라는 글자는 무려 57획으로 이뤄진, 중국에서 가장 복잡한 한자 중 하나다. 중국 표준어 사전에도 없고 컴퓨터로 입력할 수도 없는 글자다. 뱡뱡면을 만들 때 나는 소리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뱡뱡면의 오묘한 맛을 상징하기에도 제격인 듯하다. 각 8900원. 량피는 뱡뱡면의 면보다 좀 더 폭이 넓은 면에 오이채, 콩나물, 면진(두부) 등을 토핑한 뒤 새콤달콤한 소스를 넣어 비벼 먹는다. 따뜻한 요리인 방방면과 달리 차가운 요리다. 식감이 아주 촉촉하고 상큼하다.
로지아모는 밀 빵 사이에 양념한 돼지고기를 넣어 먹는 메뉴다. 얼핏 멕시칸 요리 ‘타코’와 비슷하나 채소가 하나도 안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돼지고기는 비계와 살코기를 함께 넣는데 두 부위가 어우러져 감칠 맛을 낸다. 3900원. 로지아모만 먹어도 전혀 뻑뻑하지 않지만 소뼈를 우려낸 육수에 소고기를 넣고 다시 끓인 ‘소고기 탕’(8900원)과 짝지우면 더욱 맛깔스럽게 즐길 수 있다.
한 사장은 “2000년 전통의 시안 요리를 마침내 제2의 고향인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한국인은 물론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우리 가게에서 함께 어울리며 우정을 나눠 한중 우호 관계를 더욱 발전시켰으면 한다”고 전했다. 좌석은 50석, 연중무휴다. 이번 설 연휴에도 영업한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라스트오더는 오후 9시30분)까지 문 연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