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왔는데 파리잖아?'…파리지앵 마카오의 행복한 '착각'
에펠탑부터 샹젤리제 거리까지 갖춘 ‘작은 파리’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1944년 6월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성공한 연합군이 적 치하인 프랑스 수도 파리를 향해 진격을 시작한다. 이에 맞서 독일 총통 아돌프 히틀러(1889~1945)는 파리 주둔 독일군 사령관 디트리히 폰 콜티츠(1894~1966) 장군에게 천인공노할 명령을 내린다. “파리가 적에게 온전히 넘어가지 않도록 후퇴할 때 남김없이 파괴하라!” 독일 패망이 임박한, 그해 8월23일 히틀러가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라고 마지막 독촉을 하자 콜티즈는 반역자가 되는 것을 감수한 채 “파리는 불타고 있습니다”고 거짓 보고해 파리를 지켰다.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사원, 에펠탑, 에투알 개선문, 오르셰 미술관, 샹젤리제 거리…. 적장은 온전히 남겨두고 싶지 않았고, 그 부하는 목숨을 걸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이 도시는 그 아름다움과 매력으로 현재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전 세계인에게 추앙되고 사랑받는다. 콜티츠가 파리를 지켜냈다면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재벌 셸던 아델슨 샌즈 그룹 회장은 파리를 아시아 한복판에 가져다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마카오의 새로운 복합리조트 '파리지앵 마카오'를 통해서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파리까지 갈 만큼 시간이나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아쉬운 대로 여기라도 가서 대리 만족하라"고 놀리듯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가깝고 저렴하게 마카오를 여행하다 기존 베네시안 리조트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의 낭만을 느껴보는 데 그치지 말고 새롭게 파리의 감성까지 만끽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제안이다. ◇파리지앵 마카오는? 파리지앵 마카오는 콜로안 섬과 타이파 섬 사이 개펄을 간척해 조성한 코타이 스트립 지역에 지난해 9월 오픈한 복합리조트다. 과거 ‘도박 천국’이라는 프레임에서 탈출해 ‘가족 여행지’로 상전벽해 중인 마카오의 야심작이다. 아델슨 회장이 앞서 2007년 베네시안 마카오를 세워 코타이 스트립 개발의 서막을 열었다면 파리지앵 마카오는 그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총면적 5000평, 48층 규모 건물 안에 스위트룸을 포함한 객실 3000여 개, 크고 작은 컨벤션과 회의 공간, 고급 레스토랑과 푸드코트, 쇼핑몰,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이 들어섰다. 물론 대형 카지노도 자리한다,
에펠탑을 지나 호텔로 들어서면 로비가 나온다. 이름하여 ‘콩코르드 광장’이다. 르네상스 시대풍 프레스코로 화려하게 장식된 천장까지 막힘 없이 뚫린 광장 한가운데에는 실제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처럼 고풍스러운 조각들로 꾸며진 대형 분수대가 터를 잡았다. 경쾌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색색으로 바뀌는 분수는 국내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파리’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서일까. 더욱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모든 복합리조트가 그렇듯 이곳 역시 카지노가 1층에 있어 콩코르드 광장과 이어진다. 그러나 ‘목적’이 아니라면 밖에서 쓱 훑어보는 정도로 충분하다. 다만 카지노에서는 생수를 무료로 서비스하니 더운 바깥 날씨 탓에 목이 마른다면 들어가서 생수를 집어오는 센스를 발휘해보자. 마카오에서도 카지노 출입 연령에 제한이 생겨 성인만 출입할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면 ‘쇼핑 천국’의 봉인을 마침내 푸는 셈이다. 유서 깊은 샹젤리제부터 명품숍이 즐비한 몽테뉴와 생토노레,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로 가득한 마레 등 파리 시내 유명 쇼핑 거리를 떠올리게 하는 상점가가 3층과 5층에 걸쳐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름하여 ‘숍스 앳 파리지앵’.
650여 상점 중에는 역시 명품 브랜드 매장이 상당수이긴 하지만, 의류 편집숍도 여러 곳 있다. 특히 국내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브랜드들도 즐비해 발품을 팔면 제대로 '득템'할 수 있다. 아이쇼핑만 해도 행복할 정도다. 쇼핑가 곳곳에서는 피아노·아코디언·바이올린 연주, 마임 등 거리 예술가들의 버스킹이 펼쳐져 흥을 더하고, 중세 파리지앵(파리 남자), 파리지엔느(파리 여자) 등으로 꾸민 서양인 남녀 모델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관광객들과 기념사진을 찍는다. 실제 파리 등 유럽 유명 관광지에서 그런 복장을 한 사람과 사진을 찍으면 적잖이 팁을 줘야 하지만, 이들은 리조트 소속이라 팁을 안 줘도 된다. 실내를 돌아봤다면 이제는 에펠탑에 올라갈 차례. 호텔 5층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면 된다. 구름다리를 거쳐 에펠탑으로 옮겨가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37층 전망대에 오른다. 한 바퀴를 돌면서 코타이 스트립 일대와 마카오 반도는 물론, 멀리 중국 본토까지 조망해보자. 마카오, 그중에서도 코타이 스트립이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라는 것을 생각하면 낮보다 밤에 올라가야 같은 돈으로 훨씬 더 멋진 뷰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쯤은 굳이 말할 필요 없겠다. 에펠탑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호텔 6층 외부에 들어선 워터파크 ‘아쿠아 월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규모는 전문 워터파크보다 작으나 야외 수영장과 각종 어트랙션이 알차게 들어섰다. 아쿠아월드는 키즈클럽 ‘큐브 킹덤’과 맞닿아 있다. 볼 풀은 물론 우주 로켓, 미끄럼틀, 회전목마 등 어린이가 열광할 만한 놀이시설이 다양하게 갖춰졌다. 자녀는 그곳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국경을 넘어 놀게 한 뒤, 아빠는 갬블링을 즐기고 엄마는 쇼핑하라는 ‘계산’이 읽힌다.
에펠탑 6층 프렌치 레스토랑 ‘라 쉰느’가 대표적이다. 중국 음식과 프랑스 요리를 융합해 독특한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그뿐만 아니다. 호텔 안에 시그니처 중국 레스토랑 ‘로터스 팰리스’, 프랑스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정통 카페 '브래서리', 뷔페 레스토랑 '르 뷔페', 정통 광둥식 스타일 차 레스토랑 '카페 익스프레스', 24시간 누들 숍 '마켓 비스트로' 등 취향과 식성에 따라 찾을 만한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음식값 부담을 덜고 싶거나 마카오 거리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6층 ‘푸드코트’를 찾으면 된다. 각양각색 요리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음식은 고객이 직접 가져오되 다 먹고 난 다음에는 테이블에 그릇을 놓고 가면 된다. 직원이 다 치워준다. 고객이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국내 푸드코트보다 훨씬 만족스럽다. 마카오 국적 대형 항공사인 에어마카오를 비롯해 국내 5개 저비용 항공사기 인천공항에서 매일 출발한다. 비행시간은 3시간30분. 마카오 국제공항에서 파리지앵 마카오 등이 있는 코타이 스트립까지 차로 10분 거리다. 셔틀버스가 오가므로 편리하다. 공용화폐는 파타카(MOP)이지만, 홍콩달러(HKD)를 쓸 수 있다. 열대 해양성 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영상 23도일 정도로 덥다. 하지만 겨울은 영상 15도 정도로 온화하니 몰링을 벗어나 마카오 반도의 세나도 광장, 세인트 폴 대성당 유적 등 바깥 여행도 생각한다면 요즘이 알맞다. 한국보다 1시간 늦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