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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혁 "이젠 배우 … '벙커 트릴로지'로 성장"

등록 2017-01-31 11:47:09   최종수정 2017-02-07 10: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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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종혁, 연극 '벙커 트릴로지' 배우. 2017.01.31.(사진=스토리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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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오종혁(34)은 이제 뮤지컬·연극계에 이름만으로 통하는 배우가 됐다. 1세대 아이돌 그룹 '클릭비'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뗐다.

  옴니버스 3부작 연극 '벙커 트릴로지'에서 증명하고 있다.

 아서왕 전설을 재해석한 에피소드로 아더·랜슬롯·가웨인 등 원탁의 기사들의 이름을 별명으로 가진 젊은 영국 청년들이 벙커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모르가나'에서 친구들의 리더인 '아더', 그리스 3대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의 고대 희랍극 '아가멤논'을 모티브로 한 '아가멤논'에서 몸이 불편한 요한, 셰익스피어의 동명 비극을 재해석한 에피소드 '맥베스'에서는 점차 권력에 사로잡히며 광기를 발산하는 마크를 연기한다.

 2008년 뮤지컬 '온에어 시즌2'로 무대에 발을 들인 뒤 2014년 '프라이드'로 연극에도 데뷔한 오종혁은 다양한 얼굴을 동시에 선보이며 연기력이 일취월장했음을 보여준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오종혁은 '벙커 트릴로지'는 제가 하고 싶었던 요소가 다 들어간 작품이었다"며 "연습 과정에서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여겼고, 실제로 그걸 온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회당 관객 100명이 실제 벙커 안에 갇힌 듯, 관람하는 이 3부작은 관객이 말 그대로 배우 코앞에 있다. 오종혁은 "무대에 적응을 해도 마음을 못 놓는다"며 "마음을 놓는 순간 관객들에게 모든 걸 들켜버린다"고 말했다.  

 '벙커트릴로지'는 객석 구조 뿐 아니라 오종혁에게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아더 역을 통해 기존과 달리 리더십이 있는 인물을 연기했고, '맥베스'를 통해서는 고전을 처음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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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종혁, 연극 '벙커 트릴로지' 배우. 2017.01.31(사진=스토리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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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더를 연기할 때는 이 역을 따르는 기사 랜슬롯 역의 이석준과 박훈이 카리스마를 갖춘 배우인데다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고민이 많았다. 

 "저보다 훨씬 에너지가 넘치는 선배님들이라 제가 더 큰 에너지로 누르는 건 힘들 것 같았어요. 제가 리더를 연기하지만 이끌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었죠. 그래서 더 큰 에너지를 발산하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어요."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와 연극 '킬 미 나우'에 이어 세 작품 째 함께 출연하게 된 이석준은 그에게 특히 큰 산이다. "너무 닮고 싶은 선배님인데, 제가 그런 마음이 들수록 더 어려워한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이석준이 먼저 그에게 다가왔다. "'킬 미 나우' 끝날 때 '너 계속 배우하고 싶지? 그러면 냉혹하게 모니터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해주시면서 먼저 다가와주셨어요. 그렇게 다가온 선배님이 처음이라 울컥했죠. 형이랑 '킬미나우'를 함께 하면서 너무 많은 걸 배웠고 성장했고, 그래서 '벙커 트릴로지'에도 출연을 할 수 있게 됐죠."

 오종혁이 '벙커 트릴로지'에 출연하고 했을 때, 초반에는 새로운 형식에 팬들과 주변 사람들이 걱정이 많았다. 그는 하지만 이석준 등의 배우는 물론 이번에 처음 작업한 김태형 연출 그리고 '프라이드' '킬미나우'에서 작업한 지이선 작가를 믿었다. 

 "제가 항상 느린 편이에요. 캐릭터를 이해하고 자리를 잡는데 시간이 걸리죠. 연습 기간 동안 심적인 압박감을 받으면서 더 단단해지는 편인데 이번에 특히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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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종혁, 배우(사진=뉴시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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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트릴로지'를 본 이들은 이 작품이 오종혁을 성장시켜줬다며 다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뮤지컬에 출연했을 때부터 저를 봐주셨던 분들의 말씀이라 더 기분이 좋았어요. 그동안은 누군가에게 오종혁의 팬이라고 하면 배우라는 반응보다 '가수?'라는 답이 먼저 나왔거든요."

 지금 오종혁의 팬들은 어엿한 배우 오종혁의 팬들이다. "물론 지금도 많이 부족하고 저 역시 만족할 수 없지만 앞으로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됩니다."

 오종혁은 이후 자신을 뮤지컬배우로 각인시킨 뮤지컬 '그날들' 앙코르 공연(2월7일~3월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출연을 앞두고 있다. 가객 김광석이 부른 곡들을 엮은 이 주크박스 뮤지컬에서 오종혁은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미스터리한 무영을 맡아 밝고 생기로움과 함께 아련함을 풍기며 호평 받았다. 

 최근에는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창작뮤지컬 관련 상을 휩쓴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백석을 맡아 연기 스펙트럼을 더 한폭 넓혔다. 

 오종혁은 "매 작품마다 배우로서 표현의 깊이감을 제대로 보여줄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배우라는 두 글자만으로도 똑바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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