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손 놓은 세종 관가 ③]정부부처 5년마다 간판 갈이…비합리의 극치?

등록 2017-02-14 06:30:00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정권 마다 진행하는 정부부처 개편 속…'조직유지' 경쟁 치열
 부처 개편으로 '낭비 및 정책 연속성' 훼손…관료들 피로감 호소

【세종=뉴시스】박상영 기자 =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가 정부조직 개편안을 준비하면서 관가는 또 한번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각 부처는 '조직 유지'와 '생존'을 위한 논리개발에 착수하는가 하면 대국회 로비 등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새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출범한다는 점 때문에 각 부처들간 물밑 경쟁이 이미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가 경영의 틀 자체를 너무 쉽게 바꾸는 건 국력 낭비라거나, 5년마다 부처가 생기거나 없어져 전문성 축적이 힘들다는 목소리를 정치권을 향해 적극적으로 내기 보다는 '우선 나부터, 우리 조직부터 살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한 상황이다. 

 사실 역대 정부의 조직개편 사례를 보면, 관가의 이런 행태를 나무랄 형편도 안된다.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정권 출범 초기에 부처를 신설하거나 묶고 쪼개기는 거의 예외 없이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수차례의 조직 개편에도 살아남은 부처는 통일부, 국방부, 법무부, 환경부, 공정거래위원회 정도다. 대선을 앞둔 올해도 다르지 않다. 기획재정부를 두 부처로 나누고,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조직을 따로 분리한다는 논의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해체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 더욱 어수선하다. 

 이에 부처들은 밥그릇 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해 여야 정치권에 치열한 로비전을 예고하거나 뛰어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통상 조직 분리와 중소기업청의 부 승격 등 조직개편을 앞두고 별도의 TF를 구성, 대응 논리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산업부는 산하 공공기관이 많은 에너지 관련 조직이 독립할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국가재정부와 금융부 또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금융부로 쪼개지는 안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자기 쪽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개편되도록 대(對)국회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한편에서는 5년마다 반복되는 조직개편안이 오히려 정책의 연속성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과 개정안 마련에다, 해당 부처의 장관 임명, 청문회까지 감안하면 몇 달이나 허송세월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이 한번 개편 되면 개편되기 까지의 설왕설래 과정과 개편후의 조직 융합 후유증으로 2~3년은 허비한다는 게 공무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쪼개지는 것을 경험한 부처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욱 크다. 다른 부처에 흡수될 경우, 그동안 추진했던 업무가 원활히 추진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해양수산부가 쪼개졌을 당시에 각 국이 해운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지만 정부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조직 개편이 빈번히 이뤄지다 보니 관련 업계에 미치는 여파도 크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도 같은 운명에 놓였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총괄하는 공룡 부처로 시작한 미래부가 해체 위기에 놓이면서 4차 산업혁명 대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론되고 있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예전 개편안과 비교해 새로울 게 없다는 지적도 있다. 기재부 개편안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으로의 분리, 에너지부 신설은 동력자원부 당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조직 개편안에 관료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행정연구원이 역대 정부의 조직개편에 대한 공무원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직개편의 결과가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10명 중 2명도 되지 않는 15.9%에 불과했다.

 경제부처 A 국장은 "정권 초 마다 진행되는 조직개편으로 정책의 연속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 출범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으로 챙겨야 할 현안도 많은데 조직개편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경제 상황도 어려운데 조직을 흔드는 건 결코 바람직 하지않다"며 "어떤 조직 개편이든 지금 상황에선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 조직 전문가는 "국가경영의 틀 자체를 너무 쉽게 바꾸는 것 자체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전문성과 효율성, 책임의식, 예측 가능성을 해치고, 각종 재난이나 비상 상태에 대한 정부대응을 부실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