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정의 포토에세이] 신(新) 장인 - 맛에 이야기를 담는 사진가 김지훈
푸드스타일리스트이자 사진작가 김지훈 씨는 음식 사진 한 장으로 이야기 곳간을 풀어놓는다. 그는 식욕을 당기는 식당 메뉴판부터 내로라하는 유명 브랜드 음식 광고 사진에서도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사진으로 음식의 내력과 숨은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그는 음식에 얽힌 이야기에도 훤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유가 궁금했다. 물었다. 김 작가는 옛 일화를 하나 꺼내들었다. 그는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동한 부친을 통해 자연스레 사진과, 카메라를 접했다. 기억이 선명하지 않지만, 철없던 중학교 때부터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는 카메라와의 매력에 흠뻑 취했다. ‘찰칵’거리는 셔터 소리의 가슴 울림은 그때부터였다.
육수 내고 해물 볶고 짬뽕을 끓여 먹는 사진을 인터넷에 띄우면 누리꾼이 호응했다. 정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때부터였다. 사진 한 장에 음식의 숨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노력을.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사진 속 이야기를 담아내는 실력이 한 걸음 한 걸음 이어졌다. 노력은 영역을 확장했다. 본인이 직접 만든 음식을 넘어 뉴욕의 유명한 음식점들을 음식도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야기를 풀어냈다. 친구부터 음식을 만든 셰프까지 모두 피사체로 담아냈다.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자신감이 넘치던 그에게도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학업을 마친 뒤 무역회사에서 원서를 넣고 합격 통보까지 받았지만, 끝내 회사에 입사할 수 없었다. 진로를 고민하던 그에게 친분 있던 동생이 ‘푸드스타일리스트’를 제안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놓지 않고 있던 음식과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는 ‘이야기가 있는 음식 사진’을 찍기 위한 스튜디오를 차렸다. 열정 넘치는 팀원들을 영입하고 호흡을 맞췄다. 두말할 것도 없다. 찰떡궁합이다. 팀원들은 서슴없이 자신의 생각을 다른 팀원들과 나누고, 공유한다. 웃음과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를 추장(김 작가), 족장, 유목민 김차장(차를 좋아해서 스무살 때부터 서른네 살인 현재까지 차를 스물두 번 바꿈), 진실장(이름이 이진실), 꼬장, 이장 등으로 부른다. 이름 대신 친숙한 별명을 부른다.
김 작가는 “한번 가족이 되면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이 우리 팀”이라며 자신이 힘들면 막내가 위로해주는 훈훈한 조직이라고 자평한다. 그는 ‘우리는 선후배’라고 강조하며 스스로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는 “독창성이 중요한 포인트지만 업계 특성상 한 번 공개된 사진들을 서로 모방하는 일이 어쩔 수 없이 벌어진다”며 “푸드스타일링과 음식 사진은 패션만큼 트렌드가 중요한 분야고, 꾸준히 공부하는 것만이 업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