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다 과장이 23년간 먹은 '삼시세끼'의 기록
일본 내 여행회사 직원 시노다 씨는 아침·점심·저녁 세끼 식사를 그림일기로 남기면서 먹는다는 것, 나아가 일상을 살안가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는 스물일곱 살이던 1990년 8월 후쿠오카로 전근을 가게 되면서 현지의 맛있는 음식을 기록해보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자립 후 식생활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자신이 먹은 것을 그리고 짧은 감상을 곁들이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붙어버렸다. 그렇게 그림일기를 쓴 지도 어느 덧 23년의 세월이 흘렀다. 20대의 청년은 이제 50대의 중년이 됐다. 식사일기를 적은 대학노트는 무려 45권(2013년 기준)에 이른다. 최근 국내 번역·출간된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는 시노가 씨가 1990년 8월 18일부터 2013년 3월 15일까지 23년 동안 매일 먹은 세끼 전부를 그림과 짤막한 글로 적어 기록한 것을 골라 실은 것이다. 자립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던 때의 기억,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던 날 아내와 먹은 튀김소바, 두 딸이 태어난 날 먹은 저녁식사, 여행지에서의 기억, 꿈에 그리던 작가 데뷔를 기념하며 먹은 튀김덮밥까지…. 23년 동안 2만5000개의 음식을 기록한 어느 평범한 샐러리맨의 하루가 담겨 있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이 차곡차곡 쌓여 현재를 이루듯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속에는 그림식사일기와 함께 크고 작은 사건·사고, 사회 변화 등도 기록됐다. 우리네 소소한 일상과 인생은 계속 이어진다는 작지만 큰 깨달음을 새삼 깨닫게 하는 묘를 발휘한다. 이제 과장이 된 시노다 씨는 귀가 후 하루를 마무리하며 그날 먹은 것을 15~30분간 노트에 기록한다. 음식을 사진으로 찍지 않고, 현장에서 스케치나 밑그림도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오직 보고, 느끼고, 혀와 위에 새긴 기억에만 의존해 그린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취했어도 30품목까지는 기억할 수 있다고 하다. 덕분에 일기에는 가게 풍경이나 자질구레한 정보 없이 오직 '음식'에만 집중한 시노다 씨만의 '맛 표현'이 가득하다. 그는 이제 "식재료를 생산해주는 사람들과, 그것으로 요리를 해주는 사람들, 그 외에도 다양하게 얽힌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형태로 남기고 싶어 일기를 쓴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붕장어튀김 유행에 빠져 1년에 무려 서른일곱 마리의 붕장어를 먹어치웠다는 이야기나, 소바 집중 기간, 새우튀김 집중 기간 등 한 가지 메뉴를 일주일 내내 먹었다는 에피소드는 요즘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음식 덕질'을 연상케 한다. 박정임 옮김, 208쪽, 1만3000원, 앨리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