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라이더' 이병헌 "아들 없었다면 모를 감정 느꼈죠"
배우 이병헌(47)은 그의 신작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막상 이런 시나리오에 매료돼서 연기하기로 결정한 나 자신은, 가족과 떨어져서 미국·필리핀·호주 등을 오가며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번 작품에서 이병헌이 맡은 '강재훈'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증권회사 지점장인 그의 생활은 소민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 가족을 위해 일하고,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군말 없이 처리해야 하는 처지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아내와 아들을 호주로 보낸 기러기 아빠이기도 하다. 평탄했던 그의 삶이 무너져내리는 건 그가 몸담은 회사가 부실채권 사건에 휘말리면서부터다. 그가 적극 영업해 팔았던 그 채권 때문에 재산을 날린 사람들, 강재훈은 자신의 인생이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괴롭다. 이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그는 아내와 아들이 있는 호주로 향한다.
그는 기존에 해오던 작업과는 분위기가 다른 작품을 선택한 것에 대해,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누구나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마찬가지이고, 대부분 사람들이 소소한 행복은 대단한 게 아니라면서 그냥 흘려버리지 않나. '싱글라이더'는 지금 시점에서 모두에게 꼭 필요한 영화"라고 덧붙였다. 강재훈의 삶은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앞만 보고 달리던 시기와 그게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다. 이병헌은 최근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다. 2015년에 네 편, 지난해 세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올해 '싱글 라이더'와 함께 현재 '남한산성'을 촬영 중이다. 올해 중 촬영에 들어가는 차기작까지 결정된 상황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활동하는 이병헌이야말로 앞만 보고 달리는 남자다.
지난해는 '이병헌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극찬을 이끌어냈다. '내부자들'로 대부분 시상식의 남우주연상을 휩쓸기도 했다. 배우 인생 절정을 달리고 있는 그가 연기에 관해 새롭게 깨달을 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새롭게 느낀 감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극중에서 아들과 처음 만나서 만나고 말을 거는 장면이 있잖아요. 아이가 없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건 처음이었어요. 나한테 실제로 아들이 없었다면 절대 느끼지 못할 감정인 거죠. 아들과 최대한 시간을 보내려고 하거든요. 많이 놀아주려고 하고요. 그러면서 들었던 감정이 영화에 녹아든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