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선 불출마…보수 표심 어디로?
황 대행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차기 대선일을 5월9일로 지정하기 위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심 끝에 현재의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정 안정·공정한 대선 관리 최선” 황 대행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 궐위’ 상황에 더해 점증하는 국내외 안보 및 경제분야의 불확실성으로 복합적인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저의 대선 참여를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행은 이어 “그동안 부족한 제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보다 큰 역할을 해달라고 해주신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말씀 드린다”며 “저는 앞으로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막중한 책무에 전념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게 주어진 마지막 순간까지 오직 나라와 국민만 생각하며 위기관리와 민생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두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선일은 5월9일로 확정됐다. 황 대행은 “오늘 국무회의에서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을 결정하고 그 선거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자 한다”며 “행자부 등 관련부처에서는 이번 대선이 많은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어느 때보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선거관리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 대행은 “대통령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관리하고, 당면한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데 국민 여러분의 협조와 성원, 그리고 정치권의 협력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민주·국민의당 등 “올바른 결정”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중도 하차 이후 보수진영 후보 중에서는 압도적 1위를 달렸던 황 대행이 불출마로 돌아서자 정치권은 각자 이해득실을 따지며 향후 전개될 민심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일단 황 대행의 불출마 선언에 원내 정당들은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루비콘 강을 건너지 않고 돌아온 황 대행이 지금이라도 국정안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로 결정한 것은 당연하고 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황 대행은 밤을 새며 대선 출마냐 국정 안정이냐를 두고 번뇌를 거듭하다 결국은 불출마를 선언한 것 같다. 자신에 대한 국민의 눈초리가 그만큼 따가웠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당도 “당연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의 총리로서 출마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군다나 대통령 탄핵이라는 긴급 상황에서 황 대행이 출마를 하게 되면 유일호 부총리가 대행의 대행이 되는 무책임한 상황이 초래될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황 대행은 이제 긴급한 국정현안, 민생경제, 그리고 공정한 대선관리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실을 밝히는 행위를 방해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른정당은 “황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상식적인 결정이며 당연한 것”이라며 “황 대행은 지난해 12월9일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뒤, 대선 불출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대권주자 같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여러 가지 억측과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고 꼬집었다. 오신환 대변인은 “현 정부 (임기)가 50일 정도 남았는데, 차기 정부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정부 역할과 국민 통합하고 안정화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황 대행에 당부했다. ◇한국당, ‘유미미한 후보’ 찾기 부심 황 대행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가장 바빠진 곳은 자유한국당이다. 황 대행과 홍준표 경남지사와의 맞대결을 통해 경선 흥행을 꿈꿨던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이제 황 대행에 대한 대안으로 김황식 전 국무총리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14일 황 대행에게 이날까지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고, 황 대행은 15일 오전 불출마 입장을 당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당 경선관리위원회는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이른바 ‘황교안 특례규정’으로 불린 추가 후보등록 규정을 폐지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유의미한 지지율이 나오고 있던 황 대행의 불출마로 사실상 홍준표 경남지사만이 유력 주자로 남게 되자 경선 흥행을 위해 김황식 전 총리에게 대선 출마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총리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부터 비대위원장 후보군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바 있고, 호남 출신인 만큼 지역적 측면에서 다른 인사들보다 확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특히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김 전 총리와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자유한국당이 황 대행과 홍 지사, 김 전 총리 등의 ‘3파전’을 구상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어쨌든 황 대행의 불출마로 자유한국당 경선이 사실상 홍준표 경남지사의 ‘독주 체제’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동시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에게도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0명 이상의 대선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유의미’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사람은 황 대행과 홍 지사 단 둘 뿐이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8~9일 1,014명 대상, 응답률 8.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황 대행은 21.7%로 압도적 1위를 달렸으며 홍 지사는 7.2%로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리서치의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10~11일, 4,280명 대상, 응답률 2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서는 보수 후보 중에서는 황 대행이 8.9%, 홍 지사가 2.9%를 기록했으며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1.4%의 지지를 받았다. 여권 후보 중 2, 3위를 달리던 유 의원 측에서는 황 대행의 불출마로 갈 곳 없어진 보수층의 표심이 결국 유 의원 쪽으로 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 유승민 캠프 고위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오늘 2가지 호재가 생겼다. 하나는 지상욱 의원의 합류고, 하나는 황 대행의 불출마”라며 “이젠 보수 지지층이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유 의원을 지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보수 후보 단일화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던 홍 지사가 자유한국당 후보로, 유 의원이 바른정당 후보로 선출돼 연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황 대행의 불출마가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또 다른 고비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 정권 심판이란 프레임이 아무래도 황 대행의 불출마로 인해 약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황 대행이 대선 판에서 사라졌기에 이른바 ‘반문연대’라는 제3지대 형성이 더욱 활성화할 수 있게 됐다. 실제 황 대행의 출마를 바라던 박 전 대통령 골수 지지층은 선택지가 없어진 상태다. 결국 확실한 야당 주자인 문 전 대표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는 생존본능으로 차선인 제3지대를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와 관련 “골수 친박 지지층 사이에 ‘집권은 틀렸지만 문 전 대표만은 막자’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며 “그 사람들이 전략적 투표를 통해 제3지대 후보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