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다당제· 결선제, 포퓰리즘 방어막 역할 '톡톡'
프랑스 대선(4~5월)과 독일 총선(9월)에서 극우 정당이 권력 확보를 노리고 있지만 선거제도상 현실적으로 집권은 어려우며, 권력을 잡는다고 해도 정책 추진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 다당제 네덜란드…PVV 이겨도 집권 미지수 네덜란드의 집권 자유민주당(VVD)은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 제1당 지위 유지가 확실시 된다. '반 유럽, 반 이민' 공약을 내건 극우 자유당(PVV)은 예상만큼 선전하지 못했고, 연정 구성에서도 사실상 배제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포퓰리즘 돌풍이 이어지는 패턴이 이번 네덜란드 총선에선 통하지 않았다고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가디언은 PVV가 극우 돌풍을 예고하고도 총선에서 패배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미국 대선, 브렉시트 국민투표와는 다른 네덜란드의 선거 시스템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선과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트럼프 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또는 '찬성 대 반대' 등 1대1 구도로 진행됐고 과반 득표만 하면 승리할 수 있는 '승자 독식제'다. 네덜란드 총선 방식은 이와는 정 반대다. 다당제가 정착한 네덜란드에서는 올해 총선에 무려 28개 정당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6개 정당이 전체 150석 가운데 각각 10석 이상을 확보할 전망이다.
PVV가 제1당이 돼도 집권까지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은 애초부터 많지 않았다. VVD를 포함한 주요 정당 모두가 극우 PVV와는 손을 잡지 않겠다고 진작 일축했기 때문이다. PVV가 권력을 획득해도 여러 당으로 구성된 연립 정부가 이들의 극우 정책 추진을 지원할 가능성은 낮다. EU 탈퇴 문제의 경우 법적으로 상하원 합의 없이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다. ◇ 브렉시트·트럼프와는 다른 프랑스·독일 선거 체계 프랑스는 의원내각제가 아니고, 대선을 통해 승자를 가리는 체제이긴 하다. 하지만 미국 대선, 브렉시트와는 다르다. 결선투표제에 따라 1차 투표를 통해 상위 2명을 거르고 결선에서 이들끼리 담판을 벌인다. 여론조사상 프랑스 극우 대선 후보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는 4월 23일 1차 투표 통과가 가능하다. 그러나 5월 7일 결선에서 중도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에게 완패한다고 나타난다. FN은 2002년 대선에서도 결선 투표에 진출한 바 있다. 당시 르펜 대표의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이 1차 투표를 통과했지만 결선에서 중도 우파인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에게 완패했다.
대통령이 된 르펜이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밀어 붙이려면 의회 승인이 필수다. 프랑스 헌법은 "공화국은 EU의 일부"라고 규정한다. 상하원이 허가해야 이 헌법을 수정할 수 있다. 영국은 보수당과 노동당이 정국을 주도하는 양당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르펜처럼 소수 극우 정당이 아니라 집권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앞장서서 추진했다. 9월 총선을 앞둔 독일은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다당제 연정이 익숙한 나라다.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은 지지율 상승세에 힘입어 사상 첫 연방의회 진출을 노리고 있다. AfD가 연방의회에 입성해도 연정 참여는 녹록지 않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과 제2당 기독사회당(CSU) 등 주요 정당이 AfD를 연정에 끼어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