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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탄핵?…'러시아와 내통' 일파만파

등록 2017-03-26 07: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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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럭 운전자 및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고 있다. 2017.03.24
【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지난 10일 일부 미국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물론 한국과 미국의 정치 상황이나 국민 정서 등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에서 당장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데 무게를 두긴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잘못하고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탄핵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난 요즘 워싱턴 정가 안팎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단초를 제공한 것은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었다. 그는 지난 20일 미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미 대통령 선거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너무 증오한 나머지 반대 측인 트럼프 후보를 지원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그는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캠프와 관련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조사 대상이 된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에선 즉시 “탄핵을 준비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워싱턴 밖에선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시민을 위한 표현의 자유(Free Speech For People)가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 탄핵 서명운동(impeachdonaldtrumpnow)에는 22일 현재 91만1144명이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간 내통 정황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우선 러시아 유착설 등으로 사임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대선 기간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미국의 대(對) 러시아 경제제재 문제를 논의했다. 플린 전 보좌관은 2015년에는 러시아 기업 등으로부터 강연료 등으로 6만8000달러(약 7696만원)를 받았다. 특히 4만5000달러는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는 방송사인 RT로부터 받아 논란이 됐다. 공무원이 외국기업에게 보수를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외국정부로부터 받는 것은 헌법 위반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캠프 선대위원장이었던 폴 매나포트는 러시아 정부 및 정보기관과 수시로 접촉한 사실도 미 정보당국의 도청에 의해 드러났다고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매나포트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친(親) 러시아 집권당 정치인들을 위해 정치자문을 해주는 대가로 무려 1270만 달러(약 140억 원)의 현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선대위원장직을 그만뒀다. 매나포트가 벨리즈와 키르기스스탄에 있는 은행계좌를 통해 야노코비치 전 대통령으로부터 돈을 받은 금융 서류가 최근 우크라이나 현직 국회의원에 의해 공개된 바 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대선 기간에 러시아 대사와 접촉했으면서도 지난 1월 인준청문회에서 러시아 대사와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위증 논란이 일었다. 그는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미 주재 러시아 대사를 만난 사실이 청문회 이후 드러났고, 마지못해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간 유착설에 대한 그 어떤 수사에도 개입하지 않겠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대선 때 그의 선거 전략가로 활동한 로저 스톤은 러시아 대선 개입의 핵심인 해커 구시퍼(Guccifer)2.0과 접촉했다는 정보가 해외정보감시법(FISA) 영장에 적시됐다. 구시퍼2.0은 미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전국위원회(DNC)와 하원선거위원회(DCCC)를 해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용의자다.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간 접촉은 일단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것만해도 이 정도다. 앞으로 어떤 추가 의혹들이 제기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트럼프 캠프가 대선 승리를 위해 냉전시대 적국이었던 러시아와 접촉, 미 정치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사실상 ‘반역’에 가까운 행위라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그 같은 활동을 지시했거나,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도 방조했다면 탄핵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코미 국장이 “트럼프 캠프와 관련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조사 대상”이라고 발언한 것도 탄핵을 포함한 모든 정치적 상황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 ‘트럼프는 탄핵될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진보진영의 환상(fantasy)인가’라는 기사에서 대통령을 파면하기 위한 헌법 절차인 탄핵의 속삭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제기됐지만, 취임 2개월 만에 그 속삭임은 민주당 백일몽의 수준을 뛰어 넘어 열린 대화의 수준으로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탄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감안하면 일리 있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선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4일 언론에 의해 대통령 연설문을 비선실세인 최순실씨가 사전에 받아서 수정했다고 폭로되기 한 달 여 전부터 국정지지도가 떨어지고 있었다.

 같은해 9월 둘째주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서 33%로 나왔던 국정지지도는 최순실게이트가 터지기 직전인 10월 중순에는 26%로 떨어졌다. 이는 취임 이후 최저였지만, 최순실게이트 이후에는 결국 5%까지 급락하면서 국회에서는 급기야 12월9일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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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정원에서 트럭 운전자 및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지켜보는 가운데 바퀴 18개짜리 초대형 트레일러 운전석에 올라타 두 손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2017.03.24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가.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당시 지지율이 55%였지만, 2월에는 40%, 3월에는 37%로 떨어졌다. 특히 취임 2개월째인 3월 조사에서 37%가 나온 것은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초기 평균지지율보다 24%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역대 대통령들은 최소한 취임 1년간은 50%대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FBI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간 내통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거나, 언론 등을 통해 그와 관련된 추가 의혹이나 또 다른 스캔들이 보도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러면 미 상․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라는 여론의 압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하원 과반의 동의로 탄핵소추가 이뤄지며, 상원 출석의원의 3분의2가 탄핵 사유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야 탄핵이 결정된다. 대통령 탄핵시 상원은 연방대법원장을 의장으로 한다.

 전문가들은 “상원에서 전체 100석 중 민주당은 48석에 불과하다”면서 “따라서 트럼프 탄핵 여부를 결정할 대 공화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공화당 유권자들의 여론이고, 그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면 의회도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화당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는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현 상황에서는 범죄의 중대성과 경제 상황이 핵심이다.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미 헌법에는 탄핵 사유를 “반역, 뇌물 수수 또는 기타 중범죄와 경범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은 1968년 남북전쟁 후 남북 화해정책을 거부한 국방장관을 부당하게 해임했다는 등의 이유로 하원에서 탄핵 소추됐지만, 상원에서 1표가 부족해 탄핵을 면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 위증 혐의 등으로 탄핵 소추됐지만 상원에서 부결됐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탄핵 직전 사임했다. 

 미 CBS의 전 앵커 댄 래더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정부의 혼란을 10단계로 나누면 워터게이트는 9정도 될 것”이라면서 “현재 내 생각에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은 5~6 정도 어딘가에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각해지는 것 같다”고 올렸다. 결국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내통 의혹이 워터게이트 만큼의 폭발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 스캔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각종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지 않고 대통령직을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경우에도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경제까지 좋지 않을 경우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일자리가 늘어나고 실업률이 소폭 감소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월스리트저널이 전문가 60여명을 대상으로 한 3월 조사에 따르면 미 경제는 올해 2.5%, 내년 2.4% 성장하다가 2019년부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 수준인 2.1%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됐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각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빠른 성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최근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여부는 언제든 터지는 '시한 폭탄'이라는 얘기다. 

 alway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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