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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아빠는 딸' 윤제문, 대중과 영혼 체인지가 필요한가?

등록 2017-04-24 06:50:00   최종수정 2017-04-24 06: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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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아빠는 딸’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2010년 겨울을 뜨겁게 달군 김은숙 작가의 SBS TV 드라마 ‘시크릿가든’. 재벌 3세인 남주인공 ‘김주원’(현빈)과 스턴트우먼인 여주인공 ‘길라임’(하지원)의 영혼이 뒤바뀌며 벌어지는 일을 그려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해 겨울 한국과 중국 극장가까지 석권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 역시 도쿄 소년 ‘타키’와 시골 소녀 ‘미츠하’의 영혼이 서로 뒤바뀌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번에는 ‘영혼 체인지’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나왔다. 지난 12일 개봉한 윤제문, 정소민의 ‘아빠는 딸’이다.

 장르가 다르다 해도 영혼 체인지를 소재로 이미 히트한 대중문화 작품이 두 편이나 나온 뒤여서 아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일본 작가 이가라시 다키하사의 소설 ‘아빠와 딸의 7일간’을 원작으로 한다. 이미 일본에서 2007년 드라마로 방송해 히트했다. 즉 ‘시크릿가든’이나 ‘너의 이름은’과 비교해 이 영화의 원작이 더 오래된 셈이다.

 게다가 ‘아빠는 딸’은 지난해 이맘때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주연배우 윤제문이 그해 5월 음주운전 파문을 일으키면서 개봉을 1년 가까이 지연했다. 최소한 ‘너의 이름은’보다는 이 영화가 먼저 영혼 체인지를 국내에 다시 선보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빠는 딸’의 내용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그대로다.

 “공부해라” “일찍 다녀라” 등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화장품 회사 만년 과장 아빠 ‘원상태’(윤제문)와 아빠와 대화하는 것 등 세상만사가 다 싫어도 선배 ‘강지오’(이유진)는 너무 좋은 여고생 딸 ‘원도연’(정소민).

 하필이면 딸이 꿈꾸던 첫 데이트가 현실이 돼가던 찰나, 아빠가 그토록 바라던 승진 기회를 잡나 싶던 그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다. 두 사람의 몸이 뒤바뀐 것,

 서로의 몸으로 살아야 하는 원씨 부녀. 서로의 목표와 꿈을 이루도록, 아니 최소한 망치지 않도록 부녀는 합심해 상상을 초월한 노력을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꼬여만 간다.

 엄마와 딸도 아닌, 아빠와 딸이 영혼 체인지를 하다 보니 러닝타임 115분 내내 포복절도할 에피소드가 줄을 잇는다. ‘연기파’ 두 배우, 윤제문과 정소민은 능청맞은 연기로 극장을 뒤집어 놓는다.

 그러나 웃기는 상황만 늘어놓는다면 굳이 아빠와 딸을 바꿔놓을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이들 부녀는 영혼 체인지를 한 7일 동안 서로의 사생활은 물론 마음마저 엿보게 되면서 그간 서로 몰랐던, 아니 외면했던 사실까지 점점 알아간다.

 이어 서로를 향해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고, “아빠와 결혼하고 싶다”던 어린 도연과 그런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30대 중반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이 영화가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가족애와 더불어 소통과 이해,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다.

 그런 주제의식이 통했던 것일까.

 막강한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 한 명 없이도, 비수기에도, 같은 날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감독 F. 게리 그레이)와 3월16일부터 장기 흥행 중인 ‘미녀와 야수’(감독 빌 콘돈)라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틈바구니에서도 이 영화는 개봉 이후 흥행 2위를 고수하며 23일까지 54만 명 넘는 관객을 모았다.

 5월 ‘가정의 달’까지 생존할 발판을 다진 셈이다. 영화 관계자들이 1년이라는 힘든 기다림을 보답받는 것 같아 이 영화를 재미있고 흐뭇하게 본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다행스럽다.

 그래서 한 가지 짚고 가고 싶은 것이 있다. 영화 개봉 직후 터져 나온 윤제문의 음주 인터뷰 파문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윤제문은 전날 밤 마신 술이 제대로 깨지 않은 상태로 인터뷰에 나와 기자와 갈등을 빚었다. 이미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그였기에 더욱 구설에 올랐다.

 상대역 정소민, 이 영화가 데뷔작인 김형협 감독 등 이 영화 관계자들이 이 사실로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지는 명약관화하다.

 윤제문이 주로 해온 액션물이나 범죄물 속 악역이었더라도 문제가 됐을 텐데 가족영화에서, 그것도 주인공인 아빠 역할이니….

 만일 윤제문이 영화 관계자나 자신을 지켜보는 대중과 7일, 아니 7분이라도 영혼 체인지를 하게 된다면 그런 마음을 깨달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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