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대]'재벌 개혁'에 초점 맞춘 기업 공약들은
문 대통령이 정경유착 근절과 재벌개혁 등을 핵심 경제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산업계는 이 것이 언제 어떻게 정책에 반영될지 주목하면서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10일 정치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승계 및 '황제경영' 등을 근절하기 위해 기존의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계열 공익법인이나 우회출자를 통한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여러 차례 선언한 만큼 문 대통령은 "재벌의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고,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그의 주요 기업 정책 공약을 보면 ▲상법개정안 추진▲지배구조불공정거래 근절▲기업범죄 처벌 강화 ▲금산분리 등 재벌 개혁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분위기다. 우선 상법개정안은 대기업이 가장 부담스럽게 느끼는 공약 중 하나다.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전자투표·서면투표제도입, 지주회사요건과 규제 강화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지분 30%(또는 50%) 이상을 보유한 모기업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집중투표제는 등기이사를 선출할 때 후보별로 1주당 1표씩 던지는 게 아니라 1주당 뽑을 이사 수만큼의 투표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줄 수 있도록 하는 소수 주주권 보장 제도다. 이런 상법 개정안은 '기업 옥죄기'로 경영권을 침해하고 투자를 위축시킬 것으로 재계에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지주사 규제 강화 카드도 들어있다. 그는 대기업 지주사 자회사의 지분 의무보유비율을 강화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현행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보유기준인 상장사 20%, 비상장사 40%보다 높이는 방안이다. 문 대통령은 공익법인, 우회출자 등을 통한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이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린 공정위 조사국을 12년 만에 부활시켜 재벌 개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횡령·배임 등 기업범죄에 형량을 강화하고 사면권을 제한 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아울러 문어발식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을 점차 재벌지배에서 독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은행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금산분리를 보험·카드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롯데·삼성 등 그룹 내 금융 계열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그는 유세과정에서 기업 현실을 반영해 일부 공약을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바 있다. 그는 기존 순환출자기업 해소에 대해서는 '즉시 해소'가 아닌 '임기 내 단계적 해소'를 약속했다. 법인세 인상도 현재 22%에서 25%로 올리는 안을 거론하면서도 '재원 부족 시'라는 단서를 달았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공약을 기반으로 정경유착을 차단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재벌 개혁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다. 특히 그는 특권과 특혜 철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기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기업들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 향후 어떤 파장을 낳을지 다각적인 분석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5년간 경제·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4대 그룹 등 재계 일각에선 "재벌개혁 공약이 자칫 기업의 경제 활동을 억누르고 투자·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규제뿐 아니라 기업 활동도 더 잘하게 할 수 있는 장치나 기업가정신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함께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