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맛볼까]일본서 라멘 안 먹어도 되네…연희동 '멘야산다이메'
기자는 2000년대 중반께 마침내 서울에서 라멘을 처음 먹었다. 이 땅에서도 라멘을 먹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처음에는 신기했고. 그 다음부터는 즐거웠다. 국내에서 라멘 열풍이 일자 이를 판매하는 가게는 급증했지만, 기자는 오히려 라멘과 멀어졌다. 왠지 맛이 획일화, 단순화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일본에 출장이나 여행을 가서 다른 음식도 아닌 라멘을 먹고 또 먹은 이유가 바로 보상심리이자 한풀이였던 셈이다. 본고장이 아니니 일본 만화 '라멘왕'에 나온 것처럼 장인 정신으로 중무장하고 고유의 맛을 내는 라멘집들을 만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라멘이 라면이 돼서야 되겠나 싶었다. 오히려 라면으로 갖가지 시도를 하는 분식계 맛집들을 섭렵하는 것이 낫다고까지 생각하게 됐다. 후배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괜찮은 라멘집이 있다고 귀띔했을 때 기자가 미적거렸던 이유도 그 후로도 오랫동안 쌓인 실망감이 너무 컸던 탓이다. 하지만 가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 "이건 무슨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지?"라면서 마지 못해 따라나섰다. 내로라하는 맛집들이 즐비한 연희동에 도착하니 마치 일본 현지에서 순간 이동해온 듯한 아담한 가게가 있다. 가게 앞에는 한글은 한 글자도 없고 한자와 히라가나로 상호가 쓰여 있다. '麺屋三代目(멘야산다이메)다. 우리 말로 풀이하면 '삼대째 면 요리 집'.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에서 시작해 서울 종로구 대학로, 용산구 이태원동 등에서 인기 높은 라멘 브랜드의 연희동 매장이다.
이곳은 멘야산다이메의 여타 매장과 크게 다르다. 점심에는 라멘 등 식사류만 팔지만, 저녁부터는 이자카야를 겸해 식사 외에 각종 술과 안주류도 판매한다. 찾아간 때가 오후 9시께라 자연스럽게 라멘과 안주를 주문했다. 라멘은 '라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미소 라멘'(7500원)과 색다른 스타일의 '츠케멘'(8000원) 등을, 안주 겸 반찬으로 '치킨 가리아게'(1만5000원), '차슈 야키'(1만원), '일본식 교자'(3000원) 등을 시켰다. 먼저 미소 라멘을 조심스럽게 먹어봤다. 결론부터 말해 '이 집을 내가 이제야 왔을까'였다. 쫄깃하면서 탱탱한 면발과 진한 국물이 20여 년 전 도쿄 신주쿠 뒷골목 허름한 라멘집의 아련한 기억을 끌어올렸다. '라멘왕'의 각 에피소드에서 자주 봤던 장면이 내게도 일어났다. 뒤에 알았지만, 이 집에서는 모든 메뉴를 직접 뽑은 면(자가제면)과 손수 돼지 뼈 등 각종 재료를 넣고 24시간 이상 끓여낸 베이스 육수로 만든다. 매장이 여러 개니 공장화해 인스턴트화하는 것이 이윤을 극대화할 텐데 이 집은 미욱스러울 정도로 현지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사실 기자가 발길을 끊은 국내 많은 라멘집과 이 집의 차이가 바로 이것인 셈이다. . 이어 츠케멘이다. 면 따로, 차가운 육수 따로 나오는데 면을 집어 육수에 담갔다(츠케) 먹는다. 맛이 일품일 뿐만 아니라 요즘같이 덥고 탁한 날씨에 기분을 탁 틔워주기에 충분했다.
아 참, 후배가 디저트 삼아 꼭 한 번 먹어봐야 한다고 시켜준 '허니 토마토(6000원)'도 빠뜨릴 수 없다. 방울 토마토를 꿀에 절인 것으로 입에 넣는 순간부터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주류로는 일본식 칵테일 '사와'가 대표적이다. '자몽 사와' '레몬 사와' 등이 있다. 각 한 잔 5000원. 또한 '카쿠 하이볼'(6000원), '산토리 생맥주'(8000원), '후부키'(작은 병 기준 1만원)를 비롯한 사케 10여 종 등을 준비한다. 총 26석. 연중무휴로 영업시간은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50분~오후 10시, 화~일요일 정오~자정이다. 주차는 건물 뒤편과 지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