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하리'로 돌아오는 차지연 "모성애로 공감해요'
'보컬 여신'으로 통하는 뮤지컬스타 차지연(35)이 아들 출산 이후 뮤지컬 '마타하리'의 타이틀롤을 맡아 컴백한다. 지난해 뮤지컬 '위키드'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이중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 실화가 바탕이다. 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라는 본명을 지닌 마타하리는 실제 군인과 결혼 후 자바섬에서 딸과 아들을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타하리는 뮤지컬에서 자신이 사랑한 유일한 남자인 파일럿 아르망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도중 아이 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최근 청담동에서 만난 차지연은 "연습을 하면서 그 장면을 비롯해 마타하리의 모든 삶의 과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렇지 않았으면 뇌쇄적인 면만 부각됐을 것이다. 남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심적으로 더 깊은 부분에서 공감을 해야한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지난한 인생을 산 마타하리의 두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느새 눈시울을 붉힌 차지연은 2015년 11월 4세 연하의 뮤지컬 배우 윤은채와 결혼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11월 아들을 얻었다.
동명 영화로 유명한 이청준 원작의 '서편제'는 '송화'를 한 맺힌 소리꾼으로 만들기 위해 억지로 시력을 잃게 하는 아버지 '유봉'의 이야기다. 차지연은 '송화'를 맡았다. '서편제'가 너무 특별하게 다가왔다는 멘첼은 이제 딸이 아닌 어머니가 된 차지연을 향해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람이 됐다"고 했다. 그동안 주로 팜 파탈로 인식됐던 마타하리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기대감이 드는 이유다. 다음달 16일부터 8월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재공연하는 '마타하리'는 지난해 초연됐다. 그간 주로 유럽 라이선스 뮤지컬을 선보인 EMK뮤지컬컴퍼니가 처음 선보인 대형 창작뮤지컬이다. 초연 개막 8주 만에 10만 관객을 끌어모았고,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2개 부문'(프로듀서상·무대예술상)과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3개 부문(올해의 뮤지컬상·무대예술상·여자인기상)을 석권했다. 인터파크의 제12회 골든티켓어워즈에서는 골든티켓 대상을 받았다.
1차 세계대전이라는 위험하고 참혹한 시대적 배경을 강화해 마타하리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스파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힘을 싣겠다는 각오다. 사전에 공개된 티저 이미지에서 짧은 레드 드레스로 섹시함과 강렬함을 뽐낸 차지연은 이날 빨간 원피스로 출산 이후에도 여전한 미모를 뽐냈다. 하지만 그는 "외형적인 모습보다 내면의 아픔이나 그걸 토해내는 데 근접하고 싶다"고 했다. "마타하리는 사회적인 희생양이었어요. 그녀의 안타깝고 애절한 삶을 잘만 표현하면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사전조사를 통해 당시 시대 배경을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상황 자체가 주는 감정에 이입되고 싶다고 했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이라면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이든 기쁨, 슬픔, 원망은 다 있잖아요."
특히 무희가 되기 전 마타하리는 수많은 사람, 특히 남자들에게 상처와 아픔을 겪은 인물이다. 차지연은 이런 점을 고려한 공감대를 찾고 있다. "마타하리가 사람을 의심하고 쉽게 믿지 못하는 이유죠. 반면 아르망을 대할 때처럼 관계에서 빛이 반짝하는 순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여자이기도 해요. 공허하고 외롭기 때문이죠. 부, 명예 등과 상관없이 자신의 영혼을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을 거예요." 작곡자인 와일드혼은 걸출한 가창력으로 내로라하는 차지연의 목소리에서 마타하리의 이런 다양한 면모를 봤다. 2013년 와일드혼의 '카르멘'에 차지연이 출연했을 당시 그녀의 목소리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마타하리' 역에 차지연을 고려한 이유다. 앞서 '카르멘'과 '몬테크리스토'를 통해 와일드혼의 노래와 호흡을 확인한 차지연은 "이번 '마타하리' 노래는 두 뮤지컬을 합해 놓은 듯 파워풀하고 우아해요"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엠넷 '쇼미더머니3'(2014)에서 래퍼 바스코의 무대에 깜짝 출연했을 때, 영화 '해어화'(2015)에서 국민가수 이난영을 맡았을 때, MBC TV '복면가왕'에서 '여전사 캣츠걸'(2015~2016)로 세간에 화제가 됐을 때 그녀는 최고의 신스틸러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번에 뮤지컬스타 옥주현과 함께 '마타하리'를 번갈아 연기하지만 비교보다는 시너지를 기대하는 이유다. 하지만 차지연은 정작 "과대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손사래를 쳤다. "제가 가진 것에 비해 큰 사랑을 받는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두려움이 커요. 잘 준비가 되지 못한 채 나와서 실망을 안겨 드릴까봐요. 그래서 확신을 갖지 못하면 작품을 결정할 수 없죠. '마타하리'는 힘들지만 그 확신을 찾고 있어요. 저만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마타하리처럼 여행을 하고 있죠."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