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그룹 '이엑스피 에디션' "재미 아냐…죽기살기로 하고 있어"
1년전 상륙…싱글 '필 라이크디스' 발표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안녕하세요. 이엑스피 에디션(EXP Edition)입니다!" 외국인으로만 이뤄진 4인조 K팝 그룹 '이엑스피 에디션'은 팀명을 큰 소리로 외친 뒤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이른바 '아이돌 그룹 인사법'이었다. 멤버 헌터·코키는 미국, 시메·프랭키 각각 크로아티아·포르투갈 출신이다. 이들을 만난 곳은 영등포 신길동이었다. 관광 오는 외국인도 한 명 없을 주택 단지 한가운데 '이엑스피 에디션'의 연습실과 숙소가 있다.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이 '쟤네 왜 여기 있지?'라고 생각하는 눈치였어요. 이제는 카페에 가고 장을 보러 가도 다들 익숙해져서 어딜 가나 반갑게 맞아주세요."(웃음)
"꿈을 꾸는 것 같아요. 무대에 올랐다가 숙소로 돌아와 방 청소를 하면서 앞서 했던 공연을 떠올려요. 그러면 내가 정말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나죠." 시작은 팀명처럼 '실험'(experiment)이었다. 2014년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하던 김보라씨는 평소 K팝에 관심이 많던 아시아계 친구들과 '아임어비비'(IMMABB, I’m Making A Boy Band)라는 회사를 만들어 오디션을 열고, 팀을 만들었다. 논문의 일환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각각 배우·모델·뮤지컬배우 등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던 K팝 팬인 네 남자를 한 데 모았고, '이엑스피 에디션'의 한국 상륙까지 이어졌다. "저희는 항상 K팝 그룹이었어요. K팝의 중심인 한국에 가서 활동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죠. K팝을 하면서 한국 문화를 배우지 않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꼭 한국에 와야 했어요." 'K팝'이라는 말은 흔히 쓰이지만, 그만큼 모호하기도 하다. 특정 장르를 일컫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일종의 분위기처럼 느껴지도 한다. 반대로 이 분위기만 있다면 K팝은 어떤 장르이건, 어떤 언어로 쓰이든 상관 없는 확장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들의 이런 시도를 대중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K팝의 확장을 달갑지 않아 할 이들은 없다. 음원 사이트 멜론에는 "신선한 시도다" "호기심으로 들었는데, 노래가 좋다" "K팝을 사랑해줘서 고맙다" 등의 댓글이 달려있다. 그러나 '이엑스피 에디션'의 행보에 의문을 보내는 시선도 있다. 화제성 이벤트 이상의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매년 수십 개의 아이돌 그룹이 무대 한 번 제대로 가져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현실도 이들의 미래를 마냥 낙관할 수 없게 한다. '이엑스피 에디션'은 "3년 전에 시작할 때부터 들었던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3년 이상 해오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K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저희의 시도를 보면서 용기를 가졌다고 말해줍니다. 왜 그런 도전을 하냐고 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응원해줘요. 그런 분들에게서 많은 힘을 얻고 있어요." 이들은 그러면서 "재미로만 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말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한국에 왔어요. 뉴욕에 있는 가족과 친구도 볼 수 없는 상황이죠. 저희는 바닥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꼭 성공하고 싶어요. 성공하지 않으면 안돼요. 저희도 죽기 살기로 하고 있어요."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