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北무인기, 항속거리 2배로···엔진 비정상으로 추락
"北 무인기, 출발·복귀 지점 북한 금강군 일대" "국방부, 명백한 군사도발···유엔사에 조사 요청" "폭약 탑재해도 위력 발휘하긴 어려워" "탄저균 공격 가능하나 北 기술 획득 가능성 낮아"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국방부는 지난 9일 강원 인제 지역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가 북한의 소행임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무인기는 지난 2014년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의 무인기와 유사한 기종이지만, 항속 거리가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는 이날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은 발견된 소형 무인기의 비행경로 등을 분석하여 명백한 과학적 증거를 통해 '북한의 소형 무인기로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방부가 지난 9일 인제 지역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를 발견한 당일부터 중앙합동정보조사팀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조사한 결과, 북한 소형 무인기는 지난달 2일 북한 금강군 일대에서 발진해 군사분계선 상공을 통과, 사드가 배치된 성주 기지에서 회항한 후 강원도 인제군 남면에 추락했다. 군이 회수한 엔진을 시험해본 결과, 무인기는 엔진 비정상 작동으로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인기는 북한 강원도 금강에서 경북 성주까지 약 266㎞, 성주에서 인제군까지 약 224㎞를 비행해 총 비행거리는 490㎞에 달한다. 한 군 관계자는 이 무인기가 추락하지 않고 계속 비행했다면 최대 600㎞까지 비행할 수 있었을 거라고 분석했다. 비행고도는 해발 2.4㎞로 확인됐다. 시각별로 무인기는 북한 강원도 군사분계선 북방 약 7㎞ 지점인 금강 일대에서 지난 달 2일 10시께 무인기 발사돼, 10시17분께 군사분계선 통과, 오후 1시9분께 경북 성주 사드 기지 촬영 후 회항해 오후 3시33분께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 추락해 총 5시간30여분을 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무인기는 2014년 백령도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한 형상을 띄고 있다. 인제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백령도 무인기에 비해 날개폭이 약 40㎝커진 2.86m이다. 이 무인기는 또 항속 거리를 늘리기 위해 연료탱크 용량을 2배 이상 키우고 배터리 용량도 2배 정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무인기 탑재장비 동작을 위한 2개의 리륨폴리머트 축전지가 전원을 공급하는데, 용량은 각각 5300㎃/h로 백령도 것에 비해 2배 이상이다. 인제 무인기에 사용된 엔진은 체코 로토모터사의 50V2 모델로 2개의 실린더가 마주보는 2기통의 50㏄ 가솔린 엔진이며, 플라스틱 재질의 이엽 프로펠러가 장착됐다. 연료탱크 용량은 7.47ℓ로 백령도 무인기의 2배 이상이다. 이 무인기는 백령도 무인기와 유사한 형태로 비행조정컴퓨터가 비행계획에 따른 항로점 자동비행과 고도, 속도 등을 유지하는 자동조정보조와 GPS수신기 등을 내장한 아이오보드로 구성돼 있다. 또 이 무인기에 장착된 카메라는 소니 A7R 모델로서 35㎜ 단초점렌즈가 장착돼 있다. 비행조정컴퓨터는 캐나다 마이크로파일럿사 제품으로 백령도 것과 같다. 사전 계획된 항로점을 지나면 비행조정컴퓨터는 촬영 명령을 보내게 되며 연동모듈은 이 신호에 따라 적외선 리모컨과 같은 신호를 발생해 촬영하는 방식이다. 무인기에 저장된 사진은 총 555매로, 4매는 흐릿한 형태로 비행 전 지상 점검 과정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551매는 비행 중 촬영한 사진이다. 앞서 2014년 백령도 무인기가 중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우리 정부가 당시 중국 정부 측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이번에 발견된 인제 무인기가 백령도 무인기와 유사한 형상을 갖고 있어 이번에도 중국 쪽에서 들여온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무인기에 사용된 서버 구동기의 경우 국산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체코에서 제작된 엔진, 일본산 카메라와 캐나다산 비행조정컴퓨터뿐만 아니라 미국산 GPS와 스위스산 GPS수신기, 일본산 RC수신기 등의 부품이 사용됐다.
한편 군 관계자는 이 무인기에 폭약 등의 무기를 탑재해 인명을 살상할 가능성에 대해 "카메라 떼고, 돌아가는 걸 포기하고 연료를 절반만 싣고 남쪽으로 최대한 멀리 보낸다면 적어도 비행기를 한 300㎞ 정도 날릴 수 있다"면서도 "다만 폭약의 위력이나 이런 걸 감안했을 때 그 정도의 폭약으로 정확한 지점에 투척을 해서 위력을 발생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군은 또 생화학 무기를 무인기에 탑재해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서 북한이 보유한 13종의 생화학 물질 중 탄저균을 제외한 12종은 대기 중에 노출되면 자외선에 의해 소멸되는데, 탄저균은 포자화해 무기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탄저균 포자화 기술은 미국과 러시아 정도만 보유한 고급 기술이라, 북한이 이 기술을 획득할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는다. 국방부는 "이번 북한의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불가침 합의를 위반한 명백한 군사도발"이라며 "우리 군은 북한의 이번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며 모든 도발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은 정전협정에 따라 이번 북한의 도발과 관련하여 유엔사에 조사를 요청하였으며, 조사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우리 군은 지난 2014년 북한 무인기 침투사건 이후 소형무인기를 새로운 군사위협으로 간주하여 방공작전태세를 보완하고, 대응전력을 적극 보강해 나가고 있다"며 ▲무인기 대응 작전수행체계를 정립 및 합동방공훈련 강화 ▲소형무인기 탐지 및 무력화 무기 체계 전력화 계획 ▲무인기 탐지 레이더 및 타격장비 운용 ▲신형 국지방공레이더와 신형 대공포, 레이저 대공무기 전력화 추진 등 추후 대책을 밝혔다. 이어 "소형무인기 전용 무기체계가 전력화되기 전까지는, 제한되지만 현존전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대공방어대책을 강구해 나가고 있다"며 "군 지상감시 레이더와 열상탐지장비(TOD) 중 일부를 대공감시용으로 전환하여 전력화 이전까지 임시 운용하고 있으며, 후방지역에 있는 국지 방공자산(비호)을 전방지역에 추진 배치․운용하는 등 현존 탐지 및 타격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또 "아울러, 대통령께서도 지난 13일 한미연합사령부 방문시 북한 무인기 위협 및 도발에 대하여 우리 군의 대응체계 구축을 특별히 강조하신 바 있다"며 "이에 따라 우리 군은 무인기 침투 등 북한의 다양한 도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현존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추가적인 보강전력 확보를 가속화하여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