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짐, 잘 지키고 있습니까"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한 해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벌써 7월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쯤 되면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해 무엇인가 꼭 이뤄보겠다는 새해 목표나 다짐, 잘 지켜지고 있습니까. 필자 역시 이 물음에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습니다. 필자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새해 목표와 다짐은 늘 한결(?)같습니다. 몇 년째 바뀌지도 않습니다. 매일 2시간씩 운동하기. 식상할 법도 한데, 해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다이어리 첫 페이지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빛바랜 다짐이 적혀있습니다. 바쁘고 불규칙한 생활을 한 탓일까요, 아니면 의지 혹은 끈기가 부족한 걸까요. 올해 다짐도 어딘가 처박혀 있을 다이어리 밖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합니다. 올해 다짐이 이미 ‘작심삼일’로 끝난 건 아닌지, 새로운 의지를 다지며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있는 건 아닌지 중간 점검이 필요한 때입니다. 취재원과 독자들에게 새해 다짐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오는 12월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지방간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몸이 망가졌다. 업무가 영업 쪽이다 보니 사람을 자주 만나고, 술을 마시는 게 일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3~4번 술을 마신다. 안주 역시 고기 등 고열량 음식이다. 직장생활 7년 동안 체중은 78㎏에서 90㎏으로, 10㎏ 이상 늘었다. 조금만 걸어도 발목과 무릎에 통증을 느꼈다. 10㎏ 감량을 새해 목표로 정했다. 여느 걸 그룹 못지않은 식단과 운동 계획을 짰다. 배에 '王'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식단 조절과 꾸준한 운동으로 입사 전 몸무게로 돌아가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실내자전거도 구입했다. 목표를 세운 뒤 처음 몇 주 동안 달걀과 닭가슴살, 바나나 등을 먹었다. 또 틈틈이 동영상으로 배운 요가 동작을 어설프게나마 따라 했고, 매일 30분 넘게 실내자전거도 탔다. 업무 특성상 잦은 외식이 많은 탓에 식단을 꼬박꼬박 지키지는 못했다. 갈수록 운동 시간도 줄었다. 반년이 지난 현재, 실내자전거는 거실 한구석에 장식품처럼 서 있다. 아내는 빨래 건조대로 사용한다. - 강지훈(36·대형 의료설비 영업직) ◇I'm Fine Thank You, And you? 외국인이 말을 걸면 나도 모르게 움츠러 들었다. "Sorry, no speak english(죄송합니다. 영어 못해요)"라고 속으로 중얼거릴 뿐, 끝내 입을 떼지 못했다. 명색이 대학생인데, 부끄러웠다. 취업에 필요한 새로운 토익시험에 말하기 평가가 추가됐다. 무엇보다 외국인 앞에서 더는 움츠러 들고 싶지 않았다. 1월 1일 떠오르는 해를 보며 '가족 건강' 다음으로 '영어회화 완전 정복'을 빌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3개월 과정 원어민 영어회화 새벽반에 등록했다. 한동안 새벽 별을 보며 영어학원 문턱을 드나들었다. 첫 수업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How are you?'라는 원어민 강사의 인사에 잽싸게 "I'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대답했다. 문법 위주 위주의 영어 교육 한계를 실감하던 순간이었다. 3개월 과정을 마친 뒤 현재 중급반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자신감도 조금씩 쌓아가고 있다. 올해는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정작 취업을 하더라도 영어로 입 뗄 기회가 얼마나 될까 여전히 의문이기는 하다. - 김보경(23·대학생) ◇푼돈모아 목돈 '푼돈 모아봐야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문제였다. 취직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변변한 저축 통장이 단 한 개도 없다. 입사 초기 무심코 지출하는 푼돈의 무서움을 미처 몰랐다. 올해는 푼돈을 아껴서라도 꼬박꼬박 저축해 목돈을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했다. 새해 첫 달,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에서 월 100만 원씩 내는 만기 3년 정기적금에 가입했다. 뿌듯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별 고민 없이 돈을 쓰던 습관이 문제다. 커피값부터 담배값까지.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푼돈을 말 그대로 푼돈처럼 썼다. 이 기회에 담배도 끊었다. 오늘도 중도에 포기해버리고 싶은 유혹이 계속된다. '중간에 해지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이 시험대에 오른다. 3년 후 목돈을 받을 생각으로 꿋꿋하게 참는다. 3년 후에는 꼭 결혼하고 싶다. - 박경원(31·홍보대행사) ◇야동 끊고, EBS 강의 집중 친구가 단톡방에 '야동(야한 동영상)'과 '야사(야한 사진)'를 올린 게 중독의 시작이었다. 노골적 성행위 장면을 담은 야동은 왕성한 호기심을 더욱 부추겼다. 왜곡된 성문화와 건강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야동 속 헐벗은 여자 주인공만이 수시로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느 날은 칠판을 휘젓고 다닌 적도 있다. 갈수록 컴퓨터에 저장된 야동은 늘었고, 성적은 떨어졌다. 불끈불끈 솟는 욕망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내년이면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되는데, 걱정이 앞섰다. 한 번 곤두박질친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올 초 문득 이렇게 살다가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할 수 있겠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 몰래 컴퓨터에 저장된 야동을 모두 삭제했다. 불끈불끈 솟는 욕망을 절제(?)하기 위해 농구 동아리에서 가입했다. 지금은 단톡방에 올라온 야동과 야사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바닥까지 떨어진 성적을 끌어 올리는데 에너지를 쏟아야한다. - 최모군(16·중학생)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