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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5년만에 소설 '바깥은 여름' 출간

등록 2017-06-28 14:06:41   최종수정 2017-07-11 09: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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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 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173쪽)

소설가 김애란(37)씨가 5년 만에 '바깥은 여름'을 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와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포함해 7편의 단편이 실렸다.

가까이 있던 누군가를 잃거나 어떤 시간을 영영 빼앗기는 등 상실을 맞닥뜨린 인물의 이야기, 친숙한 상대에게서 뜻밖의 표정을 읽게 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스러움, 언어의 영이 사라지기 전 들려주는 생경한 이야기들이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펼쳐진다.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대다수 작품들은 최근 3~4년간 집중적으로 쓴 것이다. 그녀는 수록작 가운데 한 편을 표제작으로 삼는 통상적인 관행 대신 소설집에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나는 늘 당신의 그런 영민함이랄까 재치에 반했지만 한편으론 당신이 무언가 가뿐하게 요약하고 판정할 때마다 묘한 반발심을 느꼈다. 어느 땐 그게 타인을 가장 쉬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한 개인의 역사와 무게, 맥락과 분투를 생략하는 너무 예쁜 합리성처럼 보여서. 이 답답하고 지루한 소도시에서 나부터가 그 합리성에 꽤 목말라 있으면서 그랬다."(200쪽)

"위안이 된 건 아니었다. 이해받는 느낌이 들었다거나 감동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시리로부터 당시 내 주위 인간들에게선 찾을 수 없던 한 가지 특별한 자질을 발견했는데, 그건 다름아닌 '예의'였다."(238쪽)

저자는 "누군가의 손을 여전히 붙잡고 있거나 놓은 내 친구들처럼 어떤 것은 변하고 어떤 것은 그대로인 채 여름을 난다"며 "하지 못한 말과 할 수 없는 말, 해선 안 될 말과 해야 할 말은 어느 날 인물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물이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말은 무얼까 고민하다 말보다 다른 것을 요하는 시간을 마주한 뒤 멈춰 서는 때가 잦다. 오래전 소설을 마쳤는데도 가끔은 이들이 여전히 갈 곳 모르는 얼굴로 어딘가를 돌아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들 모두 어디에서 온 걸까. 그리고 이제 어디로 가고 싶을까. 내가 이름 붙인 이들이 줄곧 바라보는 곳이 궁금해 이따금 나도 그들 쪽을 향해 고개 돌린다." 272쪽, 문학동네, 1만3000원.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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