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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핵소 고지' 속 도스 같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기대해볼까

등록 2017-07-02 06:50:00   최종수정 2017-07-02 18: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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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할리우드 영화 '핵소 고지'(감독 멜 깁슨)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지난 6월15일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모(22)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른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병역법에서 처벌 예외사유로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고 판시했다.
 
신씨는 2015년 11월 소집통지서를 받았지만,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앞서 1심은 "신씨가 신에게 죄를 짓는 행위라고 믿는 군대 입영을 무조건 강제하는 것은 인격적 존재가치를 허무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뿐만 아니라 양심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1심 판결을 깨고 신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고, 대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신씨는 재판 과정에서 "대체복무 등 병역이 아닌, 다른 방법이 마련되면 국방 의무를 즉시 이행하겠다"고 진술했지만, 결국 영어의 몸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는 "현역 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기간 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 병역법 88조(입영의 기피 등)만 있을 뿐 '대체복무제'가 없는 탓이다.

 이 판결로 다시 논란이 일자 국가인권위원회는 6월27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국방부 장관에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정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또 국회의장에게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국회에 발의된 '병역법 개정안'에 대체복무심사기구의 독립적 운영, 공정성 확보 명시 등 일부 내용을 보완해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이 뉴스들을 접하며 떠올린 영화가 지난 2월22일 국내 개봉해 약 18만 명에게 잔잔한 감동 속에 강한 울림을 준 할리우드 전쟁 영화 '핵소 고지'(감독 멜 깁슨)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제7일 안식일 예수재림교 신자로 비폭력주의자인 '대드먼드 도스'(앤드루 가필드)는 전체주의에 맞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다른 미국 젊은이들처럼 입대한다.
 
체력도 좋고 용기도 있는 그였으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종교적 이유로 '집총'을 할 수 없는 것.
 
그는 육군 의무병이 되려 했으나 의무병도 군인이므로 총을 들어야 한다.
 
도스가 이 역시 거부하자 미군은 '총을 들지 않으면 다른 병사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그에게 귀가를 명한다. 
 
결국 그는 군사재판까지 받고, 마침내 승리해 미·일 간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던 일본 오키나와 핵소 고지에 미군 유일의 총 없는 의무병으로 참전할 수 있게 된다.
 
그 고지는 보통 고지가 아니었다. 패배 위기에 몰린 일본군이 결사항전하면서 미군은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있었다.
 
도스의 부대 역시 핵소고지에 올랐다 위기에 몰린다. 철수 상황에서 도스는 자발적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도스는 부상한 전우들은 물론 중상을 입은 일본군까지 밧줄에 매달아 고지 아래 미군 지역으로 내려보낸다.
 
그 자신도 지치고 상처를 입었지만 "제발… 한 명만 더…"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그는 용기를 낸다."
한국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 '병역'을 불법, 탈법, 편법으로 저버리는 행위다. 처벌은 물론 사회적 매장까지도 각오해야 한다.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게다가 이런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특정 종교인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회가 다양화하고, 국민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대신 대체복무를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 기간에 '10대 인권 과제' 중 하나로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상 대체복무 제도 마련'을 꼽았다.
 
이번 정부에서 마침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이 이뤄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병역법 및 예비군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체복무요원은 중증장애인 수발, 치매 노인 돌봄 등 사회복지, 보건·의료, 재난 복구·구호 분야에서 신체적·정신적 난도가 높은 업무를 맡는다. 복무 기간은 현역 육군 병사의 두 배 기간을 일하며, 엄격한 복무 관리를 위해 반드시 합숙 근무한다.
 
이처럼 대체복무의 기간, 역할, 근무 형태 등을 제아무리 사전에 정한다고 해도 도입 과정에서 적잖은 혼란과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양심'의 한계를 어디까지 보느냐가 문제가 될 것이다.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된 나라에서도 서서히 종교를 넘어 다른 이유가 양심으로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핵소 고지'의 도스를 생각해보자. 그는 군대에 안 가도 됐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갔다.
 
국내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양심'이라는 것에 한번 기대를 걸어보자. 양심을 속여서까지 병역을 면탈한 뒤 세상을 떳떳이 살 수는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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