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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초, 재벌손자 학교폭력 사실 은폐·축소···교장 등 3명 해임요구

등록 2017-07-12 14:21:35   최종수정 2017-07-12 15: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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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현구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이민종 시교육청 감사관이 숭의초 학교폭력사안 관련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7.07.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숭의초등학교가 재벌 손자를 심의대상에서 누락하는 등 학교폭력 사안을 은폐·축소한 사실이 확인돼 교육당국이 교장과 교감 등 관련 교원 4명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학교법인에 요구했다. 숭의초 측은 여전히 해당 사건은 '학교폭력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폭력 은폐·축소 의혹이 제기된 숭의초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학교가 이 사안을 부적정하게 처리했음을 확인했다"며 "그 책임을 물어 학교장 등 관련 교원 4명에 대한 중징계 등 신분상 처분을 법인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12일 발표했다.

 교육청은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 등 3명은 해임하고 담임교사는 정직처리 하도록 숭의초에 요구하고 자료 유출 등의 혐의에 대해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교육청 감사 결과에 따르면 가해학생 3~4명은 4월20일 수련원에서 피해학생 1명을 담요로 씌운 채 스펀지 소재를 감싼 플라스틱 소재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바나나맛 바디워시(물비누)를 강제로 먹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사건 발생 초기인 4월27일 피해학생 어머니가 재벌 손자를 가해학생으로 지목했음에도 지난달 1일 열린 1차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심의대상에서 이 학생을 제외시켰다.

 학교폭력에 쓰인 야구방망이와 바디워시는 재벌 손자가 수련회에 가져온 것이 확인돼 교육이 필요하다는 학폭위 학부모위원의 발언이 있었지만, 숭의초는 일부 학생들의 진술서를 근거로 생활지도 권고대상에서조차 누락했다.

 학교폭력 2건과 관련, 담임교사가 4월24일 작성한 가·피해학생과 목격학생 등 9명의 진술서 총 18장 중 목격자 2명의 진술서 4장과 재벌 손자를 제외한 가해학생의 진술서 2장 등 총 6장은 분실됐다. 분실책임을 두고는 담임교사와 이를 받은 생활지도부장이 상대방에게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이 사건 발생 당시 같은 방에 있던 학생들의 진술서 자체가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담임교사가 최초 조사한 학생진술서 내용은 전담기구 조사에서 아예 반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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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현구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숭의초 학교폭력사안 관련 특별감사 결과 발표'에서 시교육청 관계자가 증거품을 보여주고 있다. 2017.07.12. [email protected]
해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재벌 손자의 학부모가 전담기구 조사 자료 중 이 학생이 작성한 확인서와 자치위원회 회의록을 문자로 요구하자, 생활지도부장은 해당 자료를 사진으로 촬영해 이메일과 문자로 전송하는 등 자료유출까지 발생했다.

 학폭위는 재벌 손자가 연루된 또 다른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한 피해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회의록에 기록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피해학생 2명 중 1명이 학폭위 개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의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학폭위 구성과 운영에서도 부적정한 사항이 포착됐다.

 애초 '숭의초 자치위원회 규정'에는 학부모위원 4명과 교원 2명(위원장 교감 1명 포함), 학교전담경찰관(SPO)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토록 돼 있다. 그러나 숭의초는 학폭위를 개최하면서 규정과 달리 SPO를 배제하고 규정에도 없는 교사 1명을 교원위원으로 추가 임명했다.

 또 생활지도부장을 전담기구 교사·학폭위 위원 및 감사를 겸하도록 해 사안 처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고 교육청은 전했다.

 학교폭력 이후 과정 또한 처리가 부적절했다는 게 교육청의 판단이다.

 교장은 피해학생 학부모에게 전학을 유도하는 발언을 일삼아 학부모와의 갈등을 부추겼다. 피해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장기간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소견서를 제출했음에도 교감은 병원까지 방문해 피해자 진술을 받겠다고 나서는 등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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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서울시교육청 감사팀 전창신 사무관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숭의초등학교로 감사를 위해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폭력 은폐·축소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숭의초등학교가 이 과정에서 교육청 보고와 전담기구 조사를 지연시키고 피해학생을 제때 보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감사에 착수했다. 2017.06.21.     [email protected]
담임교사는 관련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들은 학교폭력 사실을 묵살했고 사건 당일 이를 인지하고도 관련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사전에 가해학생들이 피해학생을 괴롭혔다는 사실을 알고도 수련회에서 같은 방을 쓰도록 한 사람 역시 담임교사였다.

 이같은 학교폭력 은폐·축소 의혹에 대해 숭의초 측은 학폭위를 개최하여 가해학생을 처분하는 것이 '비교육적인 방법'이라고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숭의초는 1966년 개교 이래 학폭위 심의 건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다만 교육청은 징계를 사립학교 법인에 요청할 수만 있다. 징계여부는 사립학교 법인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러한 학교 구성원들의 그릇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장학지도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사립초에서 '교육적 인 지도'라는 명분 아래 행해지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처리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해당부서에 제도개선을 요청하고 사립학교 교직원 징계 처분에 대한 실효성 확보를 위해 사립학교법(제66조의 2) 개정을 교육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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