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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못 참는 사회③][기고]"화를 참을 수 없어요"

등록 2017-08-16 0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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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나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성용 과장. 2017.07.19. (사진 제공=나은병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얼마전, 한 아파트 주민이 작업 중인 인부가 틀어놓은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며 고층의 매달린 줄을 끊어 사망하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상대방 운전실력이 형편없다며 위협운전을 하고, 층간소음으로 다투다 이웃간의 살인이 벌어진 일도 있었습니다. 끔찍한 사건이라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순간적인 화를 참을 수 없어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분노 범죄'가 사회적으로 많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세상에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적절한 감정표현은 카타르시스와 심리적 이완을 통해 내적갈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그럴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화를내거나 그정도가 지나쳐 범죄와 같은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라면 문제가 될 것입니다. '분노조절장애'는 감정과 행동의 병적인 충동성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으로, 대인관계 혹은 각종 상황에 대해 지나친 분노폭발을 나타내고 타인의 권리나 사회적 규범을 침해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분노조절장애의 원인은 여러가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 결과, 충동적 공격성에는 유전적 연관성이 있으며, 뇌 변연계(lymbic system)와 전두엽(orbitofrontal lobe)의 구조 및 기능, 혹은 신경전달물질 중 세로토닌(serotonin)의 감소와도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출산때의 뇌손상, 성장기의 두부손상도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아동기에 부모의 알코올 중독, 구타, 생명의 위협, 성적 문란과 같은 성장배경에도 그 요인이 있습니다. 나쁜 음주 습관 및 마약과 같은 향정신성 약물 의존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일 것입니다.

 보고에 따르면 우발적이거나 현실불만이 원인인 경우가 폭력범죄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현대인들은 늘 치열한 경쟁과 다툼속에 내몰려 있습니다.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것부터 사회적 성취를 이루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낙오하지 않아야 한다는 불안 속에서 살아갑니다.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고 다른 사람을 이겨야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에 당장의 손해와 손실에 대해 매우 민감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평소 쌓인 불만이나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고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불안정하게 살아가다보니, 사소한 일에도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해 감정을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일 본인의 감정표현이 지나쳐 일상 및 직업생활에 지장이 있거나, 주변인에게 이 문제와 관련해 자주 충고를 듣거나, 법적 문제가 생긴 상황이라면 ‘분노조절장애’를 의심해야 합니다. 분노는 부당한 상황에서 순간적 충동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짧은 시간 동안 화를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중요합니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휴지기를 갖은 후 인식의 전환을 시도하고 숨을 천천히 내쉬는 방법으로 호흡을 조절하는 것은 한번쯤 시도해 볼만한 방법입니다. 평소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규칙적인 운동과 취미생활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혼자있는 시간이 많다면 다른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도 좋습니다. 스스로 해결할수가 없다면 병원을 찾는것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꾸준히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하는 것도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분노 범죄는 개인차원의 문제라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넘어 이제는 사회차원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부당한 사회적 대우 및 불평등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소외되어 있는 계층에 대해서도 각별한 사회적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과도하고 불필요한 긴장과 경쟁관계를 완화하고 현대인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줄여주어야 합니다. 개인과 사회 모두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했을때 분노조절장애와 이로 인한 분노 범죄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

 나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성용 과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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