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100일]⑥대북정책, 강경책이냐 유화책이냐
北美 강대강 대결 속 베를린 구상 '흔들' 우려 전문가 "대북정책 공조 강화 필요"···"한국, 주도적 역할 가능"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남북관계 회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으나 100일이 된 현 시점에서 보면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북미 간 강대강 대결 구도 속에서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완전히 힘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6·15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사, 한미정상회담, 독일 쾨르버 연설 등 주요 계기마다 북한에 대한 대화와 압박 병행, 한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적 역할 등을 강조해왔다. ◇ 文대통령, 한반도 문제 주도적 역할 강조 문 대통령은 6·15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변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이끌어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는 새롭게 정립되고 발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무릎을 마주하고,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기존의 남북 간의 합의를 이행해 나갈지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남북대화 의사와 한반도 문제는 한국이 '운전석'에 앉아 주도하겠다는 의지는 지난 6월30일 한미정상회담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언론발표문에서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핵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관련 정책을 긴밀히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며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전략과 의지는 독일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을 통해 더욱 확고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6일 독일 쾨르버 재단에서 열린 초청연설에서 "대한민국의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함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고,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나의 구상을 지지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도 같은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도,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기회를 걷어차는 것도 오직 북한이 선택할 일이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며 "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의지를, 북한이 매우 중대하고 긴급한 신호로 받아들일 것을 기대하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 대화 제안했지만···北 여전히 '마이웨이' 그러나 이러한 문 대통령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마이웨이'식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북한은 쾨르버 재단 연설 이틀 전인 7월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는 화성-14형 미사일을 1차 시험 발사했고 7월28일에는 화성-14형 미사일 2차 시험 발사를 단행했다.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전후로 한 차례 더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올해만 12차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만 6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또 정부가 지난 7월17일 제안한 남북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에 대해서는 일절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도발 수위를 높여가며 북미 간 강대강 대결구도만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북한 전략군이 화성-12형 미사일로 미국령인 괌 주변을 '포위공격'하겠다고 밝히면서 북미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러한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식 전략으로 북미 중심의 구도가 고착화되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베를린 구상이 힘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반박하듯 15일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베를린 구상에서 밝힌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의 이처럼 강력한 평화 수호 의지 입장은 단기적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 김정은이 ICBM을 실전배치하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추가적으로 ICBM을 시험 발사하고 수소폭탄 개발과 핵무기 소형화를 위한 추가 핵실험을 언제라도 강행할 수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대북정책 공조가 특별히 강화되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우리의 운명을 동맹에만 의존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부분은 중요하다"며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미국과 북한 모두에 던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코리아 패싱'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는 해석이다. 양 교수는 그러면서 "(실질적인) 수단이 없는 것은 한국과 북한, 미국이 모두 마찬가지"라며 "문 대통령이 대화와 압박 병행 전략 속에서 평화적 해결을 위해 무언가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여러 곳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끝나면 대화 국면전환을 위한 '엔진'에 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이 14일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경제적 압박 노력을 지원하는 데 우선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히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5일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양측이 호흡 조절에 들어간 가운데 한국의 '역할'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간 호흡조절이) 한국에 공간 자체를 열어주는 측면이 있다. 한국이 이제부터 역할을 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지금 당장 무언가를 제시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의 흐름에서 하나의 '방향'을 잡는다면 미국·중국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