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업 확장 추진 LG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우려 정부 설득 방안은
중국 소재 세트 업체 다수, 가격 경쟁력 측면서 유리 입장 대형 OLED 양산 유일 업체…정부 "핵심 기술 유출 우려" LGD "데이터 반출 불가, 인력인한 유출도 사실상 어려워"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LG디스플레이가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합작사 설립을 통한 중국 사업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유망 기술로 알려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국내 투자'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을 업계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향후 지속 가능한 OLED 양산 기술 개발을 위해 중국 사업 확장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현지 공장설립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추진하고 있는 중국 합작법인 설립은 지난 7월 발표한 중장기 계획에 따른 것이다. 국내에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양산 공장을 증설하는 동시에 10.5세대 대형 OLED 공장을 지어 시장 선점을 하고, 별도로 8.5세대 OLED 공장을 중국 광저우에 신설해 해외 시장까지 사업 외연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LG디스플레이가 8.5세대 OLED 공장을 통해 해외 사업을 확장하려는 주된 이유는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전자 산업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장을 위해서다. 휴대전화 또는 텔레비전(TV)의 후방 산업인 디스플레이 제조회사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글로벌 세트 회사들이 밀집한 중국에 공장을 이전하는 편이 공급선 측면에서 유리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점도 있다. 아울러 향후 중국에서 현재 OLED 디스플레이에 대해 5% 수준으로 부과되는 관세를 15%까지 상향 적용할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미리 중국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마련해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반영됐다. 반대로 국내 공장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군에 집중, 중국 등 외국 디스플레이 제조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 종전 운영하던 8.5세대 OLED 공장을 외부로 이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게 LG디스플레이 측의 주된 입장이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합작사 설립을 추진, 정부의 승인을 앞둔 상황이다. 합작사가 설립될 경우 전체 규모는 약 5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부는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공장설립에 대해 OLED 기술을 이용한 대형 패널 양산 기술의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재 이 건에 대한 심사를 맡은 산업부 전기전자 전문위원회 소위원회는 중국 합작사 설립으로 인한 OLED 기술 유출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국 업체의 LCD 제조 기술이 한국 기술과 대등한 상황에 이르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과거 국내업체 해외이전 공장에서의 기술 유출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의 합작사 설립이 불러올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 OLED를 상용화하고 있는 국내 업체는 LG디스플레이 한 곳이어서 정부의 걱정을 단순한 기우(杞憂)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대형 OLED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추진했다가 신뢰성 수명 문제로 인해 양산을 접었다. 두 회사의 대형 OLED 생산 공정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TV 등 완제품으로 시중에 나오고 있는 것은 LG디스플레이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8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간담회에서 "중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국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언급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합작사 설립 계획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 측은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정부를 상대로 '핵심 기술의 구체적인 부분은 현지에서 알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설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상범(62)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나 "타이밍을 놓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정부에서 걱정하는 것들을 잘 설명 드려야 할 것"이라면서 중국 합작사 설립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 부회장은 "투자 유치라는 부분을 큰 틀에서 중국으로 간다, 이에 따라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는 식의 방정식으로 풀면 안 될 것 같다"면서 "중국 공장이더라도 실제 제품 개발을 위한 제조 공정상 적용 조건들을 현지인들이 알기 어렵고, 제품 개발은 한국에서 이뤄지는 등 보안 문제는 시스템적으로 보완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공정 조건이 공장 외부로 나가는 것 자체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울 뿐더러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을 중국 기업에서 확보하는 방식으로 기술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데이터를 외부로 들고 나가는 것은 보안시스템을 통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어 사실상 발생하기 어려운 일이고 실제 유출 사례도 없다"며 "현지인이 오퍼레이터로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저렇게 하는구나' 정도의 이해는 있을 수 있겠으나 한 두가지만으로 기술 자체가 유출된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는 다소 핵심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 정년 이후의 분들이 많고 한 사람이 모든 기술을 아는 경우도 없다"면서 "현지에 주재하는 회사 직원들의 경우에는 상향된 근무 조건으로 대우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직을 통한 기술 유출 우려는 사실상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