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언급 안한 트럼프...압박 수위 낮아진 이유는?
한국을 FTA 재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당초 목적 달성했다는 분석 수십억 달러 규모 미국산 무기 구입도 작용...대미 무역적자 감소 줄일 수 있어 【세종=뉴시스】박상영 기자 = 8일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미 FTA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한 전날 공동 기자회견에 이어 재협상에 대한 압박 수위가 한층 낮아진 셈이다. 이를 두고 한국이 수십 억 달러 규모의 무기 구입 의사를 밝혔고 이미 한국을 재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미국의 당초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한미 FTA 등 양국의 교역 관계보다는 북한의 비핵화 등 대북 메시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연설의 대부분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을 촉구하고 북한의 야만적인 체제를 비판하는 데 할애한 반면 한미 교역 관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확대 정상회담 뒤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한미 FTA에 대해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 그렇게 좋은 협상은 아니다"며 "문 대통령께서 한국 교역협상단에 긴밀하고 협력하고 조속히 나은 협정에 나설 것을 지시한 것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지만 우려와는 달리 협정을 폐기한다거나 특정 시점을 언급하며 재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표현은 없었다. 그동안 한미 FTA에 대해 '끔찍한 협상',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표현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는 정부가 한미 FTA 공청회를 여는 등 미국보다 신속하게 재협상 절차를 밟아가는 것에 대한 만족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 개정협상을 시작하려면 '통상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 평가, 공청회, 국회 보고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직후인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열어 한미 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 논의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이미 우리나라는 FTA 개정협상을 진행할지를 두고 공청회를 여는 등 관련 절차에 착수한 상황"이라며 "이미 진행되고 있는 단계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회원국의 경우 대미 무역흑자가 늘고 있는 반면 올 들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 폭은 줄어든 상황도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요구로 10월 미 워싱턴 D.C.열린 한미 FTA 2차 공동위를 기점으로 우리의 협상 태도가 공세적으로 바뀐 면이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먼저 미국에 FTA 공동위 개최를 요구하고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밟으면서 한국을 재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이 이미 달성했다는 애기다. 우리나라가 미국산 무기 구입을 늘린 점도 한미 FTA 재협상 압박 수위가 낮아진 원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 앞서 "한국이 무기 구입을 늘리면 미국과 한국간 무역적자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이 보유한 군사적 전략 자산 획득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어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장비를 (한국이) 주문할 것이고 이미 승인 난 부분도 있다"고 했다. 국회 연설에서도 "미국은 완전하게 군사력을 구축하고 있으며 수천억에 달하는 돈을 지출해서 가장 새롭고 가장 발전된 무기체제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던 한미 통상장관 회담은 일정상 개최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어제 트럼프 대통령 일정이 지연되면서 회담은 따로 열지 않고 확대정상회담과 만찬 전·후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간에 논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