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기록' 文정부 1기 조각 수난사
문 대통령은 이날 홍 후보자를 중기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마지막 남아있던 1기 조각의 퍼즐을 모두 마쳤다. 공식 취임 첫날 이낙연 국무총리 지명으로 시작했던 문 대통령의 내각 인선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역대 최장 기록이라는 멍에를 쓰며 마무리 됐다. 역대 정부 중 조각 최장 기간은 김대중 정부 때의 175일이었다. 당시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이 김종필 전 국무총리 인준을 거부하면서 김 대통령은 1998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 후 근 반년만인 그해 8월18일에야 내각 구성을 정식으로 마칠 수 있었다. 195일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조각 기록은 앞선 박근혜 정부(52일)와 이명박 정부(18일)의 내각 구성을 완료한 것과 비교해 한참 늦은 셈이다. 2개월 간의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출범한 것을 고려해도 늦은 출발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이토록 조각이 늦었던 배경 뒤로 험난했던 문 대통령의 인선과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공식취임 날 이 총리를 지명하면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보였지만 장관 인선은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취임 열흘만인 5월21일 직접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지명한 데까지만 해도 순항이 예상됐다. 국정운영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되도록 차관급 인선과 병행한다는 방침은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총리 후보자에 이어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 이력이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공직배제 5대 기준'이 논란이 되면서 속도붙던 조각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문 대통령은 취임 17일째인 5월26일 임종석 비서실장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했고, 같은달 29일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에서 직접 입장을 표하는 방식으로 꽉막혔던 정국에 대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이후 문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는 '현직 의원 불패 신화'였다. 5월30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종환)·행정안전부 장관(김부겸)·국토교통부 장관(김현미)·해양수산부 장관(김영춘) 후보자 등 5명을 의원 입각시키며 인선에 따른 부담을 비켜갔다. 결국 이들은 모두 장관에 임명됐다. 기존 발표한 국무위원 후보들의 인사청문회 정국을 거치면서 한템포 쉬어갔던 내각 인선은 6월11일 5명의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다시금 속도가 붙었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안경환)·교육부(김상곤)·환경부(김은경)·고용노동부(조대엽)·국방부(송영무) 장관 후보자를 한꺼 번에 지명했다. 하지만 안 후보자는 허위 혼인신고 논란을 피하지 못하며 닷새만인 6월16일 자진 사퇴했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까지 끝마치고도 음주운전 이력 등으로 7월13일 스스로 물러났다.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 논란이 본격화 했다. 후보자들의 예상치 못한 낙마로 인해 조각에 스텝이 꼬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원점에서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문 대통령은 5명의 장관 후보자를 발표 후 이틀 뒤인 6월13일 다시금 4명의 장관 후보자 인선을 시도하면서 내각 구성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미래창조과학부(유영민)·통일부(조명균)·농림축산식품부(김영록)·여성가족부(정현백) 장관 후보자 4명을 발표했다. 늦어진 조각 탓에 한동안 국무회의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들과 현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들이 '불편한 동거'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공유하지 않은 국무위원들과 국정운영에 호흡을 맞추기 어려웠다. 문 대통령은 2주 후 6월27일 법무부 장관(박상기) 후보자를 다시 지명했다. 일주일여 뒤인 7월3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백운규)·보건복지부(박능후)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7월23일 공석인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김영주 의원을 낙점했다. 이로써 신설 중소벤처기업부를 제외하고 17개 정부 부처의 장관 후보를 모두 발표하며 1기 조각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취임 75일을 지나던 시점이었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내 중소기업부 장관 자리를 놓고 극심한 구인난에 직면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 기업 생태계를 기존의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중소·벤처기업을 위주로 재편한다는 중소벤처부 신설 취지에 맞게 경험있는 벤처기업인을 희망했지만 기준에 부합하는 인사를 찾기 어려웠다. 주식 백지신탁 제도에 부딪혀 50여명의 후보들이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여만에 어렵게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를 낙점(8월24일)했지만 국회는 박 후보자의 편향된 역사인식과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청문보고서를 부적격 의견을 달아 채택했다. 이후 박 후보자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과학계까지 계속된 사퇴압박을 받았고 한 달 여 뒤인 9월15일 스스로 물러났다. 문 대통령은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뒤 어렵게 홍 후보자를 중소기업부의 수장으로 지명했다. 박 전 후보자 사퇴 후 39일만인 지난달 23일이었다. 홍 후보자는 청문 과정에서 딸의 편법 증여 논란이 제기됐고, 국회는 결국 그의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을 지난 20일로 정해 요청했지만 무산되자 하루 뒤인 이날 임명을 강행했다. 홍 장관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5번째 사례가 됐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