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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레볼루션②]오세현 의장 “韓, 퍼스트 무버 도약 호기…정주영 정신 되새겨야”

등록 2017-12-05 0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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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시스】권현구 기자 = 오세현 한국블록체인 오픈포럼 초대의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U Tower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2.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오세현 한국블록체인 오픈포럼 초대의장(SK전무)은 한국을 대표하는 '블록체인 전도사'이자,  IT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여걸'이다.  그녀는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분당시 SK사옥에서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분야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퍼스트 무버가 될 수는 없다"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오 의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패스트 팔로워'의 오랜 숙명에서 벗어나 세계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의 반열에 오를 잠재력이 있는 분야로 블록체인을 꼽았다. 특히  생전에 "해봤어"라고 묻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화제로 삼으며  과감한 도전을 꺼리는 풍토에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녀는 IBM과 KT,  동부그룹 등 에서 신사업을 담당해왔다. 다음은 오 의장과의 일문일답. 

 
-북한에도 블록체인 열풍이 뜨거운 것 같다. 평양과학기술대학이 '텡가'라는 블록체인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한 뉴스가 화제를 모았다.

“그 기사를 나도 읽어 보았다. 평양기술대학이 ‘페데리코 텡가’라는 비트코인 대가를 불러서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주요 교육 내용은 ‘비트코인 마이닝(채굴)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의 (수강 인원은) 40명이고, 연령대는 20-25세라고 한다. 학생들이 영어도 유창하게 너무 잘하고 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도 밝아서 주목을 끌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서울대학교에서 40명이라도 그런 것을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블록체인이) 참 핫한 이슈이긴 이슌가 보다.”
 

-비트코인 채굴법을 배우는 북한 대학생들의 모습이 참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신뢰 네트워크'에서 '스마트 콘트랙트'까지, 여러 얼굴을 한 블록체인의 맨얼굴은 무엇인가.

“우선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관계부터 설명해보자. 비트코인이 먼저 나왔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원천기술을 이용한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이자 서비스다. 블록체인은 신뢰의 네트워크다. 비유하자면 (공개된 장소에 설치된) CCTV가 나를 24시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그 파급 효과는 기술 영역에만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 사회에도 굉장히 큰 파장을 미칠 것이다. 정치, 사회, 문화 영역은 물론 사람들의 사고방식, 태도에도 다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블록체인이 한국 산업의 경쟁 문법을 바꾸는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5년마다 1% 포인트씩 떨어져왔다.

“이 분야는 아직 세계적 성공 사례가 없다. 국내도 그렇고, 해외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가 같이 시작했고, 그래서 ‘베스트 프랙티스(모범 사례)’도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 분야 경쟁이 불리하지 않은 이유는) 블록체인은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집 짓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많이 지어본 사람이 잘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 정도는 지어보지 않았나. 아이티(IT)를 많이 해본 것이 강점이다."


-이 기술이 우리가 ‘패스트 팔로워’의 숙명을 벗어던지고, ‘퍼스트 무버’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호기를 제공한다는 뜻인가.

“우리는 왜 (미국의) 오라클이나 (독일의) SAP과 같은 회사가 없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티 강국을 자처하면서도 말이다. 블록체인은 그런(퍼스트 무버의) 기회를 충분히 줄 것으로 본다. 누가 이것을 이뤄낼까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 회사 내에서도 설명을 하는데. 회사 내에서도 그거 원래 아이티로 다 되는 거 아닌가는 반응을 보일 때면 솔직히 힘이 빠지기도 한다.(웃음) ”


-해외에서는 파일코인이 ICO(화폐공개)로 2000억원을 끌어들였다. 국내에서도 메디블록이 100억여원을 확보했다. 성공사례가 없다고 볼 수 있는가.

“파일코인의 비즈니스 모델은 심플하다. 아이디어가 좋다. 클라우드는 데이터 센터에 컴퓨터를 가져다 놓고 여러 회사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한 회사가 그 공간을 안 쓸 때 저 회사가 쓰고,  저 회사가  안 쓸 때 이 회사가 쓰는 방식으로 가용성을 높인다. 말 그대로 '플럭추에이션(fluctuation)'을 관리한다는 거다. 하지만 일단 뚫리면 말 그대로 끝이다. 여기만 해킹하면 다 나오는 거다. 파일코인은 ‘피투피’로 분산돼 있는 전 세계 유휴 메모리를 클라우드로 활용하겠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이 오세현의 데이터가 중국에 들어가 있는지,  말레이시아에 들어가 있는지 파일코인도 모른다. 그러니 해킹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국정원 데이터를 해킹하고 싶은데 국정원 데이터가 전 세계 어디에 흩어져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격이다. 완벽한 보안이 된다.”


-대단한 발상 아닌가. 파일코인을 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보지 않는가.

“콘셉트는 좋다. 중앙집중식 데이터 센터보다 더 낫다. 그래서 2000억이 들어온 거다. 그런데  사실 내가 SK하이닉스 CIO(최고 정보 책임자)라고 하면 입장이 달라진다. 과연 우리 데이터를 전부 거기다 넣을지  조심스럽다. 바깥으로 누출되면 몇 조가 왔다 갔다 하는 설계도를 그런 곳에 넣을 수 있겠나. 사업 콘셉트가 좋아서 일반인들이 몰렸다. 지분을 전혀 내주지 않고도 ICO로 2000억원을 챙겼다. 하지만 이 회사가 제2의 구글로 성장하기 위해서 헤쳐 가야할 단계는 엄청나게 많은 것이다.” 


-서울대 이정동 교수가 강조하는 ‘스케일 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인 거 같다. 블록체인보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에 우선순위를 두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동의할 수 없다”


-왜 그런가.

“AI나 빅데이터는 우리가 결코 글로벌 무대에서 일등을 할 수 없는 분야다. 죽었다 깨어나도 못 할 거다. 그 이유는 AI나 빅데이터는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가 드물다. 이미 미국이 가지고 있고, 중국이 가진 데이터다. 중국은 데이터를 계속 생산해 낼 것이다. 인구가 많지 않나. 14억 인구가 생산해내는 정보를 밑천 삼아 AI에 ‘로직’을 넣어서 개발한 알고리즘, 그리고 5000만이 하루 종일 만들어낸 것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 적용하는 것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언어의 장벽도 걸림돌이다. 로직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빅 데이터는 우리가 전 세계보다 늦기도 했지만. 앞으로 가면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도 적다.”


-ICO로 100억여원을 확보한 토종 ‘메디블록’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레인컴의) 아이리버는 한 때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들고 나온 제품에 밀려 죽었지 않나. 메디블록이 내놓은 비즈니스 모델은 좋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MP3플레이어 업계에 비유하면 투박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플레이어를 막 내놓은 격이랄까. 검색 업계를 한번 돌아보자. 야후, 라이코스 등 왕년의 강자들이 이 분야에 얼마나 많았나. 하지만 이제 존재감이 없는 검색엔진들이 적지 않다.”


-한국기업들을 흔히 기마병에 비유하지 않나.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지금쯤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를 휘젓는 메기 역할을 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 

“고(故) 정주영 회장이 그립다”


-갑자기 정주영 회장은 왜.

“정주영 회장의 트레이드마크가 바로 '너 해봤어' 이거 아닌가. 그런데 다녀보니 그 분은 이런 사고를 (한국적 풍토에서)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는 생각이 자꾸 든다. 제가 1963년 토끼띠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처음 우리나라에 해외 컨설팅업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이 (선진 기업을) 흉내 내는 것을 시작했다. 이른바 ‘패스트 팔로워’전략이다.  지금 임원을 하는 분들이 그렇다. 그 분들의 머릿속에는 다만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해외의 ‘베스트 프랙티스’다. 베스트 프랙티스라는 말을  익숙하게 하면서 그 분들은 임원이 됐다. 남들이 잘 한 거 이해하고 흉내내면서 말이다. 제 세대는 새롭게 뭘 한 게 없다. “


-말로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폐기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한국 기업인들의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다는 뜻인가. 

“우리나라 의사 결정 라인에 있는 사람들은 결코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 한다. 그 사람들은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방법을 원한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월마트가 해서 우리도 했다는 근거가 있으면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하지만 내가 판단하기에 괜찮아서 했다고 하면 (문제 발생시)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그래서 아무도 안 하려고 한다. 아무도 안 한다. 그래서 걱정된다.”


-이러한 수동적 사고가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라는 뜻인가. 쑥쑥 성장해야 메기로 커서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를 뒤흔들 수 있을텐데 말이다. 블록체인 전도사가 아니라 비관론자처럼 느껴진다.

“아직 걸음마를 걷고 있는 아기에게 월드 축구 스타나 볼트 같은 육상 선수가 되라고 독촉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우선 잘먹으면서 보살핌을 받고 근육을 키워갈 시간이 필요하다. 예컨대 (스타트업들이)  독자적으로 생존하려면 도메인 날리지(domain knowledge)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에게 그러한 역량을 기대하기는 솔직히 무리라고 본다. ”
 

-도메인 날리지가 무엇인가. 

“유통업의 사례를 보자. 외국에서는 물품을 매대에 많이 올려놓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푸짐한 걸 좋아한다. 물건이 풍부해야 사람들이 몰리는 특징이 있다. 도메인 날리지를 보유한 사람만이 이런 특징을 이해한다. 대한민국에서는 물건을 높이 쌓는 게 손님을 끄는 수단이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도메인 날리지가 있는 (유통부문) 매니저는 이러한 생각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유통에서도 그러한 날리지가 필요하다. 제조 부문에서도 부품 공급 관련 날리지가 있다. 신뢰, 보안 등 블록체인의 기본 특성을 강조하며 상대방을 설득하는 상황은 지났다.”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닐까. 기존 아이티로도 다 되는 게 아니냐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리 회사에도 그런 분들이 있다. (웃음) 이렇게 설명을 해보자. 지난 94-95년에 ‘유닉스’라는 머신에는 ‘톡’이라는 명령어가 있었다. 근거리 네트워크, 다시 말해 같은 건물 1~3층 연구원들끼리는 톡을 하면 요즘 메신저처럼 메시지를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카카오톡이 나오기도 정말 한참 전에 ‘왓츠앱’이라는 메신저가 나왔다. 이 메신저 기능은 유닉스에도 원래 있었는데 개발 회사가 남들이 접근하기 좋게 ‘앱’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애플리케이션이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을 읽는 능력, 마케팅 역량 등이 골고루 뒷받침돼야 한다.”


-블록체인 시장을 키우려면 정부가 공공시장을 적극적으로 열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건강보험 이 이중 치료에 따라 일년에  4000억이 더 지출된다.  3년이면 무려 1조2000억원이다.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이러한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하는 데 1조가 더 들겠나. 또 연말되면 보도블럭 들었다 놨나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블록체인으로 이 예산이 (실제) 거기에 쓰였느지 다 기록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이러한 예산을) 삭감할 수 있다." 


-독일이나 일본이 1970년대 이후 미국의 경제 패권에 도전장을 던진 데는 국가의 산업전략이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두 가지 생각을 해본다. 국가적으로 체계적으로 (산업 육성) 드라이브를 걸거나, 아니며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다. 기업들이 생성됐다 죽었다를 거듭하다 보며 그 중에 누군가는 살아남을 것이다. 플랫폼이나 아이튠스 등이 등장해서 익숙한 용어가 되기 까지는 10년 가량이 소요됐다.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끝으로 가상화폐 부문이 과열이다. 정부가 ICO에 개입해야 한다고 보나.

"ICO는 금지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이마저도 금지하면 스타트업들은 죽거나 외국으로 옮겨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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