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연극계 법적대응 본격화…또 논란 오태석 실명 공개
이에 따라 연극계에서는 성추행·성폭행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법적 대응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연극인 모임인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블랙타파)는 21일 밤 대학로 극단 고래 연습실에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하나로 연극인회의를 연다. 이날 성추행·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대책을 간구하고자 변호사에게 법률 자문을 받을 예정이다. 블랙타파는 성폭력의 피해당사자로서 증언을 하거나 가해자 처벌 또는 대책마련에 함께 할 이들을 모집하고 있다. 블랙타파 측은 "익명이 보장될 것이며, 가해자 처벌에 대한 사항은 피해당사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를 것"이라고 했다. 이 전 감독을 제명처리한 한국연극협회도 '이윤택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법적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연극협회는 "범 연극계와 상의하며 법적인 조치를 포함, 적절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전 감독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한 배우 김지현과 그의 성추문을 가장 먼저 공개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도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법적인 대응 움직임 왜? 피해를 입은 연극인들은 이 전 감독을 비롯해 가해자들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이 전 감독의 기자회견에서 많이 이들이 지적했든 가해자의 두루뭉술한 책임 회피 화법과 태도는 오히려 피해자를 분노하게 했다.
김수희 대표는 "정말 욕밖에 안 나온다. 뻔뻔한 태도에 치가 떨린다. 성관계였다고 헛소리하는 그 입에 똥물을 부어주고 싶다"고 격노했다. 이 전 감독을 비롯해 이른바 연극계 거장들의 이러한 무책임한 태도는 결국 미투 운동을 번지게 하고 있다. 또 다른 성추행 가해자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름이 오르내리던 연극계 또다른 거장의 실명이 결국 공개된 것이다. ◇책임 요구 목소리 높아지며 결국 다른 거장 실명 공개 앞서 황이선 연출가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로 연출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서울예대' '연극계 대가' '극단을 운영하는 교수님' 등의 내용으로 사실상 특정이 가능했다. 이후 해당 연출가의 입장과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나 당사자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그가 운영하는 극단 역시 따로 입장을 내는 대신 공연을 지속했다. 폭로자와 만나 상황을 무마시키려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20일 오후 해당 연출가는 극단 목화 레퍼리컴퍼니의 오태석 대표라는 실명이 공개됐다. 지난해 등단 50주년을 맞았던 오 대표는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통한다. 대표작으로 '태' '백마강 달밤에'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등이 있다.
21일 남산국악당에서 '템페스트 공연을 폐막하는 극단 목화는 내달 신작 '모래시계' 공연을 앞두고 있어 오 대표의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투 운동이 이어 지면서 피해자에게 정신적 인 충격이나 압박을 가하는 2차 피해를 조심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에게 당시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질문을 하거나 추가적인 입장을 내놓으라는 태도는 당사자에게 또 다른 강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수희 대표는 "피해자 찾기를 당장 멈춰달라. 용기내서 폭로한 당사자가 다시 상처를 받고 있다. 방법을 찾고 있다. 관심을 가지고 돕고 싶다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주문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