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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포럼] 과학기술과 개헌…과학기술이 추구해야 할 가치

등록 2018-03-02 15:46:52   최종수정 2018-03-19 09: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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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의 김래영 헌법개정TF 팀장이 2일 오전 안민정책포럼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과학기술과 개헌'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안민정책포럼)
[편집자주] 뉴시스는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이 매주 금요일 오전 개최하는 세미나 내용을 독점 게재한다. 그 첫 순서로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의 김래영 헌법개정TF팀장이 2일 안민 세미나에서  강연한 내용을 싣는다. 안민정책포럼은 고(故) 박세일 교수를 중심으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 1996년 창립됐다. 좌우를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 우리 헌법에는 국가의 과학기술 정책방향을 언급하는 조문이 있다.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헌법 제127조 제1항이 바로 그 조문이다.

헌법은 국가의 최고규범으로서, 강제력이 없다고 할지라도, 국가의 정책 및 입법 방향을 설정하는 프로그램적 역할을 한다. 헌법 제127조 제1항에 근거하여 제도와 정책으로 구체화된 여러 과학기술 진흥 관련 법제가 그 예이다. 따라서 헌법해석은 헌법 전체의 통일성과 헌법의 객관적인 의미와 기능적인 면을 고려하는 종합적인 해석을 요구한다.

 현행 헌법의 위 조문은 언뜻 보기에 문제 없는 조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조문은 단지 경제발전의 수단으로 삼는 과학기술만을 강조하며, 과학기술정책 또한 계속 경제발전 위주로 추진되어 왔다. 이러한 과학기술 정책은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절에는 유효한 관점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나, 과학기술의 수준이 일정궤도에 오른 현재에도 유효한 관점인지는 의문이다.

마침 정치권에서 권력구조개편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개정절차가 까다로운 경성헌법이기에,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맞추어 헌법 제127조 제1항 역시 본격적인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


◇헌법 127조 1항, 오래전부터 문제제기

 사실 헌법 제127조 제1항의 문제는 과학기술계를 중심으로 꽤 오래전부터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이 문제로 2017년 초에 의원실에서 정책토론회도 열었으나, 당시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에서도 과학기술분야는 의제로 상정되지 못 하고 제도권 밖에서 문제제기와 불만만 맴돌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이하 ‘ESC’)는 작년 8월부터 헌법개정TF팀을 조직하여, 내부에서 두 차례의 대규모 심층설문조사와 수시 토론을 거쳐 내부의견을 수렴한 뒤, 종합 의견을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에 전달하였고, 11월 23일에 다음과 같은 제안을 공표한 후 일반인을 대상으로 1006명의 공개서명을 받았다.

 첫째, 제127조 제1항에서 '과학기술의 혁신'을 경제발전의 수단으로 삼도록 명시한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
둘째, 신설 조문을 아래와 같이 규정하여 '제1장 총강'에 두는 것을 제안한다.
"국가는 학술 활동과 기초 연구를 장려할 의무가 있다."

 또한 이 개헌 제한을 구체화한 헌법개정안을 아래와 같이 제안하여 국회청원을 제출하였다.

大韓民國憲法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第9條를 제9조 제1항으로 하고, 같은 조에 제2항을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② 국가는 학술 활동과 기초 연구를 장려할 의무가 있다.
第127條 第1項 및 같은 조 第3項을 각각 삭제한다.


◇개헌안, 과학기술 전체 조망할 수 있어야

 과학기술정책 개헌안은 경제발전만을 강조하는 서술에서 벗어나, 국가의 최고규범으로서, 과학기술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따라서 제9장 ‘경제’에 배치된 제127조 제1항을 삭제하여 경제발전으로만 관련되어 해석되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제9조 문화국가원리의 일환으로서 제2항을 신설하여 국가의 학술 활동 및 기초 연구 장려 의무를 둘 것을 제안하였다.

제1장 ‘총강’은 국가의 기본이념 및 원칙을 밝히는 장이다. 따라서 문화의 일환으로서 언급하기에는 ‘과학기술’이라는 한정된 분야만을 강조할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게 ESC 회원들 다수의 견해다. 또한 최근에 들어와서는 학제간 융합도 종종 시도되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

 따라서 자연과학과 공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등도 포함하는 의미로서 ‘분과학문’인 science(Wissenschaft) 의미를 강조하면서 기술 또한 의미 안에 내포하는 ‘학술 활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활동’이란, 연구 활동을 포함하는 ‘학술’ 발전에 필요한 교육, 환경 조성 등 제반사항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경제와의 연관성이 적어 소외되기 쉬지만 모든 연구와 혁신(innovation)의 바탕이 되는 ‘기초 연구’라는 표현을 병렬 배치하여 강조하였다. 또한, ‘진흥’이나 ‘육성’이 아닌, ‘장려’라는 표현을 통해 국가의 적극 개입을 용인하는 해석을 가급적 회피하고, 연구 장려 정책이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지향하도록 의도하였다.

 또한 경성헌법임을 감안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을 피하고 원론적으로 명시하되, 과학기술기본법 등 관련제도 및 법제의 근거로 활용되어 입법을 통해 구체화하도록 의도하였다. 이러한 ESC의 개헌안을 세간에서는 ‘총강 개정론’으로 부르는 듯하다.


◇개헌논의과정도 기록으로 남겨야

 ESC의 개헌제안 이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에서도 과학기술 관련 개헌안을 만들어 제안하였다. 과총 개헌안은 전문에 과학기술을 언급하고, 제9조 제2항으로 “국가는 미래 사회에 대비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하여 과학기술혁신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문을 신설하며, 현행 헌법의 제127조 제1항을 “국가는 인력 양성과 생태계 조성을 통하여 연구개발과 성과확산을 촉진하고 국민이 그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고르게 누리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로 대폭 개정하는 개헌안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과총의 개헌안을 세간에서는 ‘포괄적 개정론’으로 부르는 듯하다.

예전부터 주장되어 왔던 최소 개정 주장인 ‘현행 제127조 수정론’까지 포함하면, 과학기술분야는 ‘현행 제127조 수정론’, ‘총강 개정론’, ‘포괄적 개정론’으로 현재 삼분되어 있는 상황이며, 현행 제127조 제1항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는 편이다.

 개헌이 실제로 성사될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성사여부와는 관계없이, 우리 사회의 과학기술이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며, 그 가치를 헌법에 담는다면 어떠한 모습으로 담아내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개헌 논의 과정과 그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그래야 설사 지금 개헌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차후에 다시 개헌을 시도할 때 이 논의를 다시 이어 나갈 수 있으며, 꼭 헌법만이 아니더라도 국가과학기술정책 수립에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안민정책포럼 분들께 감사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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