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파' 틸러슨 경질로 이란 핵협정 폐기 우려 고조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건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하면서 이란 핵협정 폐기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미들이스트아이(MEE)는 13일(현지시간) 틸러슨 장관은 이란 핵협정을 비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전면 폐기하기 보다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며 그의 경질로 협정이 위태로워 졌다고 분석했다. 이란과 주요 6개국(P5+1)은 10여 년간의 협상 끝에 2015년 7월 핵협정을 타결했다. 이란이 핵무기에 쓰일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서방은 대 이란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이란이 탄도미사일 개발로 핵협정 정신을 저버리고 있다며 핵협정을 폐기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1월 이란 제재 면제 조치를 일단 연장하면서 협정의 허점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를 줬다고 경고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핵사찰 거부를 징벌할 수 있는 영구적 수단 마련 등 협정을 수정해 미국의 협정 탈퇴 만큼은 막자며 대화를 강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의 후임으로 지명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강경파'로 분류된다. 그는 틸러슨과 달리 이란은 물론 북한에 대해서도 훨씬 강력한 압박책을 펴야 한다고 본다. 이란 전문가 홀리 다그레스는 "이란 협정은 이제 이전보다 훨씬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며 "폼페이오는 핵협정을 역행시키겠다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를 테러 단체에 연관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폼페이오는 협정을 강력하게 반대할 뿐만 아니라 이란의 정권 교체를 지지하기까지 한다"며 "유럽이 새로운 지침을 따라달라고 이란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협정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중동 내 미국의 전통적 동맹들은 오히려 폼페이오 장관 지명자를 환영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아라비아는 틸러슨 장관이 이란에 대해 지나치게 유하다고 지적해 왔다. 틸러슨 경질로 트럼프 행정부가 드디어 외교안보 노선의 화음이 맞춰질 거란 분석도 제기된다. 틸러슨은 강경파인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도 막후에서 여러 이견을 빚었다고 알려졌다. 이란·미국 관계 전문가 네가 모르타자비는 "헤일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책 정단이 잘 맞았다. 틸러슨은 매우 다른 노선을 취해 왔다"며 "이제 국무장관, 유엔 대사, 대통령 모두가 이란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