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정상회담, 사실상 남북미 3자회담…'빅딜' 성사될까
先 국면전환 後 5·24·개성 논의 전망 北 '우리민족끼리' 강조…남북관계-핵 투트랙 대응 필요성도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오는 4월 말로 예정된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이전과는 양상이 다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선 2000년과 2007년의 남북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정상회담은 사실상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의 성격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비핵화'라는 과제를 놓고 마주 앉게 되는 만큼 남북에서 북미로 이어지는 연쇄 정상회담을 계기로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15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준비위원장으로 하는, 범정부 차원의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위는 남은 기간 회담에서 다룰 의제의 범위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의제는 비핵화 문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특별사절단을 만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으며, 비핵화 문제 협의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화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정부는 두 정상회담의 연속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큰 틀에서 입장을 교환하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에 대한 대화가 잘 진전되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면 된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들어)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온 만큼 북미 관계 정상화와 체제보장을 요구 조건으로 내세워 국면 전환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 5·24 조치 해제 등에 관한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금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가 중요하다"며 "5·24 조치 같은 문제는 큰 틀에서 문제가 해결되면 차후에 해결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의 성격"이라며 "남북 간 세부적인 현안을 다루기보다는 체제 안전 보장과 비핵화 문제가 큰 틀에서 다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앞선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어진다는 점에 비춰볼 때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 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교류협력 확대와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합의를 도출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측이 올해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를 기점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또한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비핵화에 대한 입장 차이가 극명한 만큼 남북관계와 비핵화 문제를 투 트랙으로 가져가야 남북관계의 퇴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 관계 개선이 북미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북미 관계가 난항을 겪더라도 남북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것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은 한미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이는 당장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정부는 당장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호 신뢰와 존중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5·24제재 완화 조치 등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유연화' 조치를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을 이어가다 보면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