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무관 설움 턴 김정은, 챔프전 MVP까지
【청주=뉴시스】 오종택 기자 =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포워드 김정은(31)이 데뷔 12년 만에 첫 우승의 기쁨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MVP라는 겹경사를 누렸다. 김정은은 2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WKBL) 챔피언결정전 청주 KB스타즈와 3차전에서 40분 풀타임 출장, 3점슛 2개 포함 8득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김정은의 활약으로 우리은행은 KB스타즈를 75-57로 꺾고 3연승으로 챔프전 우승과 함께 통합 6연패를 이뤘다. 김정은은 기자단 투표 총 84표 중 53표를 획득, 챔프전 MVP로 선정됐다. 임영희가 20표, 박혜진 8표, 나탈리 어천와는 3표를 얻었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신세계 유니폼(KEB하나은행 전신)을 입은 김정은은 올 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KEB하나은행에서 왕조 우리은행으로 팀을 옮겼다. 온양여고 출신인 김정은에게 아산을 연고로 하는 우리은행은 고향팀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데뷔 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우리은행에 짐을 풀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주축 센터 양지희의 은퇴와 잇단 외국인 선수 교체로 전력이 지난해 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합 6연패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FA 계약을 통해 영입한 김정은이 유일한 전력 보강 요인이었다. 김정은의 어깨는 그 만큼 무거웠다.자칫 우승에 실패할 경우 비난의 화살이 김정은에게 향할 수 있었다. 김정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비시즌 훈련을 착실히 했는데 또 다칠까바 트라우마가 있었다. 우리은행에 왔을 때 팀의 미래를 내주고 한물 간 선수를 받았다는 비난을 들어 감독님 지도력에 누가 되지 않을까 시즌 초에 정말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김정은은 위성우 감독 밑에서 혹독한 훈련을 견디며 재기의 칼을 갈았다. 건강한 김정은은 2회 득점왕(2012·2013년) 오른 경력이 말해주듯 리그 최고의 득점력을 뽐냈다. 베테랑 포워드답게 우리은행의 팀플레이에도 빠르게 녹아들었다. 주변 동료들의 역할도 컸다. 임영희, 박혜진 등 기존의 주축 선수들은 새로 들어온 김정은이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김정은은 "또치(박혜진)가 '저 때문에 더 우승할 이유가 생겼다'고 했다. 또 내가 훈련 때문에 힘들어할 때면 (임)영희언니가 '지금 이렇게 힘든 만큼 확실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며 힘을 줬다. 둘 뿐 아니라 후배 선수들까지도 모두 도와줬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정규시즌 단 1경기만 결장하며 34경기에 출전했다. 평균 12.8점 4.5리바운드 2.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정규리그 우승에 일조했다. 지난 두 시즌 부상으로 부진했던 모습을 말끔히 씻고 부활을 알렸다. 생애 첫 챔피언 등극을 노린 김정은은 챔피언결정전에 누구보다 집중했다. 1차전 14점 4리바운드 2스틸 2블록슛으로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2차전에서는 3점슛 4개 포함 팀내 최다인 18점과 함께 4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3차전에서도 3쿼터 상대 추격에 찬물을 끼얹는 3점슛 포함 8점을 올렸다. 득점은 적었지만 자신보다 13㎝나 큰 박지수를 골밑에서 막아섰다. 후반에는 공격력 좋은 모니크 커리를 봉쇄하는데 주력하며 팀의 챔프전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승을 확정 짓는 종료 부저가 울리기도 전에 눈물을 추스르느라 힘들었던 김정은은 "지난 13년 동안 훈련한 과정이 힘들었다. 지난 2년 동안 부상으로 고생했고, 매번 열심히 한다고 발버둥쳐도 성적과는 먼 선수였다"며 "선수로서 가치가 올라갔을 때 이적 시장에 나와서 우승했으면 이렇게 기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물 간 선수고 먹튀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바닥을 치고 감독님과 좋은 선수들을 만나서 우승하니 더 값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2014년), 득점왕(2012·2013년), 올스타전 MVP(2012년) 베스트5(2007·2011년) 신인상(2006년) 등을 차지했지만 늘 아쉬움이 남았다. 이제 당당히 우승과 함께 통합 6연패의 일원이 됐고, 챔프전 MVP까지 수상하며 WKBL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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