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아르헨 등 신흥국발 금융위기, 국내 경제 미치는 영향 크지 않아"
"최근의 고용부진, 최저임금 인상만의 영향은 아냐"
【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최근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보이는 불안정성에 대해 "국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 이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와 터기 등 기초 경제여건이 취약하고 정치적·지정학적 불안이 큰 나라들을 위주로 이러한 불안한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건전성이 상당히 양호하고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외환보유액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일부 국가들의 위기가 신흥국 시장 전반에 확산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정책금리가 다음달 또 한 차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황이 변화할 가능성을 염두는 해 둬야 한다고도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다음달 금리를 더 올리면 한·미 금리는 0.50%p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 총재는 여기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자본유출의 요인에는 내외금리차도 있겠지만 훨씬 더 큰 요건은 경제 펀더멘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총재는 최근의 고용부진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만의 영향은 아니라는 견해를 냈다. 그는 "이론적으로 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비용절감을 위한 고용조정 유인을 높이게 된다"면서도 "그러나 최근의 고용부진은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 일부 업종의 불황 등 여러 요인이 혼재된 상황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지난주에 총재께선 대내외 경제 여건이 만만치 않아 낙관하기 어렵다고 했었다. 또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현재 경기침체 초기에 있다고 했다. 최근 경기상황을 어떻게 보나. 3% 성장 전망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나. "최근의 경제 여건에 대해 여러가지 견해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지금까지 국내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해왔고 현 시점에서 봤을 때 성장흐름은 지난 4월달 전망을 수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지만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게 사실이니 높아진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면 안 되겠다. 그래서 지난번에 낙관할수 없다고 한 배경도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얼마 전 추경이 통과됐는데, 경제적 효과가 궁금하다. "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통과됐는데, 정부 계획대로 집행이 되면 경기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걸로 예상한다. 다만 구체적으로 성장에 얼마만큼 영향을 줄 것이냐 하는 것은 집행률 수준이나 그에 대해 경제주체들이 어느 정도 반응하느냐에 달려있다. 추경 집행의 효과를 짚어보고 7월 전망 때 참고토록 하겠다." -이달 초 유가 전망에 대해 총재께선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큰 폭으로 수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 뒤로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이는데 지금도 수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보나. "앞으로 유가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에 다시 한번 짚어보고 있다. 국제 유가에 따른 영향은 물가를 분명히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실물경제에도 시차를 두고 영향이 있겠지만 지금 현재 세계 경제의 흐름이 상당히 양호하기 때문에 유가가 우리 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현재로선 아직 제한적이라고 본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에 달려있다. 유가가 일부 우려대로 큰 폭으로 오른다면 문제가 있겠다. 유가 향방에 대해서도 조금 더 지켜보겠다. 전체적인 국내 경제에 대한 영향은 7월 발표 때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다." -최근 아르헨티나의 구제금융신청을 계기로 신흥국발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많다. 신흥국 시장의 위험이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나.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기초 경제여건이 취약하고 정치적·지정학적 불안이 큰 나라들을 위주로 이러한 불안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이 여타 신흥국으로 확대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현재 이러한 위기가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 않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대외건전성은 상당히 양호한 상황이다.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지속하고 외환보유액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대외 채무 구성을 봐도 단기외채 비중이 낮고 대외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일부 신흥국 금융불안이 국내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정상화 과정에서도 이같은 위기가 신흥국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런 가능성을 항상 염두해 둬야 한다. 그 동향도 세밀히 짚어보겠다." -고용부진에 있어 최저임금의 영향이 크단 이야기가 나온다. 총재께선 최근 고용부진의 원인을 뭐라고 보나. 저번달엔 최저임금의 영향을 판단하기 이르다고 했었는데. 또 정부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속도조절 이야기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 "3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대 초반에 그치고 있어 최근의 고용상황이 부진한 것이 사실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최저임금을 인상하게 되면 비용절감을 위한 고용조정 유인을 높이게 된다. 근데 최근의 고용부진은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 일부 업종의 불황 등 여러 요인이 혼재된 상황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어느 정도 얼만큼 영향을 줬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1만원 인상에 대한 속도조절 논의가 지금 심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서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 기업이나 사업체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속도조절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국제유가 큰 폭 상승하고 있다.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한은은 62달러로 전망했지만 현재 79.8달러로 거래되고 있다. 전망을 상향 조정할 수 있나. 일각에선 물가상승 속에서 경기가 둔화되는 미니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도 나온다. 어떻게 진단하나. 한은은 어떤 대책을 취할 수 있나.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건 극심한 경기침체와 물가의 급등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을 일반적으로 말한다. 지난 4월 전망때 유가 전망을 낮춘 바 있는 게 사실이다. 그때 봤던 수준 이상으로 앞으로도 유가가 크게 오른다면 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거다. 다만 현재 70달러대가 되고 상승세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급등으로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거라고 예상하고 있지 않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충분한데도 IMF에 자금요청했다. 아르헨티나도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는데, 이것이 유동성 위기를 가져오면서 환율을 방어하는데 리스크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침 우리나라도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기로 했는데. "이번에 정부에서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방안으로 시장안정화 조치 정보를 공개키로 결정했다. 그에 따라서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제약되는 것 아니냐, 그러면 투기세력에 이용될 가능성은 없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금까지 정부와 한은은 환율정책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급격한 쏠림현상이 있거나 하는 급변동시 시장안정화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조치를 취해왔다. 우리가 관련 정보를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시장안정화조치는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에 우리가 공개하려는 수준도 양호한 대외건전성이나 외환시장 여건 등을 감안할 때 환투기에 이용될 가능성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우려가 있기 때문에 늘 경계하겠다." -2006년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역전폭이 상당히 컸다. 한국과 미국의 경제상황이 서로 다르게 전개될 경우 한은은 이때 이상의 역전폭도 한은은 용인할 수 있나. "두 나라간 금리 역전에 대한 관심이 높은 건 아무래도 금리가 역전이 되면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겠느냐는 우려인 것 같다. 2006년에 역전폭이 컸지만 당시 우리 국내 경기가 상승국면에 있었고 펀더멘털이 양호했기 때문에 자본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일부 신흥국 시장에서 자본유출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들을 보면, 오히려 국내 정책금리가 상당히 높다. 그런데도 자본유출이 일어난다. 그런걸 감안하면 금리역전폭을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느냐는 딱 집어 말할 수 없다. 자본 유출에는 대외금리차도 고려 요인이 되겠지만 훨씬 큰 요건은 경제 펀더멘털이다.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대외건전성을 양호하게 유지해서 외부 충격에 대한 흡수력을 보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동시에 구조조정 노력이나 생산성 향상 노력을 통해서 잠재성장 수준을 지속가능하게 끌고 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최근 경기를 놓고 논쟁이 일어날 정도로 한은과 정부의 경기판단을 믿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나 기업심리지수 등 경제심리지표를 한은은 통화정책에 얼마나 활용하나. "소비자심리, 기업심리지표는 체감경기를 반영하고 있는 데다가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선행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 이런 지표들도 당연히 참고 지표로 들여다 보고 있다. 근데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와 정부, 중앙은행의 경기판단에 다소 차이가 있는것 아니냔 지적인데, 여러 이유가 있곘지만 업종별 업황에 있어서 차이가 크게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도 있지 않나 한다. 앞으로 경기판단에서 경기 주체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도록 하겠다." -최근 2~4월 신규취업자수 등 고용상황 관련, 정부는 이에 대해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 이걸 두고 고용부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야기로 해석해도 되나. "앞서 취업자수가 3개월 연속 10만명대 초반에 그치는 등 고용상황이 부진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물론 기저효과도 있고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이나 일부업종의 업황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가세해 나타난 현상이다. 제가 알기론 정부에서도 현재 고용여건이 상당히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는 걸로 안다." -지난 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구조적 변화로 물가 낮아지면 물가안정목표의 수정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했다. 현행 목표수준에 대한 총재의 평가를 부탁한다. "일반적으로 물가안정목표란 그나라 경제의 구조를 반영하는 적정 물표는 어느 정도인지, 경제 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인지, 목표로서 달성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설정하게 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낮은 인플레가 지속되면서 대부분의 나라는 물가안정목표수준에 대해서 학계는 물론 중앙은행 내에서도 논의가 여럿 있다. 꽤 오래전부터 이런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그런 움직임에 대해서 제가 지난번 마닐라에서 언급한걸로 기억한다. 물가안정목표를 3년 주기로 점검하고 있는데, 물가안정목표를 변경한다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물가안정목표의 변동은 중앙은행의 신뢰성, 기대인플레 안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목표의 변경은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앞으로 적용할 물가 목표에 대해서 열심히 분석 검토하고 있고 이걸 갖고 정부와 협의하는 작업이 진행중에 있다." -최근 가계 대출을 보면 정부 규제로 증가폭은 줄었는데 기타대출이 늘면서 질적인 면에서 제2금융권쪽으로 확대, 대출의 질을 낮춘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기타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게 사실이다. 신용대출 비롯한 기타대출은 연체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전성이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이 기타대출의 우려를 현재로서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일부 비은행 신용대출의 경우, 차주의 신용도가 낮고 대출금리가 높은 게 사실이기 때문에 앞으로 비은행 대출 추이와 위험요인은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고 감독당국에서도 이점을 지켜보고 있는걸로 안다." -통화정책방향결정문의 문구를 보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주요국과의 교역요건'을 보겠다고 적었는데, 지난번 결정문의 문구와 이 둘의 앞뒤 순서가 바뀌었다. 교역요건보단 주요국 통화정책의 변화를 더 강조한 게 아닌가 한다. 이것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면 한은도 따라 금리를 인상하겠단 시그널인가. "그것은 기조적인 변화를 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최근 일부 신흥국에서 나타난 금융불안이 미국의 금리상승과 그에 따른 달러화 강세의 영향에 상당부분 기인했다고 보기 때문에, 다음달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결정이 있다면 그것이 신흥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추경 통과가 한은의 금리정책에 있어서 어느 정도로 운신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고 보나. "이번에 3조원대 추경이 통과된 것이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추경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어디까지나 일자리 창출 목적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에 영향을 전혀 안 준다고 할 순 없지만 의미있는 영향은 주지 않을것으로 본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