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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 출범 … ‘이탈렉시트’ 현실화되나

등록 2018-06-10 05:00:00   최종수정 2018-06-11 09: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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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AP/뉴시스】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신임 총리가 5일 상원에서 첫 연설을 앞두고 자신의 내각 연합정부를 구성한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왼쪽)과 동맹당의 마체오 살비니 대표(오른쪽) 사이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3월4일 총선 후 두 포퓰리스트 당은 두 달이 훨씬 지난 뒤에야 연정에 합의했으며 이들이 추천한 콘테 총리후보는 한차례 대통령에게 퇴짜 맞았다가 31일 다시 정부구성권을 위임받았다. 2018. 6. 5.
【서울=뉴시스】 조인우 기자 = 이탈리아에서 우여곡절 끝에 새 정부가 탄생했다. 유럽연합(EU)과 유로존까지 뒤흔들 우려를 낳았던 이탈리아 내부 정세가 드디어 안정되나 싶었으나, 반(反)EU 기조가 강한 포퓰리즘 극우 정부가 들어서면서 EU로서는 산 너머 산을 맞았다. 향후 이탈리아와 EU의 관계, 정치 신인 주세페 콘테 신임 총리의 행보 등 이탈리아 정계의 일거수 일투족이 국제사회의 관심사다.

◇이탈리아, 정부 구성까지 90일간의 기록

 콘테 신임 총리가 지난 1일(현지시간) 로마의 대통령궁에서 취임 선서를 하면서 새 정부의 출범을 알렸다. 지난 3월4일 총선 이후 90여일 만이다. 서유럽 사상 최초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부의 공식 탄생이다.

 3월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동맹당 등의 우파연합은 약 37%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승리했다. 단일 정당으로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33%로 1위를 달성했다. 집권 민주당의 득표율이 23%에 그치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 둔화와 높은 실업률, 이민자 문제 등 기성정치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의 표심으로 해석됐다.

 의회에 다수당이 없는 ‘헝의회’가 구성된 가운데 동맹당과 오성운동이 힘을 모았다. 동맹당과 연합한 전진이탈리아당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거취 문제로 한 차례 연정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오성운동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기성정치의 상징으로 보고 정부에 함께하지 않을 의사를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한 발 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면서 이탈리아의 오성운동/동맹당 정부 출범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콘테 총리 내각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부 구성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반 EU 성향이 강한 파올로 사보나 경제장관 지명자를 문제 삼았다. 이에 조기 총선 가능성까지 대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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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AP/뉴시스】 이탈리아 총선에서 18%를 득표해 선전한 극우 성향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 5일 오전 기자회견을 끝내면서 엄지를 들어올리고 있다. 동맹당 등 우파연합은 37%를 얻어 정부 구성권 일순위다. 이만 추방과 유로존 탈퇴를 내걸고 있는 동맹당은 이전에 북부 분리주의를 내건 북부 동맹에서 출발했다. 2018. 3. 5.
오성운동과 동맹당은 협의 끝에 사보나 지명자의 직책을 유럽문제 담당 장관으로 옮기며 한 차례 꼬리를 내렸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오성운동과 동맹당 간 연정 구성안을 결국 승인했다.

 새 정부에서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가 노동장관에,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는 내무장관을 맡는다. 두 사람은 부총리 직책도 겸임한다.

◇서유럽 사상 최초의 포퓰리즘 정부...EU 개혁은 어디로

 정부 출범으로 이탈리아의 내정 불안은 일단락된 가운데 새 정부의 강경한 반EU, 반이민 성향으로 유럽은 물론 전 세계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이은 이탈렉시트(ITALEXIT/이탈리아의 EU 탈퇴)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2009년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세운 오성운동은 기존 체제에 반기를 드는 것을 주된 가치로 하는 대중주의 정당이다. 앞서 EU 탈퇴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동맹당은 반(反)유로, 반EU, 반이민을 핵심 메시지로 ‘이탈리안 퍼스트(Italian Firtst)’를 내세우며 동성애 반대, 외국인 범죄자 추방 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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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AP/뉴시스】 이탈리아 총선에서 단일 정당으로는 최고인 32%를 득표한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가 5일 낮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31세의 젊은 마이오 대표는 이날 자당이 다음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해 기득권 타파의 민주주의 운동에  한정시켰던 이전 지도자들과 획을 그었다. 2016. 3. 5.
이들 두 정당이 손을 잡은 새 정부는 공공 지출 확대, 연금 개혁 철회 등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하는 이유다. 3월 말 기준 공공부채가 2조3000억유로(약 2891조원)에 달할 정도로 재정 건정성이 취약한 가운데 이탈리아가 그리스와 같은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탈리아가 유로존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차지하는 만큼 재정위기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그리스 사태보다 훨씬 큰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데스먼드 라흐만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이탈리아의 경제규모는 재정위기로 유럽을 뒤흔든 그리스보다 10배 크다”며 “이탈리아가 유로존에서 탈퇴한다면 단일 통화(유로)는 현재의 현태로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외에도 지난 총선의 최대 의제였던 아프리카 이민자 문제를 두고 EU와 계속해서 갈등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와 마주보는 이른바 ‘관문 국가’에서는 이민자 유입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며 반이민 정서가 거세지고 있다.

 동맹당과 오성운동이 러시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사실상 승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U가 향후 러시아 제재에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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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AP/뉴시스】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왼쪽)이 1일(현지시간) 주세페 콘테 신임 총리의 공식 취임을 축하하며 악수하고 있다. 2018.06.02
◇콘테 “달라진 정부” 주장…EU의 우려는 현실로

 EU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콘테 총리는 지난 5일 새 내각에 대한 신임 투표를 앞두고 진행한 상원 연설에서 “유로화를 떠나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토론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오성운동과 동맹당의 기조를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EU와의 재정정책 재협상을 원한다면서 “지난 수 년 간 진행된 긴축 정책이 아닌 성장을 통한 공공 부채 감축을 해나갈 것”이라며 “이탈리아의 이익은 유럽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우리 새 정부의 협상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EU의 이민정책을 “실패”라고 명명하면서 EU는 “달라진 정부”와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 정부를 구성하는 정치세력이 포퓰리스트에 반체제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대중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포퓰리즘이고, 오랜 특권을 없애고 새로운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반체제라면 그렇게 불릴만 하다”고 말했다.

 살비니 신임 내무장관은 계속해서 반난민 기조를 강조하는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시칠리아 집회에서 난민을 대거 추방하고 난민들에 대한 지원을 없앨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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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AP/뉴시스】이탈리아 새 정부 총리 지명자인 주세페 콘테가 31일(현지시간) 로마의 퀴리날레 대통령군에서 언론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유로 회의론자인 파울로 사보나를 경제장관이 아니라 유럽문제 담당장관에 임명하기로 하면서 서유럽 최초의 대중영합주의 정부 탄생이 가능해졌다. 콘테 총리와 새 내각은 1일 오후 취임 선서를 한다. 2018.6.1
그는 “난민을 수용해 지원하는 것이 이탈리아에 너무 큰 부담”이라며 난민을 향해 “좋은 시절은 끝났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난 6일에도 “본국으로 송환될 예정인 난민이 시내를 다니지 못하도록 수용소 밖 외출을 금지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콘테 총리는 지난 8~9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법학자 출신 정치 신인의 첫 국제무대 데뷔다. 정치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디 마이오 장관과 살비니 장관의 허수아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앞서 나왔다.

 콘테 총리는 이 자리에서 EU 개혁을 주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새 정부와 양국 정부 및 EU의 미래 관계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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