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첫걸음은 '맹탕', 그래도 희망은 있다” 천영우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서는 속빈 강정, 후속협상에 기대-CVID 용어에 집착할 게 아니라 검증체제가 핵심-북한의 변화 가능성 있어, 체제 붕괴는 희망사항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이사장 <김현호의 넛지인터뷰>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2006-2008년)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역임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었다. 이후 주영국대사와 외교부 제2차관 등을 지낸 뒤 이명박 정부 후반기 때는 2년4개월 간(2010.10-2013.2)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다. 이 시기는 천안함 피격사건(2010년 3월)과 연평도 포격사건(2010년 10월) 등으로 남북관계가 꽉 막혔고, 그도 남북 대치국면을 관리하는 데 주력했다. 대화와 대결이라는 남북관계의 양면을 그만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지휘해 본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가 북한의 외교 실세들과 막후에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벌인 일화들은 언젠가 그의 회고록에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외교안보수석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나면서 한반도미래포럼을 창설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시간에 쫓겨, 또 현직이라는 한계 때문에 자유롭게 할 수 없었던, 한반도의 미래를 구상하고 대비하는 작업을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해보려는 취지였다. 이 모임에는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출신의 전직 고위 관료들과 교수 장군 언론인 등 전문가 6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반도의 대전환기를 맞아 국내외 언론의 부름이 쏟아지고 있는 천영우 이사장을 찾아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평가와 전망 등을 들어보았다. -북미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공동성명 내용이 이렇게 맹탕으로 나올 것으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성명서는 ‘앞으로 협상하자, 의제는 이것이다’는 것만 담고 있을 뿐이다. 13년 전인 2005년 6자회담이 생산한 9-19 성명보다 후퇴한 내용이다. 9·19 공동성명에 들어 있는 검증가능한 비핵화라는 표현조차 없다. 북한과의 핵협상에 참여해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게 뭐지? 아무것도 없잖아’하는 반응이다. 비핵화의 실체적 정의(定義)에 합의하지 못했고 실무협상의 지침이 될 원칙과 비핵화의 시한과 구체적 방향, 검증체제에 대한 언급도 없다. 정상회담에서는 그때까지 합의할 수 있었던 의제만 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실무협상에 위임했다. 트럼프가 북한과 김정은을 얕잡아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정상회담이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은 길고 험난한 협상의 시작에 불과하며 우리가 바라는 비핵화 목표 달성 여부는 앞으로의 실무협상에 달려 있다.” -그래도 미국과 북한의 첫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의미는 무거운 것 아닌가. “미. 북 정상의 첫 대좌로서의 의미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준비가 부실한 회담이었다. 회담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의 구조와 내용만 놓고 본다면 미국은 실체가 불확실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약속을 받아내는 대가로 관계정상화, 안전보장, 평화체제 등 북한이 요구한 것을 대부분 수용했다. 성명에 담긴 약속 외에도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개시하기도 전에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선불로 내어주고 주한미군도 철수할 수 있다는 언질을 주는 등 한미동맹도 비핵화의 제물로 바칠 수 있다는 의사까지 내비쳤다. 북한이 얻은 더 큰 성과는 김정은과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더 할 수 없이 높아지고, 폭압체제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다.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기 위해 2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달려온 데다 만나서 큰 영광이라고 할 정도로 극찬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김정은의 국내정치적 입지도 강화시켜줬다. 그동안 북한의 모든 악행에 면죄부를 주면서도 트럼프가 받아온 것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김정은은 ‘우리가 국제적 고립과 압박 속에서도 핵미사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과연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었겠나’고 뿌듯했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제재와 압박으로 최대의 레버리지를 갖추고 세계 최빈국과의 협상에 나가더라도 전략이 허술하고 일시적 충동과 공명심을 억제하지 못하면 어이없이 농락당하고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러나 앞으로의 협상과정에서 더 큰 실수를 막고 비핵화목표를 차질없이 달성하려면 1라운드에서 이런 뼈아픈 경험을 하는 것이 보약이 될 수는 있다. 첫 라운드에서 완패하는 것이 전체게임에서 이기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정상회담을 안 하니만 못했다는 건가.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좀 더 신중하게 내실 있는 준비를 해서 알맹이 있는 합의가 나왔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정상회담을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고 본다. 비록 미국이 요구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는 표현은 관철하지 못했지만 용어가 어찌되었든 간에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북한도 공동성명에서 약속 받은 미국과의 수교, 안전보장, 평화체제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성명에 정해진 아젠다 하에서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조치와 미국이 취할 상응 조치들을 연결하는 로드맵 협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실제로 이번 합의 내용이 구체화될 것이다. 또 하나, 그간 북한의 장차관급이 서명한 합의문은 이행하지 않거나 기만을 해도 피해 나가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공동성명은 김정은이 직접 서명했다는 점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김정은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핵물질을 허위 또는 축소 신고하거나 핵 폐기를 거부할 경우 김정은이 직접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엄청나다. 그만큼 과거보다 합의의 신뢰성은 높아질 것이다.“ -이번 회담으로 한반도는 평화의 길로 들어선 것인가, 더 큰 위험을 잉태한 것인가. “이번 회담으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궁극적으로 어떤 비핵화가 될 것인지, 완전한 비핵화가 현실화될 것인지는 앞으로 실무협상에 달려 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비핵화의 결과까지 예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협상 개시 선언에 불과한 이번 정상회담 결과만 놓고 비핵화는 실패할 것이라고 단정할 일은 아니다. 공동성명의 내용이 너무 빈약한 건 틀림없고, 김정은이l 챙긴 게 훨씬 많다고 하지만 이번 한번으로 협상이 끝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길고 험한 협상의 첫걸음일 뿐이다. 진짜 성공으로 갈지 실패로 갈지는 앞으로의 실무 협상에 달려 있다. 야구에 비유한다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이제 1회를 겨우 끝낸 셈이다. 9회 말의 결과를 지금 예단하는 것은 무리이다. 물론 1회를 좀 더 잘 치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지금이 보수정권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지금이 보수정권이고 내가 만약 안보실장을 맡고 있었더라도 현 정부의 선택과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협상전략을 수립하고 북한으로부터 받아내야 할 사항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는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미북 정상회담 성사에 이르는 과정자체가 작년 12월 12일 김정은의 ”국가핵무력 완성선언“을 토대로 한 근본적 전략변화에서 출발한 것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북 정상회담으로 가기위한 징검다리로서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요구하는데 보수정권이라고 해서 이를 거부하거나 피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보수정부든 진보정부든 북한이 핵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는 아무리 협상하자고 졸라도 북한이 비핵화를 의제로 삼는 협상에는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은 작년 9월3일 수소폭탄 실험 성공, 11월 29일 화성 15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서 더 이상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미국과 한국을 자극할 일이 없어지고 협상력이 극대화된 시점을 택하여 평화공세로 전환한 것이다. 핵개발목표를 완수한 만큼 김정은은 이제 병진노선의 또 다른 목표인 경제발전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전략을 바꾸었고 이를 위해서는 핵문제에서 미국과의 딜이 필수불가결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가혹한 경제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경제 발전을 위한 재원 마련과 외자유치는 불가능하다. 미국과의 직접 담판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절멸시키겠다고 공언하는 마당에 미국에 직접 손 내미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도 않고 만약 손을 내밀었다가 퇴자 맞으면 체면 손상이 클 것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를 브로커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마침 남쪽에는 남북관계의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는 진보정부가 들어서 있어 북한의 메신저 역할을 기꺼이 수행할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북한 정권이 전략을 바꾼 데는 대북제재 강화도 주요한 몫을 했겠지만 북한이 핵무력 완성과 미국의 군사적 해법의 신뢰성이 더 큰 작용을 했다고 본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이 만들어낸 북한의 전략 전환을 한국의 보수정부든 진보정부든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추후 협상에서 CVID는 어떻게 되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C(완전한)’ 속에 ‘V(검증가능한)’와 ‘I(되돌릴 수 없는)’가 포함돼 있다고 하는데. “문제의 본질은 용어가 아니다. 용어야 뭐라 했든 북한이 말하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가 미국이 말하는 CVID를 포함하는 것인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다. 형용사 C, V, I 중에서 굳이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V(검증 가능한)라고 할 수 있다. C(완전한)를 보자. 애초에 완전하지 않은 비핵화는 비핵화일 수가 없다. 불완전한 비핵화는 군축일 뿐이다. I(되돌릴 수 없는)도 이제는 별 의미가 없다. 북한은 이제 비핵화 했다가도 다시 핵무장하는 데 1∽2년이면 충분하다. 결국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검증에 관한 이야기는 공동성명에도 없고 추후 설명도 없다. 사전 예고 없이 의심시설에 대한 불시사찰이 이루어져야 북한의 핵폐기가 완전한지 검증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핵관련 정보가 있는 장소, 시설, 물질, 사람에 대해 무제한의 접근이 허용되느냐가 관건이다. 검증체제가 허술하면 CVID가 실현됐는지 확인할 수도 없게 된다. 북한이 실제 비핵화 됐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나 신뢰성 있는가에 따라 비핵화의 품질이 결정되는 것이다.” -북한은 왜 끝까지 CVID 표현을 거부했나. “미국 대통령까지 나섰는데 북한이 왜 끝까지 버텼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지만 북한이 끝까지 미국이 요구하는 CVID를 할 생각이 없다면 ‘완전한 비핵화’도 받기 어려웠을 수 있다. 북한이 하겠다는 비핵화가 미국이 원하는 CVID가 아니면 결국 북한이 그 대가로 약속받은 안전보장 등 보상도 못 받을 것이다. 설혹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개념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앞으로 로드맵 협상 과정에서 다 밝혀지게 될 것이다. CVID는 북핵 관련 유엔안보리 결의에서 사용된 용어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유엔대사 할 때 관철시킨 것이다. 안보리 결의는 특별 국제법이고 따라서 북한은 CVID를 준수해야 할 국제법적 의무를 지고 있으며, 안보리의 대북 제재도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근거로 하고 있으므로 북한이 이 용어 자체에 체질적 거부감을 갖는 건 사실이다. 또한 이 용어는 북한의 핵폐기에만 적용되는 표현이므로 북한은 일방적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의 핵우산철폐와 미국 핵무기의 한반도주변 전개 금지까지 포괄하는 한반도전체의 완전한 비핵화 개념을 관철하기 위해 CVID 대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끝까지 고수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가 기정사실이 되고 있는 분위기인데. “비핵화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서는 협상분위기 유지를 위한 신뢰구축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차원에서 북한과의 협상이 진지하게 진행되는 동안 한시적으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 또는 축소한다든지 한반도 주변에 전략자산 전개를 보류하는 등의 조치는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과거 한미 연합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을 일시 중지한 사례도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구축 차원에서 앞으로 2년 정도 한시적으로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중단이유로 훈련이 도발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한 데 근본적 문제가 있다. 훈련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있어 북한의 주장에 동조함으로써 훈련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주한미군철수를 너무 가볍게 거론함으로써 동맹의 가치를 평가절하한 건 예사 문제가 아니다. 특히 주한미군 문제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가장 강력한 최후의 카드인데 다른 방법으로는 도저히 비핵화가 불가능하고 주한미군 카드만 쓰면 확실하게 CVID가 보장될 때 쓸까 말까 고민해야 할 가장 소중한 협상 자산이다. 그런 카드를 협상 개시 단계에서 미리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기대수준을 턱없이 올려놓고 이제 주한미군 철수 없이는 비핵화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대북 제재의 실효성은 이미 사라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핵심적인 대북 제재는 북한이 모든 핵물질을 반출하고 관련시설을 해체 또는 영구 불능화할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 가장 강력한 제재는 경제 금융 제재다. 아마 미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를 유지할 것이다. 효과가 없거나 상징적인 제재는 조기에 풀 수도 있다.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북한 인사들에 대한 해외여행금지 조치는 외화수입에 영향을 줄 제재보다 우선적으로 풀어도 무방하다.” -북한은 변화할까. 변한다면 체제가 그 변화를 견뎌낼 수 있을까. “북한의 실질적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김정은은 중국 또는 베트남식 개혁 개방에 나서더라도 체제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결과로 미국 일본 등과 관계를 정상화하면 연간 수십억 수백억 달러의 외화가 들어갈 것이고 북한 경제개발이 예상보다 급속히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북한이 개혁 개방하면 외부 정보와 바이러스가 유입되겠지만 그 때문에 체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은 우리의 희망 사항일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발전의 혜택을 누리고 더 이상 인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현시켜 나간다면 북한 내 반체제 세력이 힘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혹 반체제세력이 형성된다하더라도 도전세력으로 조직화되기 전에 손을 쓸 것이므로 김정은 체제를 전복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중국과 베트남이 할 수 있는 것을 북한이 못할 게 뭐 있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김정은을 과소평가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는 대북 지원에 나설 태세인데. “본격적인 지원은 북한의 비핵화 핵심조치가 완료되고 나서 해야 한다. 빠르면 2-3년 내에 북한의 비핵화가 상당 수준으로 진척될 수도 있다고 본다. 북한은 용도가 없고 단시간 내에 복구 가능한 핵 실험장이나 미사일 엔진 실험장은 폐쇄해도 핵무기 증강에 필요한 핵물질은 아직도 계속 생산하고 있다. 핵물질을 반출하고 관련 시설을 해체 불능화하면 핵심 제재도 해제할 수 있다. 완벽한 비핵화에는 수십 년 걸린다는 지적은 원자로 해체와 방사능 제거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북한 내에 있는 모든 핵물질이 반출되고 핵물질을 생산하는 농축시설이 모두 해체되고 방사능 오염이 심한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을 영구 불능화하면 비핵화는 90퍼센트 이상 완료되는 셈이다. 그때가 되면 비핵화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대북 지원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들을 충실히 이행하고 검증을 피해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제재와 압박을 견고하게 유지해야 한다.” -중국은 어떤 입장인가 “지금 모든 상황은 중국이 원하는 대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주한미군과 핵우산, 한미 군사훈련 등이 사라지고 남북 간에 긴장과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걸 핵심 국가 이익으로 삼고 있다. 지금 중국은 한반도 문제가 이런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뒤에서 지켜보면서 배후 조종하고 있을 것이다. 현 상황의 가장 큰 수혜자가 중국이라는 미국 내의 일부 지적은 일리가 있다. 한 가지, 중국이 신경 쓰는 문제는 평화협정 당사자로 자국이 참여하는 데에 대해 북한이 반대하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북한은 중국이 평화협정 당사자 자격을 내세워 한반도 장래문제에 개입하고 북한에 훈수할 가능성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중국이 비록 6·25 참전국이지만 현재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평화협정의 당사자 자격이 없다는 논리다. 1996년 제네바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남북미중 4자 회담이 열렸을 때도 북한은 중국의 참여를 극구 반대했고, 회담장에서 중국을 외면하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남북 간의 이익이 다를 수 없는 문제이므로 우리 정부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상임고문>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