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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꼰대가 뭔지 모르는 젊은 음악···'영원히 영원히'

등록 2018-06-22 00:00:00   최종수정 2018-07-02 10: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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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앨범을 10장 낼 수 있었던 까닭은 자우림의 음악을 이해해주는 팬들, 즉 '지음들' 덕분이에요. 무슨 음을 냈을 때 '아, 이런 음이구나'라고 생각해줄 수 있는 팬들이 있죠. 저희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구나'까지 알아주는 분들에게 해가 갈수록 감사한 마음입니다."(김윤아)

올해 데뷔 21년째를 맞이한 밴드 '자우림'이 5년 만에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22일 오후 6시 정규 10집 '자우림'을 공개한다. 2013년 9집 '굿바이, 그리프(grief)' 이후 첫 정규음반이다.

1990년대 홍대앞 클럽 '블루데빌'에서 활약한 자우림은 1997년 영화 '꽃을 든 남자'에 삽입된 '헤이 헤이 헤이'로 이름을 알렸다. 그해 1집 '퍼플 하트(Purple Heart)'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호소력 짙은 음색과 세련된 스타일로 여성 뮤지션들의 '워너비'로 자리매김한 김윤아(44)를 비롯해 개성이 뚜렷한 4인 혼성 록 밴드로 활약했다. '매직 카펫 라이드' '미안해 널 미워해' '샤이닝' '일탈' '하하하쏭' 등의 히트곡을 냈다.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1년에 앨범 한 장씩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창작욕을 드러낸 자우림은 최근 앨범 발표 텀이 길어지고 있다. 베이스 김진만(46)은 "지금은 예전보다 곡을 쓸 때 심사숙고를 하게 된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다보니 앨범 발매 텀이 자연스럽게 길어진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드러머 구태훈(46)이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팀 활동을 함께 하지 못하게 됐다. 기타 이선규(47)는 "(합류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타이틀곡 '영원히 영원히'를 비롯해 10곡이 실린 이번 음반의 이름이 셀프 타이틀이라는 점을 특기할 만하다. 보통 셀프 타이틀앨범은 팀의 데뷔 앨범인 경우가 많다. 자우림이 10집에 팀 이름을 붙인 것은 "자우림 만의 음악세계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라는 자신감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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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
음악평론가 배순탁씨는 "자우림은 자신들이 창조한 세계 속에서 확신으로 가득 차 직선으로 내달리는 것이 아니라 방황하고 고뇌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10집이 자우림의 첫 번째 완결인 동시에 새로운 출발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들었다.

이선규는 "이번에는 앨범 이름을 정하다가 '자우림'이 나왔는데, 아무 이견 없이 정해졌다"면서 "20년 간 쌓이고 쌓이면서 연륜이 묻어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만은 "우리에게는 쉽게 정할 수 없는 타이틀이었지만, 100년 후에 자우림을 검색했을 때 '대표적인 앨범으로 이 앨범을 들으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작들보다 사운드가 촘촘해졌다. 김진만은 "유화로 치면 된 물감으로 칠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자기 패러디를 하는 여유도 보였다. 1집 '퍼플 하트' 수록곡 '일탈'의 가사인 '신도림 역안에서 스트립쇼를' 중 '신도림 역이' 이번 앨범 '사이코헤븐'에서도 반복된다. 이선규는 "오마주"라며 웃었다. 

앨범 구성은 자우림답게 다채롭다. 희망가가 있는가 하면, 회한이 짙게 배인 곡들도 있다. 사회 비판 곡들도 여전히 있다. 데이트 폭력에 대한 비판인 '광견시대' 등 날 선 곡들도 귀에 감긴다. 강압적인 교육을 날카롭게 톺아본 '낙화' 등 이전 앨범에서도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노래들을 불러온 자우림이다.

드라마틱한 '영원히 영원히', 내밀한 '슬리핑 뷰티' 등 수록곡 한곡한곡은 저마다 서사적 끝맺음, 정서적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 김윤아는 단편소설집 같은 이번 앨범이 "어른용 동화"라고 봤다. 마치 팀 버턴의 그로테스크 영화와도 같다. "잔혹하기도 하고 관능적이기도 하죠. 팀 버턴의 동화적인 촉감, 현실과 비현실이 어두운 색으로 섞여 있기도 합니다."

자우림의 앨범은 백화점 같다는 평도 있다. 이선규는 "한 곡으로 저희의 많은 것을 표현하기에는 어색해요"라고 했다.

한편에서는 자우림을 밝은 밴드로 본다. '매직 카펫 라이드' '하하하쏭' 등 밝은 분위기의 곡들 때문이다. 반면 김윤아의 솔로 앨범은 침잠한다. 혼란스러운 비트의 '광견시대', 몽환적인 '아는 아이'는 진한 정서에 기반한 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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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는 "개인적으로 '하하하송'도 슬픈 노래라고 생각해요. 자우림 노래에는 인간의 희망과 분노, 사랑, 갈등, 어려움이 있죠. 한 면만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라고 반문했다. "성별, 연령과 상관없이 갈등이 있고 행복해지려고 애쓰고 있고,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해왔는데, 이번에도 그런 인생이 담겼어요."

자우림은 20년 넘게 별 탈 없이 정상을 유지해온 드문 밴드다. MBC TV '나는 가수다'로 심기일전하고, JTBC '비긴 어게인'으로 미니멀한 사운드의 맛을 느꼈다는 자우림은 자신들은 "운이 좋은 밴드"라고 했다. '즐거운 음악 동호회'처럼 지내오면서 든든한 팀워크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제는 '프로페셔널'로 무장하려 한다. 김진만은 앨범의 작업적인 측면에서 "결과가 더 좋다"고 했다. "밴드라서 즉흥적인 것이 좋았는데, 이상하게 경험과 연륜이 쌓이니까 달라지더라"는 것이다.
 
김윤아는 전작인 9집을 기점으로 사운드적인 완벽성을 꾀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멤버들도 갑자기 괴롭히게 됐죠. 11집에서는 한층 더 농밀한 사운드를 듣게 될 겁니다."

자우림은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내에서 존재감이 희박한 밴드, 그리고 더 드문 프런트우먼이 있는 밴드로서 또렷한 존재감을 발휘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선규는 최근 밴드의 활약이 줄어드는 시대 분위기에 대해 "매체가 밴드를 멋있게 소개하지 않아서"라며 "힙합처럼 밴드를 멋있게 소개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농반진반했다. 김윤아 이후 프런트우먼을 앞세운 밴드가 살아남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제2의 자우림'이라는 수식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괜찮은데 그런 수식이 좋지 않은 영향과 폐를 끼쳤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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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하지 못하는 것은 밴드 만의 사정이 아닐는지도 모른다고 김윤아는 짚는다. "최근 유명 선배의 스튜디오가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고요. 대신 밴드가 아닌 개인 작업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죠. 음악의 형태는 바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뭐가 좋네, 나쁘네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닌거죠."

'새소년', '혁오'를 아끼는 후배 밴드가 아닌, 팬으로서 좋아하는 밴드로 꼽은 자우림에게는 '꼰대'같은 구석이 없다.

김진만은 "멤버들끼리 서로 놀릴 때 '철 좀 들어라'라고 하거든요. 하하. 어설픈 어른의 세계는 싫어요", 이선규는 "저희가 꼰대 밑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꼰대를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요"라며 웃었다. 이렇게 자우림은 한결 같은 밴드였다.

한편 자우림은 7월 7, 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자우림+청춘예찬'을 연다. 신곡 위주로 기존의 히트곡, '비긴 어게인'에서 선보인 곡들을 고루 들려준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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