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시장 위축 불가피…'마용성'도 부담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정부의 보유세 개편으로 인해 단기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깊어질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강남 부동산 시장에 충격이 가장 크고 여전히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 역시 보유세 부담을 피하기 힘들어 가격 하락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세율인상, 공정시장가액비율 및 세율인상, 1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다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 및 세율인상 등 4가지 시나리오의 보유세 개편안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공개된 내용이 중장기적 권고안이라 정부가 8월 세법개정안에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주택시장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80%에서 90%~100%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은 세부담 증가 규모가 1949억~3945억원으로 가장 적고 시장이 감내할 수준이다. 국회 동의 없이 정부 시행령 개편만으로 곧바로 시행이 가능하지만 시장에 크게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도 "공정가액시장비율만 좀 더 높이는 방안이 시행되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1주택자에 대해서는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상 정도로 그친다면 종부세 증세 대상이 다주택자에 집중돼 시장이 급랭할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1주택자에게까지 종부세율을 인상한다면 시장에는 상당한 충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공정시장가액 조정과 세율조정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이 진행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연 10%p 인상시 세수 증가분은 8629억~1조2952억원에 달한다.

 이 경우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것을 넘어 다주택자의 경우 집을 내놓은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이 경우 세법을 고치고 야당, 국민 등과 합의도 필요해 시간이 걸려 당장 시장에 영향을 주진 않을 전망이다.

 박 위원은 "과표와 세율을 모두 높이는 것은 보유세 개편안 중 가장 강도가 높다"면서 "실거래 수요도 위축되고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번 보유세 개편안은 장기적으로 시장에 위축을 가져다올 것으로 보인다. 조정대상지역은 양도세 중과에다 금리인상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거래는 계속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투자자들에게는 보유세 인상이 양도세 중과보다는 더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향후 금리인상, 입주물량증가 등 리스크가 몰려 있어 집값 하락에 대한 무게가 더 커지므로 보유보다는 매도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매도자뿐 아니라 매수자 역시 보유세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보니 시장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고 결국엔 집값 역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보유세 부담까지 증가하면서 매물은 늘어나지만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으면서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면서 "결국 보유세 도입으로 인해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번 보유세 인상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강남권이 될 전망이다. 최근 2~3년 간 가격 상승폭이 가장 커 보유세 부담도 큰데다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으로 악재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집값이 하락하는 중에도 버티고 있는 '마용성' 역시 보유세 부담으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

 양 소장은 "마용성은 개발호재 기대감도 있지만 단기간 가격 상승 부담감과 보유세 부담으로 매수자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불황을 겪고 있는 지방 부동산 시장은 더 침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 역시 보유세 타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시경제가 악화되고 있고 하반기에 금리 인상도 있어 단기적으로 집값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까지 시행되면 시장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택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자산가들은 여유 자금을 주택에서 상가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다주택자 증여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존 주택보다는 신규 아파트 청약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1가구 3주택자가 첫집을 팔 때 최고 양도세율이 62%에 달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대상에서 배제돼 양도세 부담으로 팔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종부세 부담이 무거워질 경우 이들은 절세차원에서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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