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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결산②]슈틸리케 감독, 태극전사들과 너무 늦게 헤어졌다

등록 2018-06-28 08:42:23   최종수정 2018-07-10 09: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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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
【카잔(러시아)=뉴시스】 권혁진 기자 = 돌이켜보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한 것은 예고된 참사일는지도 모른다. 경고등에 불이 들어온 것을 방치한 대한축구협회의 안일한 대처가 태극전사들의 비상을 가로 막았다.

홍명보 감독 체제로 나선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처참히 무너진 한국 축구는 다시 외국인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독일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서의 화려했던 선수 생활과 달리 지도자로선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인물이다. 그를 향한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4개월 만에 치른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의구심을 걷어냈다. 무명에 가까웠던 이정협(쇼난 벨마레)은 이 대회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했다.

입지를 다진 슈틸리케 감독은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에서도 승승장구했다. 2015년 한 해 동안 16승3무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20경기에서 44골을 넣는 동안 4골 만을 내주는 이상적인 밸런스였다. 슈틸리케 감독의 주가는 나날이 치솟았다. 신(god)과 슈틸리케의 이름을 합친 '갓틸리케'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1년 만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정작 중요한 최종예선에 돌입하자 팀이 크게 흔들렸다. 비슷한 기량의 팀들과 마주하면서 2차예선에선 도드라지지 않았던 한계들이 노출됐다. 잘 포장됐던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도 서서히 민낯을 드러냈다.

선수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국민들이 마음을 돌린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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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당시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유효슈팅 하나 없이 이란전을 마친 뒤 슈틸리케 감독은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세바스티안 소리아(카타르)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어 그렇게 된 것 같다"는 실언을 했다. "소리아 이야기가 나온 것은 경기 날 아침 지동원에게 동기부여를 위해 '저돌적이고 적극적으로 소리아처럼 하라'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선수들과의 신뢰에 이미 금이 간 뒤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4월 안방에서 시리아에 1-0 신승을 거둔 뒤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논의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유임이었다. 이때 과감히 슈틸리케 감독과 작별해야 했다. 새 감독이 월드컵까지 1년 넘는 기간 동안 팀을 다스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었지만 '설마 월드컵에 오르지 못하겠느냐'는 판단 때문인지 대한축구협회는 다시 한 번 슈틸리케에게 기회를 줬다.

이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하기까지 2개월이면 충분했다. 한국은 안방에서 카타르에 2-3으로 패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제서야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했다.

한국을 떠난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 프로팀에서 감독직을 이어가고 있다. 월드컵 기간 중에는 독일 언론을 통해 가시 돋친 말들을 쏟아내며 한국 축구계와 날을 세우고 있다. 의사 표현은 본인의 자유이지만 얼마 전까지 맡은 팀이 중요한 일전을 치르는 와중에 비난을 쏟아냈다는 사실은 그의 그릇을 짐작케 한다.

슈틸리케 감독과 작별한 한국은 신태용 감독 체제로 러시아월드컵을 마쳤다. 신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이 굳어진 독일전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정작 분석에 힘을 쏟은 1, 2차전을 허무하게 날렸다. 신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1년 이상 긴 호흡으로 팀을 다듬었다면 더 나은 성적을 낼 수도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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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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