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트럼프의 분노·발작, 전면적 무역전쟁 유발"
"전면적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 높아져""관세 부과, 국가안보 논리는 사기일뿐"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국가 안보 논리는 사기성이 짙은 것이며 이는 미국이 만들어낸 국제무역 규정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이라는 충고도 함께 곁들여졌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트럼프의 분노·발작이 우리를 무역전쟁으로 이끌고 있다(Trump’s Taking Us From Temper Tantrum to Trade War)’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기업과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무역전쟁의 위협을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금 사태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처럼 이들은 행동하고 있다. 마치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악순환을 멈추고자 어른들(grown-ups)이 개입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경제는 무역흑자를 내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글로벌 공급 사슬이 붕괴하면 거의 모든 이들이 다친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만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크루그먼 교수의 NYT 기고문 요지. 어떤 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무역 상대국을 공격하는 방식은 이민자에 대한 그의 공격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두 경우 모두 오직 자신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악행에 대응하는 공격의 프레임을 짠다. 하지만 이민자에 의한 폭력 범죄 급증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다. 국제범죄조직인 MS-13이 미국 도시들을 장악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유럽연합(EU)의 끔찍한 관세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EU의 평균 관세율은 3%에 불과하다. 또 다른 면에서 무역 위기는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부모로부터 격리돼 우리에 갇힌 아이들은 보복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분노한 외국 정부들은 보복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할 것이다. 그중에 많은 국가들은 배신감을 느끼는 미국의 동맹국들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아직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는지 완전히 무지한 상태다. 지난 3월 미국은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당시 보복 가능성을 묻는 질문을 받고는 "어떤 국가도 보복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이 수출보다 수입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미국이 더 우세한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1일 캐나다는 126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미국에 수출하는 규모만큼 수입도 하는 나라다. 유럽연합(EU)은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산 차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면 3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무역 분쟁 과정에서 벌어지는 통상적인 주고받기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무역 규정은 지난 1940년 대 미국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해 이행되는 무역 규정은 일정한 유연성을 허용한다. 특정 수입품이 급증할 경우 잠정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수입이 급증한 중국산 타이어에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그 규모와 동기 모두 새로운 것이다. (관세부과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트럼프 행정부의 국가 안보 논리는 분명히 사기성이 짙은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게임의 규칙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EU의 경고 그대로 미국의 조처는 국제법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이 WTO로부터 효과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제 교역 시스템 전체를 와해시키는 방향으로 행동을 하고 있다. 세계 무역이 급격하고 파괴적으로 줄어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전 세계가 미국의 경제적 파워와 자신의 협상 능력에 고개를 숙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국가들이 매일 나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 무역 협상을 하자고 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철강회사인 US 스틸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와 6개의 새로운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음을알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런 대화는 아예 없었던 일이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무역전쟁으로 향하고 있다. 외국 정부들은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것을 모두 내어줄 수 없다. 왜냐 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부가 실제로 하지 않는 일을 그만 두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일들은 과연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미국 수출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수출은 1000만개의 일자리를 떠받치고 있다. 수입품과 경쟁하는 일부 업계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장소의 같은 일자리는 아닐 것이다. 무역전쟁은 거대한 노동력의 이동을 촉발할 수 있다. 특히 놀라운 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 산업계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에 항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자동차 관세로 인해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임금도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자동차 장비제조업체 협회(MEMA)는 “국가 안보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면서 역효과만 내는 일방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글로벌 경제는 무역흑자를 내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글로벌 공급 사슬이 붕괴하면 거의 모든 이들이 다친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만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행정부였다면 관세 부과에 따른 외국의 보복과 산업계의 항의, 일자리 상실 등에 신경을 썼을 것이다. 자신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과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은 무역전쟁의 위협을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들은 무역전쟁의 위협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마치 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어른들이 나서서 이를 중단시킬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안에는 (상황의 악화를 막기 위해 나설) 어른들은 보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분노·발작(temper tantrum)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는 이들만 있을 뿐이다.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