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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선, 무엇이 악인가...히가시노 게이고 '11문자 살인사건'

등록 2018-07-19 14:51:07   최종수정 2018-07-30 09: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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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현실의 사건은 흑백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많지. 선과 악의 경계가 애매하잖아. 그래서 문제 제기는 할 수 있지만 명확한 결론은 불가능해. 항상 커다란 무언가의 일부분일 뿐이야. 그런 점에서 소설은 완성된 구조를 지니고 있잖아. 소설은 하나의 구조물이지. 그리고 추리소설은 그 구조물 중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분야 아니야?"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60)의 장편소설 '11문자 살인사건' 개정판이 번역·출간됐다.

여성 추리소설가인 '나'가 주인공이다. 30대 남성의 시체가 바다에서 떠오르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애인이 누군가에게 처참하게 살해된 것이다.

애인의 유품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지금껏 그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걸 깨닫는다. 그의 수첩에 적힌 마지막 일정을 따라 행방을 쫓기 시작한다.

1년 전 요트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이 살인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새 단서를 찾아낸다. 그들을 추궁하지만 반응이 석연치 않다. 사건에 다가갈수록 조사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경악할 만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드디어 그 여자를 죽이는 것이다. 그 여자의 시체를 본 순간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언뜻 보기에 전혀 관계없는 여자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말이다. 천만의 말씀. 모두 다 알고 있다."

"물건이 남아도는 세상이잖아. 원하는 건 누구나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지. 그러니 건강하고 아름다운 신체에 신경을 쓰는거야. 요즘 사람들은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도통 모르잖아. 결국 이런 데를 다니면 마치 자신이 시간을 잘 쓰고 있는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는 거지."

히가시노는 내면의 선과 악을 등장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선악의 경계선에 대한 정의를 독자들에게 돌렸다. 작품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현실은 흑백이 분명하지 않은 세계다. 이 불분명한 세계에서 오는 괴리감을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옮긴이 민경욱씨는 "이 작품은 가치관의 충돌에서 빚어진 비극을 다루고 있다"며 "어떤 집단이 '선'이라고 생각하는 가치가 진정 옳은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선악 구분이 분명하지만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은 어느 쪽 가치관을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선이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살해된 사람도, 복수를 감행한 사람도, 그 과정을 지켜봐야 했던 사람도, 나름 자신이 믿는 가치관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행동했을 뿐이다." 344쪽, 1만4800원,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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