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임박]국민연금 SC 초안...주요 쟁점은
'주주권한 제고·기업 경영권 침해' 기대와 우려 교차재계 경영간섭 우려에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빠져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효율성 저하 우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 자산을 집사(스튜어드·steward)처럼 최선을 다해 관리한다는 취지로 도입되는 주주권 행사지침이다. 앞서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경과를 점검하고 뒤따라 채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실제 공무원연금은 내년 중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지난 17일 발표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연기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자금을 운용하는데다, 국내 기업 주식을 135조원(4월말 기준)가량 보유해 자본시장과 재계 양쪽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금운용의 밑천은 국민의 노후자금이다. 업계는 물론 나라 전체가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낯선 용어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스튜어드십 코드를 두고 자본시장과 재계에는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한다. 2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지난 17일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스튜어드십 코드 최종안을 의결한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주주권한이 한 차원 높아지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 경영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도입 방침이 이미 정해졌지만, 세부 내용을 둘러싼 각계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이유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에 국방상 또는 국민 경제상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정부가 사기업 경영활동에 개입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금 가입자 보호만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경우 자본시장은 위축될 것"이라며 더 나아가 "주주·펀드가입자가 기관투자자의 활동을 점검하는 독립기관을 두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국민연금의 역할은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고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공공성만 강조하면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영 참여 찬성 측에서는 일반기업 입장에서 경영참여가 부담스럽다면 공기업부터 적용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정용건 연금행동집행위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에서 경영참여를 빼는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KB금융지주 등 금융기관이나 KT, 포스코 같은 공기업 먼저 하면 된다"고 전했다. 국민연금도 경영참여와 관련한 주주권 행사를 완전히 폐기하지는 않았다. 제반 여건 마련을 전제로 유보한 상태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재계에서 경영 간섭과 정부 개입 등을 우려하고, 경영 참여시 지분변동에 따른 수시공시,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가 발생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는 제반 여건을 마련한 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순차적으로 진행한다고 하지만 총선과 정권 후반 레임덕을 고려하면 경영 참여까지 갈 동력을 잃을 것"이라며 단계적 확대 방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류 대표는 "위탁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며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증권사 한 곳을 빼고 모두 찬성 리포트를 냈다"며 반대했다. 박경종 한국투자신탁운용 컴플라이언스실장은 "위탁운용사 의결권 위임은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운용사에 가점을 부여하는 건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은 규모로 수익률에 집중해 운영되는 전문사모운용사의 부담만 키우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대체로 우려했다. 기존 위원회와 기능과 권한이 비슷하고, 되레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기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개편한 조직이다. 위원을 9명에서 14명으로 늘리고 주주권행사(9명 내외)와 책임투자(5명 내외) 2개 분과로 쪼갤 계획이다. 인원을 14명으로 늘리지만 주주권행사 분과는 기존 의결권 전문위원회처럼 9인 체제로 운영해 권한도 그대로다.
류 대표는 "재무와 비재무 리스크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폭스바겐과 대한항공 사태만 봐도 비재무 리스크는 곧 재무 리스크이기 때문에 주주권행사와 책임투자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건 위원장도 "재무와 비재무 요소를 분리하기 어려운 만큼 하나의 위원회로 가야한다"며 "분산하면 책임과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