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맛볼까]20년 넘게 사랑받는 손맛…건대입구 '무등산 닭 한 마리'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한때 큰 인기를 누렸으나 이제는 추억 속으로 떠난 별미가 '닭 한 마리'다. 하지만 '껍데기가 사라지니 알짜배기만 남는다'는 말이 실감 나는 곳이 있다. 인기 부침 없이 닭 한 마리 요리로 오랜 세월 사랑받는 곳, 바로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서울 광진구 화양동 먹자골목에 자리한 '무등산 닭 한 마리'다. 전남 나주시에서 직송한 튼실하고 알찬 생닭을 여러 조각으로 쪼개 육수에 넣고, 닭고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버섯·대파·감자·배추 등 각종 채소를 가득 넣은 뒤 팔팔 끓여 먹는 요리다. 육수는 이 집에서 직접 세제 없이 물로만 깨끗이 씻은 닭발과 강원산 엄나무, 황기 등을 넣고 하루 넘게 푹 고아 만든다. '삼계탕급' 정성을 들여 만드는 셈이다. 잘 익은 채소를 먼저 먹고, 소가 꽉 찬 만두와 탱탱한 가래떡을 입에 넣는다. 한참 행복해하며 먹는 사이 닭고기가 익는다. 이제 비로소 먹을 때다. 한 조각을 건져 특제 소스에 찍어 먹는다. 쫄깃쫄깃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새콤하면서 감칠맛 나는 소스와 어우러지며 황홀감을 선사한다. 소스에 부추를 가득 넣어 먹으면 더욱 맛깔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닭 한 마리는 1~2인용 3만원, 2~3인용 4만5000원, 3~4인용 5만원이다. 처음 이 집을 찾은 젊은 손님 중에는 "비싸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오랜 전통과 풍성한 노하우와 녹아 흐르는 '보약'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싼 가격이다. 이 집은 1997년 문을 열어 20년 넘게 터를 지켜오고 있다. 지금 가게는 2013년 2층으로 리모델링했다. 이옥희(60) 사장은 한때 이 지역에서 음식점 11개를 운영하고, 상가 번영회장을 7년 동안 지내고 있는 '요식업계 거목'이다. 하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하루는 주방에서 맛을 지키고, 엿새는 홀에서 손님에게 직접 서빙을 한다. '미각의 고장' 호남(전남 화순군) 출신다운 손맛으로 메인 요리인 닭 한 마리는 물론 함께 넣어 끓여 먹는 만두, 닭 한 마리를 모두 먹은 다음 그 맛을 화룡점정하는 칼국수나 죽까지 예술적 경지의 멋을 이뤄낸다. 사장이 조리부터 서빙까지 모든 것에 관여하는 덕에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맛이 한결같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 제안이 잇따랐지만 모두 거부한 이유가 지점에서 그 맛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는 이 사장의 말에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가게를 오래 운영하다 보니 손님 중에는 가족도 많다. 20대에 즐겨찾던 고객이 40대가 돼서도 찾는다. 이제는 10대가 된 자녀를 동반하기도 하고, 배우자와 단둘이 찾아 데이트하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언젠가 닭을 둘러싼 각종 사태가 이어지는 데 지친 이 사장이 SNS에 "이제 닭 한 마리 집을 접고, 가게는 임대돼 줘야겠다"고 말하자 벌떼같이 일어나 반대한 사람들도 무려 수백 명에 달하는 단골들이었다. 녹두를 가득 넣어 특별한 맛과 영양을 이뤄낸 '녹두 닭 한 마리'(1~2인 3만5000원), 경동시장에서 들여온 각종 한약재를 넣어 보약 한 첩을 먹는 수준의 '궁중 닭 한 마리'(〃3만원) 등 닭 한 마리의 다른 버전과 '닭 볶음탕'(〃3만원), 이 집에 '원조'인 '묵은지 닭 볶음탕'(〃3만5000원), 감자와 함께 호박을 넣은 '호박 안동찜닭'(〃3만원), 지난 초복에 없어서 못 판 '삼계탕'(1만5000원) 등 맛있고 영양가 높은 닭 요리도 다양하게 준비한다. 칼국수 2000원, 만두사리 4000원, 떡사리 3000원. 비빔 공깃밥 2000원이다. 1층 입식 테이블 27개, 2층 좌식 테이블 30개 등 총 200여 석에 달한다. 설이나 추석에도 안 쉬는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영업한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