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감 첫날 '대북·부동산·가짜뉴스' 놓고 곳곳서 충돌
법사위, 野 대법원장의 직접 해명 요구에 파행외교부, 北 비핵화 대응성·정상외교 부재 공방정무위, 가짜뉴스 강경대응 지시에 野 일제 반발국토위, 文정부 부동산대책 실효성 공방법제사법위원회 등 12개 상임위의 국감이 진행된 첫날 여야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발언, 수도권 부동산 급등과 부동산대책의 실효성, 정부의 가짜뉴스 강경대응 선언, 공무원 증원, 기업 해외 투자 증가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법사위는 이날 대법원 국감에서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야당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직접 답변을 요구하면서 1시간가량 파행했다. 여당은 관례에 따라 사법부 수장인 김 대법원장이 국감에서 직접 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거부했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대거 퇴장하는 것으로 항의를 갈음했다. 다만 여야는 법원이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거듭 기각한 것에 대해서는 '방탄 법원'이라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검찰 수사 중인 각급 공보관실 운영비와 관련한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등에 대한 국감에서는 범여권의 적폐청산 공세가 이어졌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재산에 대한 과세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하겠다"고 답했다. 여야는 기재위에서 심재철 한국당 의원의 비공개 예산정보 공개 논란을 두고도 대치했다. 한국당은 정부와 한국재정정보원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추궁했고 민주당은 관련 사안이 수사 중이라고 맞섰다. 외교통일위원회는 외교부 등에 대한 국감에서 5·24조치 해제와 북한 비핵화 및 정상외교 등을 놓고 맞붙었다. 야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외신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을 북한의 핵무기 명단 제출이 아닌 영변핵시설 폐기와 연계하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 "대응성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고등훈련기사업 수주 실패 등을 들어 "외교부나 정상이 큰 프로젝트 수주에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국방위원회는 국방부 국감에서 9·19 남북 군사합의를 두고 맞붙었다. 여당은 전쟁 가능성이 사라진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고 추켜세운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전방의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GP(감시초소) 철수로 안보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GP는 1차 경계, GOP(일반전초)는 완전작전 개념을 가지고 있어 이상이 없다는 걸 합동참모본부 업무보고 때 보완대책 등을 다 포함해서 보고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문화체육계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가 도마에 올랐다. 선동렬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증인으로 불려 나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병역 면제 혜택을 위해 오지환 등 일부 선수를 발탁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기도 했다. 선 감독은 "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그 어떠한 청탁, 불법행위도 없었다"며 "대표 선수 선발 과정은 공정했다. 코칭스태프와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 통계, 출전 기록, 포지션, 체력 등 여러 지표를 살폈다.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감독인 제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정무위원회는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 국감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가짜뉴스 강경대응 지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당과 바른미래, 정의당은 표현의 자유 침해를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여당 소속인 제윤경 의원도 "허위·조작의 기준은 정부가 듣기 불편한 정도에 따라 판단될 수 있다"고 우려에 동참했다.
하지만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가 현 정부 들어 20단계 상승했다고 정부를 옹호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정부가 말하는 가짜뉴스 (강력 대응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정도의, 그런 성격의 가짜뉴스 (대응을) 한다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제3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대전동물원을 탈출한 퓨마가 사살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됐다고 주장하면서 벵갈고양이를 데리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회담을 하는데 눈치도 없는 퓨마가 출몰해서 인터넷 실검 1위를 계속 장식했고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됐다"고 했지만 홍 실장은 부인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과기정통부 국감에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 등을 증인으로 불러 인터넷 뉴스 편집 중립성과 가짜뉴스 근절 등을 캐물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책임투자담당자는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문재인 대통령 유럽 순방 수행을 이유로 불참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전 국민이 알아야 할 긴급사안인 속보만 사람이 관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반 뉴스 편집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가짜뉴스를 제거하기 위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회원사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행정안전부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증원 정책을 놓고 격돌했다. 야당은 그리스 등을 예로 들면서 공무원 증원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공무원 17만4000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반면 여당은 일자리 창출과 행정서비스 개선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공무원 증원에 대한 비용 추계는 인사혁신처와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행안부가 추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원들도 공무원 증원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잘 점검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아울러 야당은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확대와 유턴(복귀) 기업 저조 등을 정부의 규제 강화와 반(反)기업 정서 조장에 따른 '한국 엑소더스(탈출)'로 규정하고 정부의 역할을 촉구하기도 했다. 성윤모 장관은 야당의 지적에 "시장진출, 기술력, 원료확보 등에 따라 다양화 되는 것이 원인 중 하나로 본다"고 해명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국토교통부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 실효성을 두고 격돌했다. 야당은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가 부동산 가격 급등을 야기했다고 힐난했다. 반면 여당은 급등 원인을 투기 수요와 박근혜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및 저금리 정책에 돌리면서 현 정부가 집값 과열을 막았다고 옹호했다. 김현미 장관은 "집값 상승이 큰 폭으로 둔화됐다"며 "9·13대책과 9·21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이 진정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는 "9·13 조치를 발표,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개편해 주택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여야는 수도권 택지 개발 정보를 유출한 신창현 민주당 의원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신 의원과 정보 제공자인 김종천 과천시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지만 여당은 수사 중인 사안과 관련된 증인 채택은 불가능하고 거부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림축산부 국감에서 정부의 농업·농촌 정책 미비를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복지부 국감에서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국민연금 제도개편을 두고 여야가 격돌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환경부 등에 대한 국감을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오는 23일 열리게 되면서 국감 일정을 25일로 연기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