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죽음이 묻히지 않고 사회 바꾸길"…PC방에 애도 물결
사건 발생 열흘째…현장에 추모 발걸음 계속지인들과 여자친구 메시지 "너무 보고 싶다""함께 한 시간들 그리워…꿈에라도 나타나줘"시민 "분하고 억울…울컥할 때 한두 번 아냐""가해자 엄중 처벌해야" 추모객들 한목소리
짙은 먹구름이 끼고 비까지 쏟아진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한 PC방 앞에는 꽃과 편지 다발이 수북했다. 지난 14일 피의자 김성수(29)가 아르바이트생 신모(20)씨를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그 장소다. 낡은 테이블 위에 놓인 꽃과 편지는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진 뒤 어린 나이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한 피해자를 안타까워한 시민들이 하나둘 현장을 찾은 흔적이다. 간소한 추모 테이블은 고인이 일하던 PC방이 있는 건물의 다른 상점에서 일하는 직원이 마련했다. PC방 안으로 들어가면 추모객을 위한 국화도 준비됐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보도를 통해 사건을 접하고 현장을 찾은 시민들도, 함께한 기억을 추억하는 고인의 지인들도 현장을 찾아 추모글을 남겼다. 저마다의 사연은 다르지만 메시지는 하나다. "좋은 곳으로 가서 편히 쉬라"는 것. 피해자를 '형’이라고 지칭한 한 시민은 추모록에 "항상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거기 가셔서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썼다. 다른 친구는 "같이 알바(아르바이트)할 때 너가 다 하겠다고 도와주고 엄청 착한 애였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너무 힘들었어.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너가 억울하게 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 나도 노력할게"라고 적었다.
이날 오전 일찍 현장을 찾은 30대 남성은 "인근 동네에 사는데 워낙 화제가 된 사건이라 뉴스를 통해 접하고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뉴스를 보고 잠을 잘 못잤다. 지난 밤에도 잠을 거의 못자고 뉴스만 뒤적여보다가 왔다"며 "스무살이면 아직 너무 어린 나이고, 이제 막 시작할 나이인데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또 "한치의 의혹이 남지 않게 수사했으면 한다"며 "죄에 맞게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용산구 후암동에서 왔다는 홍모(34)씨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르는 사람인데도 너무 안타까워서 왔다"고 전했다. 그는 "피해자 인권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법이 강해져서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하는 사람이 90만명을 돌파했다. 정부에서도 답변을 줘서 본보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모(50)씨는 "매일 몇 번씩 온다. 울컥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라며 "분하고 억울하다"고 슬퍼했다. 그러면서 "수십차례나 (피해자를) 찌른 것은 (가해자를) 보통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심신미약일 수는 있어도 면죄부를 받거나 감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지난 17일 올라온 관련 청원글에 동의하는 사람이 23일 오전 기준 97만명을 넘어섰다.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역대 국민청원 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동의했다. 현장에 적힌 추모글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그대의 죽음이 묻히지 않고 사회를 바꾸길"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시민은 "남은 우리들의 힘으로 꼭 가해자에게 응당한 처벌이 내려지길 힘을 모으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