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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음반을 향한 조롱 같은 경외, 임희윤 '망작들3'

등록 2018-10-29 06:07:00   최종수정 2018-11-05 10: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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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음악기자'는 몇이나 될까. 비평은 숨어 버리고, 가수의 신변잡기에 대한 연예 온라인기사가 '가요기사'로 둔갑하는 요즘, 동아일보 임희윤 기자는 음악관계자들이 기사를 찾아보는 기자다.
 
임 기자가 명반들을 소개한 '망작들3'을 펴냈다. 유능한 프로듀서 입장이 돼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실었다. 가상이지만, 뮤지션들이 내놓은 명반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재기발랄한 문체는 곧 공감이다.

부제는 '당신이 음반을 낼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뉴미디어에 속절없이 자리를 내준 음반을 향한 애틋한 헌사에 가깝다. 프로듀서에 감정이입한 임 기자는 명반들에 대해 '낼 수 없는 음반'이라며 퇴짜를 놓는데, 아이러니하게 그 음반만이 가진 매력을 부각시키는 화법이 된다. 음원으로 재편된 음악시장에 대한 촌철살인이자 음반에 대해 쿨한 애정이 녹아 있는, 연민과 위로의 반어법이다.

예컨대,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에게 "음악 좋고, 이름 좋고, 족보 잘 찾아보면 베니스의 개성상인 같은 분 나올 겁니다. 한국계로 밉시다. 잘만 다듬으면 재즈 팬, 월드 팬, 뉴에이지 팬, 전위음악 팬한테 두루 먹힐 음악"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코리아는 스페인계지만 '코리아(Korea)'와 칙의 성 '코리아(Corea)'의 발음이 같다는 것에서 착안한 위트다.

발군은 이어지는 글이다. 코리아가 이끈 밴드 '리터 투 코리아'의 셀프 타이틀 앨범 커버의 갈매기가 나는 모습의 시안을 봤다며 꺼내는 얘기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내용을 각색한 노랫말을 추가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제작자가 만프레드 아이허라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 ECM 운영하는 독일 고집쟁이? 우리 조언이 씨알도 안 먹히겠군요."

독일 음반사 ECM 대표인 만프레드 아이허는 '완벽주의'로 유명한 음반 프로듀서다. 그의 특징과 성격을 직접적으로 칭송하기보다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는 화술은, 임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깨닫게 한다.

임 기자는 "때로는 음반 유통사, 때로는 음반 제작사의 입장에서 썼다"면서 "이 앨범들은 결코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손에 때를 묻히며 레코드를 고르고, 1번 곡부터 3번 곡까지 이어지는 감정의 흐름에 열광하며 청춘을 허비한 사람 말이다"고 한다. 일러스트레이터 방상호의 그림이 글마다 함께 한다. 148쪽, 1만3000원, 꿈꾼문고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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