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예비소집일 모인 학생들 "긴장되면서도 후련합니다"
"긴장되지만 한편으론 끝난다니 후련해""무뚝뚝했던 선생님 '잘 봐라' 코 끝이 찡""숙명여고 사건에 '부모가 빽이냐' 불만도"
오는 15일 진행되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 중 한 곳인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 정문에는 '제15지구 제7시험장'이라는 안내 문구가 붙었다. 수능을 하루 앞둔 14일 응시자들이 시험장을 미리 살펴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쌀쌀한 날씨에 두꺼운 패딩을 입고 미세먼지를 가리기 위한 마스크도 했지만, 추위조차 느껴지지 않는 듯한 학생들의 초조한 표정이 먼저 읽혔다. 시험 전 마음가짐을 다지러 왔다는 박군은 "부모님이 찹쌀떡을 사주면서 잘 보라고 응원해주셨다"며 "오늘 돌아가 목욕을 하고 요약 노트를 보면서 마지막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수생인 김동현(20)씨는 시험을 보기 위해 경기 고양에서 올라왔다. 김씨는 "예비소집을 왔다가 예전 담임선생님께 응원을 받았다. 많이 떨린다"며 "집에서 짐을 챙겨왔기 때문에 이 근처에 숙소를 잡고 오늘 마지막 공부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극영화과를 지망한다는 정지인(19)양은 "학교에서 오전에 응원 영상을 틀어줬는데 무뚝뚝했던 여자 담임선생님이 '수능 잘 봐라, 내 딸들아' 하셔서 코 끝이 찡해졌다"며 "수능 시험이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막상 내일 본다니 기분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온 이모(19)양은 "최저 등급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다. 착잡하고 준비가 덜 된 것 같다"며 "그래도 담임선생님이 지금까지의 결과에 신경쓰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셨다"고 초조한 마음을 전했다. 학생들은 최근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숙명여고 부정행위 사건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강나영(19)양은 "(친구들도) 모두 짜증냈고 교실 분위기가 안 좋았다"며 "'부모가 빽이냐', '서러워서 못 살겠다' 등 부당하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재수생 이장호(20)씨는 "(숙명여고 사태를 보면) 현재 수시로 입학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생각을 했다"며 "정시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임국진(19)군은 "시험 문제 유출은 부정행위지만, 내가 시험 전에 미리 답을 알 수 있다면 나라도 쌍둥이 자매처럼 할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수능을 하루 앞둔 이날 전국 86개 시험지구 1190개 고사장에서 예비소집이 이뤄졌다. 올해 수능 응시자는 59만4924명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