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大불신사회…수시·정시 개선안 필요하다
수시전형, 내신·학종 불신 해소할 제도 개선 시급정시전형, 미래교육과 안 맞아…자격고사화 주장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대표되는 수시전형은 신뢰성과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만큼 평가항목을 체계화하고, 학사비리에 대한 처벌은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능 위주로 평가하는 정시전형은 중·장기적으로 자격고사화 하자는 대안이 심심찮게 제기됐다. ◇ 질타 받는 수시, 신뢰성 확보가 관건 연이은 내신·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비리로 수시전형 축소 또는 폐지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수시전형에는 정시전형과는 다른 장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김성천 교수는 25일 "예전에는 학교 수업이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이었다면, 모집기간과 전형이 다양화 되면서 이제는 동아리도 하고 토론도 하고 프로젝트 수업이 늘어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하나의 사건 때문에 다시 옛날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학생들의 다양한 특징에 따라 유리한 전형을 택할 수 있도록 수능위주 전형과 학종, 내신 위주의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게 현실적인 개선책이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관건은 신뢰성 확보다. 숙명여고 시험지유출이나 학생부 허위 기재 등을 막을 수 있도록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숙명여고 관할청인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반영하듯 지난 13일 ▲평가 전 과정에서 친인척이 재학 중인 교직원 배제 ▲평가문제 인쇄기간 중 인쇄실 CCTV 설치 ▲평가관리실·인쇄실·성적처리실 분리와 출입관리대장 비치 ▲후기고 입학원서 제출 시 부모의 재직학교 지원하지 않도록 안내 ▲부모와 동일 학교 배정된 경우 교직원 자녀 분리 신청 특별기간 운영 ▲공립학교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재학 시 전보 배치 ▲사립학교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재학 시 법인 내 학교간 전보 권고 등의 방안을 내놨다. 또 공정성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학종을 보완하기 위해 감사결과 지적사항 처분기준을 개정하고 학생부 부당정정과 허위기재에 대해 주의, 경고 없이 곧바로 징계를 내리도록 하는 등 처벌 기준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내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보다 강력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한번만 적발되더라도 파면에 가까운 징계를 내리고 학교에서 자정능력이 생길 수 있도록 내부고발이 활발할 수 있게 내부고발자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며 "불미스러운 일로 학교를 떠난 일부 교사가 학원으로 가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걸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종의 공정성 논란 해소도 과제다. 교육부는 지난 8월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에서 ▲수상경력 및 자율동아리 기재 개수 제한 ▲소논문(R&E) 기재 금지 ▲학생부 기재 분량 감축 ▲자기소개서 문항 통합 및 분량 감축 등의 보완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학종은 일선 교사들이 모든 학생들의 행동을 현실적으로 다 기재할 수 없다는 점,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은 "학부모이 가장 민감한 게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인데 교육부의 8월 발표에는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며 "기재 양식을 포괄적으로 하지 않고 발표, 토론, 수행평가, 교과역량처럼 보다 명료하게 재구조화하면 교사의 주관성이 적게 들어가고 구체적으로 기입할 수 있어 불신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은 "정성적인 요소를 어떻게 정량적으로 제시하는 평가 척도와 방식이 적정해야 공정성 논란이 해소될텐데, 이는 대학들도 고민할 필요가 있고, 실제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은 얻은 점수에 따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학부모와 일반 시민들은 공정성을 높이 평가한다. 다만 현행 오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이 창의·논리력을 키우기보다는 단순 암기로 문제풀이만 반복하게 한다는 단점과 학생들이 수능만을 대비하다보니 학교수업을 등한시하고 사교육이 강화된다는 단점은 여전하다. 특히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게 되면 학생들이 배운 교과목이 모두 다른 만큼, 일률적인 시험을 보느냐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수능도 그 형식과 적용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가 실시했고 최근 일본이 국가적으로 도입한 시험제도인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는 수업내용을 바탕으로 서술형 문제를 출제한다. 이 경우 쟁점은 누가 어떻게 채점하느냐다. 전국의 모든 학생들의 시험지를 심도있게 다 채점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김 정책위원장은 ”각기 다른 교사와 채점위원을 선발해 교차채점을 하고 교사간 편차를 줄이기 위한 교육을 하면 시스템적으로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학교수업과 수능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능의 등급 절대평가화도 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현 수능이 상대평가로 치러지다보니 학생들이 경쟁자보다 1점이라도 더 맞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 등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절대평가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다. 다만 절대평가를 하면 학생들이 몰리는 일부 상위권 대학 동점자들을 어떻게 변별하느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입시제도혁신분과장을 맡았던 서울대 김경범 교수는 "변별력이란 게 별 것 없다. 대학에 자율권을 주면 대학에서 연구를 통해 평가하고 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능을 자격고사화하는 방안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현재 일부 대학들이 수시전형에서 적용하는 수능최저학력기준처럼 일정 등급만 확보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최 정책국장은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등급 수준을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설정하고, 수도권 일부 대학 뿐만 아니라 지방 대학에 적용하면 수능의 자격고사화도 가능하다"며 "수시전형에 대한 변별력과 불신도 어느 정도 해소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