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근로정신대 배상 판결 "이제는 정부가 나설 차례"
피해자의 오랜 기다림에 부응한 판결배상청구권 확보 위한 후속조치 촉구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를 동원한 미쓰비시중공업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대법원이 최종 판단한 29일 광주시민들은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또 정부가 손해배상 청구권을 실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조속히 진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이날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87)씨와 고 박창환 씨 유족 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여자근로정신대 강제징용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 원고 5명에게 총 5억6000여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지난 2012년 10월 광주지방법원에서 국내 소송을 시작한 지 6년여 만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지난 1993년 일본 나고야지방재판소에 처음 소송을 낸 지 25년 만에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받았다. 이국언 근로정신대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문명국가의 상식으로서 당연한 결과다. 상식의 승리다"고 평가했다. 또 "길게는 73년, 짧게는 25년 만에 정신근로대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됐다는 사실이 허탈하다"면서 "피해자들이 고령에 이르렀고, 대부분 병원 치료를 받아 김성주 할머니만이 재판에 참석했다"고 안타까움을 밝혔다. 이 대표는 "10초 안팎의 판결 주문을 듣기 위해 너무 오랜 세월이 걸렸다"면서 "재판이 길어진 데에는 일본정부와 전범기업의 책임도 있지만, 우리 사법부의 재판거래 등 농단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징용 피해자의 권리구제와 배상 문제를 수수방관해 온 우리 정부에 대한 질책이기도 하다"면서 "힘 없는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겪은 희생인만큼 애초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일본의 배상책임을 요구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라도 정부는 도의적 책임을 갖고 소송 당사자가 아닌 정부가 직접 청구권을 확보하는데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은 외무상 불복 발언, 주일한국대사 초치 등에 나서며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은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고 착취하던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판결을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영일 광주시민사회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늦게나마 환영할 일이고 당연한 일이다"면서 "왜곡된 진실을 바로 잡는다는 의미에서 이제는 정부가 국민을 대신해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정신적·물적 보상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밝혔다. 황성효 광주진보연대 사무처장은 "피해자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판결이다"면서도 "피해자들과 우리 모두의 바람은 여전히 일본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정확한 사죄를 받는 것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판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