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속도조절 실행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 속도 조절을 공식화 한 뒤 정부가 실행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오후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 회의실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업종별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향후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 "고용노동부 뿐만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함께 검토해 소상공인들의 경영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최승재 회장의 요청에 이 장관이 수용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이날 이 장관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재차 강조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호소하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면서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 등 핵심 경제정책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것은 사업주 지불능력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폭을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 임서정 차관은 내년도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에 대한 논의와 결정 기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최저임금 결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기 때문에 고용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여론을 수렴하고 전문가 의견도 들어서 입법 논의가 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고용노동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 9인, 근로자위원 9인, 사용자위원 9인 등 총 27명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로 돼 있다. 하지만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공익위원이 사실상 정부에 의해 좌우돼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 내에서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최저임금위원회 내에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 하는 방식의 개편안이 비중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은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가 권고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의 구간을 설정하는 전문가들이 경제지표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최저임금 구간을 설정하게 하고 설정된 구간을 두고 노사위원들이 참석해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하는 형태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도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최저임금 결정 기준은 최저임금법 4조에 명시된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 생산성, 소득 분배율 등 4가지를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고용률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릴 때 고용·경제 상황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제노동기구(ILO) 최저임금 결정협약 제131호에 근로자의 생활보장과 고용·경제상황을 함께 고려하라고 된 부분을 우리나라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김경선 근로기준정책관은 "ILO 규정에는 추가적으로 물가 상승률, 경제 상승률, 고용 목표와 노동시장 상황이 더 추가 돼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 최저임금법의 결정 기준에는 이런 부분은 반영이 안 되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바뀐 제도개선안을 반영하기 위해 최대한 서두른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1일 '2020년 최저임금 결정할 때 다른 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내년 1분기 중에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 차관은 이와 관련 "2020년 최저임금에 적용하려면 내년도 초에는 법이 정리 돼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구조나 결정기준과 관련된 입법들이 꼭 저희들이 이야기하는 것과 같지는 않지만 지금 입법이 나가 있는 상태"라며 "내년 2월 초 임시국회가 열린다면 최저임금법이 최우선적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2월에 입법이 이뤄진다면 내년도 결정하는 데도 적용이 가능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저희들은 노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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