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사학 먹튀방지법 국회 통과…'꼼수 폐교' 원천봉쇄
작년 서남대 사태 이후 법안 논의 진행재산권 침해 등 위헌 여부로 진통 겪어비리처분 받기 전 선제폐교에는 무방비대학 구성원 구제·지원책 마련도 과제
1년여간 진통을 겪었던 법이 이날 통과됨에 따라 앞으로 폐교가 비리 사학 운영자들의 재산을 지키는 수단이 되는 일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대학 폐교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아 후속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비리사학 재산 되물림 원천금지 기존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를 폐교할 경우 잔여재산은 정관에 지정된 자에게 귀속된다. 그동안 횡령 등 비리를 저질렀던 사학들은 이러한 법령을 악용했다. 이홍하씨의 서남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씨가 횡령 및 불법 사용액 333억원 회수 등 시정요구 사항을 이행하지 않자 교육부는 서남대에 학교폐쇄 및 법인해산 명령을 내렸다. 서남대 정관에 의하면 귀속인은 신경학원과 서호학원으로 모두 이홍하씨가 설립했거나 이홍하씨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가 운영하는 법인이다. 간판만 바뀔 뿐 이씨의 재산은 여전히 그에게 남아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학교법인의 임원 또는 해당 학교법인이 설립한 사립학교를 경영하는 자 등이 이 법 또는 교육관계법령을 위반해 해당 학교법인이 관할청으로부터 회수 등 재정적 보전을 필요로 하는 시정요구를 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해산할 경우 정관으로 지정한 자가 특수관계자이면 그 지정이 없는 것으로 본다. 서남대 사례를 예로 들면 서남대는 관할청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았고 정관에 의해 지정한 자가 특수관계자이기 때문에 잔여재산은 정관으로 지정한 신경학원이나 서호학원으로 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정관 지정이 없는 것으로 보게 되면 법인의 잔여재산은 국고로 환수된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초·중·고의 교장 또는 교감, 유치원 원장 또는 원감도 귀속 지정 제한에 포함했다. 대학 외에 중·고교 등 같은 법인 내 산하학교로 재산이 귀속되는 것도 금지된다. 명신대, 한중대, 벽성대, 건동대, 대구미래대 등은 폐교 후 잔여재산을 법인 산하 중·고교나 유치원으로 넘긴 바 있다. 다만 법망을 피해 선제적으로 폐교 조치를 할 경우 손 쓸 도리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이 법은 부정비리로 감사를 받아서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잔여재산을 국가로 귀속시키는 최소한의 법"이라며 "법이 통과되면 이런 문제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헌 여부에 법사위서 두 차례 계류 비리사학 먹튀방지법 제정은 서남대 사태가 배경이 됐다. 꼼수폐교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자 지난해 9월 당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위원장이였던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과 교문위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리사학이 폐교할 경우 잔여재산을 국고로 귀속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법안들은 하나의 대안으로 통합됐으며 지난해 12월20일 상임위를 통과했다. 상임위에서는 법안을 소급적용하는 것과 관련해 위헌소지 우려가 있다며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검토를 해달라고 부대의견을 달았다. 법사위는 올해 2월20일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자유한국당 간사를 맡았던 김진태 의원이 사학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해 전체회의 계류가 결정됐다. 교육부 폐쇄명령에 의한 서남대와 서남학원의 폐쇄일은 같은 달 28일이었다. 폐쇄일에도 법사위가 열렸지만 김 의원이 또 다시 과잉금지 위반, 연좌제 금지 및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 위반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교육부는 김 의원이 제기한 쟁점에 대해 법률자문을 실시했으며 3곳의 법무법인으로부터 헌법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받았다. 교육부의 법률자문 결과와 김 의원이 법사위에서 정무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기면서 법안은 지난 26일 법사위를 통과했고 이날 본회의 투표를 거쳐 입법 과정이 완료됐다. ◇임금체불만 800억원…폐교대학 구성원은 어쩌나 비리사학 먹튀방지법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비리로 인해 폐교된 대학의 과제는 남아있다. 대학이 폐교할 경우 학생들은 주변 대학으로 특별편입학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교직원과 교수들에 대한 구제·지원책은 없다. 폐교 대학은 폐교 전부터 행·재정상 문제가 많아 임금체불이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 10월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폐교대학 교직원들의 체불임금 총 규모는 약 800억원에 이른다. 사립대학 교수는 일반근로자와 달리 임금채권보장법과 고용보험법 적용대상에서 배제돼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 법이 통과돼 잔여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면 임금체불 등 부채를 먼저 탕감하게 된다. 이 법은 법 시행 당시 청산이 종결되지 않은 학교법인에도 적용된다. 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서남학원을 비롯해 해산된 법인은 8개이며 이 중 경북외대를 제외한 7개 법인은 청산절차가 종결되지 않았다. 단 체불임금을 곧바로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폐교대학의 잔여재산은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이 대다수인데 교육용 부지로 묶여있어 처분이 어렵다. 폐교대학 구성원과 교육부는 정부가 선지급을 하고 부동산이 처분되면 보전하는 형태로 지원 예산을 올렸지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관련 법이 없다며 거부해 선지급할 예산이 없는 상태다. 이덕재 전국 폐교대학 교권수호를 위한 교수연합회 대표도 "당장 체불된 임금들을 받을 수는 없다"면서도 "법이 통과됐으니 남은 1년은 희망을 갖고 기다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학생과 달리 교직원·교수 등 구성원들을 구제하는 방안이 없다는 점도 과제다. 홍성학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일부 교수들은 다른 학교에서 강사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취업 자체가 힘들다"며 "교수들은 지식인 인력이다. 국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mail protected] |